과각성, 저각성 조절과 안전감 회복하기
※ 먼저 읽어주세요. ^^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신고 여부, 법적인 결정,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 대해 궁금하실 수 있는데요.
제일 먼저 피해 학생이 안정된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을 갖고 회복하는 게 먼저입니다.
물론 급박한 상황이라면 신고, 법적 조치를 취해야지요.
이 글은 피해 학생 내면에 초점을 맞춰 감정, 상태를 조절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안녕하세요!
상담심리전문가 김세정입니다.
지난번 글에서는 집단따돌림,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의 심리를 알아봤는데요.
그 친구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바로 다른 애들의 눈빛과 몸짓에 민감해진다는 거였어요.
특히 집단따돌림은 직접적인 위해가 아닌 피해 학생만 알 수 있는 교묘한 비언어적인 신호(눈빛, 귓속말, 사이버 학교폭력, 등)로 일어나기에 피해 학생이 더 위축됩니다.
친구가 나를 째려보거나 별 뜻 없이 손이 올라가면 몸이 굳어 움직이기 어렵고 긴장되거든요.
이런 상태를 저각성이라고 합니다.
따돌림, 학교폭력의 피해 학생들은 과각성, 저각성 사이를 왔다갔다 경험하기에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과각성은 위험에 대해 과도하게 경계하거나 자극에 예민한 상태를 말하고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강한 감정에 휩싸입니다.
과각성 반응
· 감정이 자주 느껴짐
· 욱하거나 요동치는 느낌
· 반응, 충동을 보임
· 과도하게 경계하거나 걱정
· 과거 기억, 이미지가 자주 떠오름
· 원하지 않는 생각을 곱씹음
※ 과각성 상태일 때 머리로 할 수 있는 그라운딩 기법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저각성 반응
· 둔감, 망각
· 무표정/무감각
· 반응과 행동이 느림
· 경직되거나 무너지는 자세
· 방어와 대처를 하기 어려움
안전지대에 머무는 각성 조절
학생이라면 일주일에 5일 동안 하루 7시간 이상 학교에 있는데, 안전한 느낌이 없다면 등교하기 괴롭겠지요?
교실 안에서 나의 각성 상태가 안전지대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나눠볼게요.
바로 몸의 회복을 돕는 소마틱스와 저각성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기법입니다.
소마틱스는 근육 변화, 신체 내부감각, 움직임의 알아차림과 마음챙김을 연결해 심신을 회복하는 운동법입니다.
마음챙김은 여러 곳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어 여기서는 몸의 알아차림에 대해 나눌게요.
"모든 사람은, 그가 어떤 누구든, 자신의 몸에 대해 원하는 만큼 배워야 한다.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과 늘 함께하기 때문이다."
- 사라, 17세 고등학생
출처: 청소년을 위한 소마틱스, 수잔 바우어
"몸은 사용해야 할 도구가 아니다.
경험하고, 탐구하고, 풍요롭게 하고, 그리고 학습해야만 하는 개인적 영역이다.
- 토마스 한나
출처: 청소년을 위한 소마틱스, 수잔 바우어
트라우마 증상에 대해 다룰 수 있는 첫 번째는 몸인데요.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를 변화시키면 안전감, 안정감을 빨리 되찾을 수 있어요.
1) 오감각 :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2) 움직임, 동작
3) 내부 감각 : 신체의 내부로부터 오는 자극에 의해 생기는 감각
여기서는 2, 3번은 제외하고 오감각에 대해서만 다룰게요.
아래는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학생과 나눈 이야기인데요.
"교실 안에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느껴질 것 같아?"
"애들하고 거리를 1미터 두고 싶어요. 책상마다 칸막이가 있으면 좋겠어요."
1.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 연상
첫번째는 시각적인 연상을 하는데 비현실적인 상상이어도 괜찮아요.
안전한 장소를 떠올리거나, 내가 바꾸고 싶은대로 교실 이미지를 바꿉니다.
