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 세 가지 이유, 잘 들어보세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로그인을 했다. 지난 나의 글들이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하나씩 읽어보는데 그 시