내담자에게 그런 장소를 골라보라고 하면 보통 집에 있는 소파나 자신의 침대를 떠올리는데요.
마치 거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몸을 최대한 이완하는 거에요.
2. 눈으로 하는 연습 - 시각 알아차리기
호흡을 알아차리면서 눈의 초점을 한 군데에 맞춰봅니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고 교실 안 물건을 하나 고릅니다.
그림, 창문, 탁자 중 하나를 관찰한 다음 다른 사람에게 말하듯 속으로 색깔, 모양, 크기, 어떨 때 쓰는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귀찮다면 초점을 맞추고 보기만 해도 됩니다.
어떤 내담자는 십자가, 묵주, 염주팔찌 등 영적인 물건으로 진정되고, 어떤 학생은 좋아하는 배우만 떠올려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해요.
평소 연습할 때 떠올리기만 해도 안정감이 드는 애착 물건이나 사람을 고릅니다.
3. 입으로 하는 연습 - 알아차리면서 먹기
껌, 사탕, 젤리, 초코릿 중 하나를 가능한 천천히 먹는 거예요.
식감, 향, 맛을 음미할수록 안정되고 특히 불안하고 초조할 때 효과가 있어요.
마음챙김 먹기 실습할 때는 보통 건포도, 베리류, 견과류로 하는데, 내가 먹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걸 하나 선택하세요. 마치 처음 보는 음식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색깔, 모양을 살피고 향을 맡아봅니다.
먹고 싶은 충동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입에 넣어 혀 안에서 음식을 굴리거나 녹여보고 조금씩 씹어봅니다.
4. 귀로 하는 연습 - 소리 알아차리기
노래를 하나 선택해 주의 깊게 들어요.
다른 생각이 나거나 몸을 움직이고 싶을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주의를 잠깐 두고 다시 노래에 집중하는 거예요.
수업 시간이라면 노래를 들을 수는 없으니 주변 소음을 구분하는 방법도 있어요.
사람 소리, 자동차 소리, 새소리, 등 구별해 보는 거예요.
5. 코로 하는 연습 - 향이나 냄새 알아차리기
편안하게 하는 향을 맡아봐요.
상담을 종결했던 한 학생은 집단따돌림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있었는데 꽃향기를 좋아해서 아로마 향초를 피우거나 꽃다발을 만드는 과정을 즐겨 했어요. 그러면서 현실감각을 되찾았어요.
내가 선호하는 향수의 향을 맡거나 교과서, 체육관, 운동장에서 나는 냄새가 어떤지 알아차려 봐요.
6. 피부로 하는 연습 - 촉감 알아차리기
최애 가수의 포토카드, 조그만 인형, 등 진정되는 물건을 골라 만져봐요.
감촉을 세밀하게 경험합니다.
그 물건이 거친지 부드러운지, 크기와 무게가 어떤지, 온도가 있는지, 볼록하거나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는지 말이에요.
학교 안에 특정 장소가 공포스럽거나 불안할 때 보건실, 상담실 등 다른 장소로 천천히 이동해도 좋고요.
화장실에서 손을 천천히 씻어도 괜찮아요.
물 온도가 어떤지, 물이 손의 어디에 닿는지 알아차리면서 닦아보아요.
마지막으로 학교에서는 하기 어렵겠지만, 혼자 있을 때 저각성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입니다.
오른손이나 왼손 중 자주 쓰는 손의 집게손가락과 중지를 뻗어 팔 전체를 두드려도 피부감각을 깨울 수 있어요.
아래 영상처럼 몸의 경계를 알아차리는 기법도 있어요.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따라해 보실래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저각성에서 어떻게 탈출해 안전지대로 갈 수 있을지 알아보았는데요.
학교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처음부터 잘되기는 어려워요.
연습할수록 좀더 빨리, 장기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부디 학교 트라우마를 경험한 분들이 편안해지기를 바랍니다.
따돌림, 학교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의 심리와 트라우마 증상에 관심있다면, 다음 글도 읽어주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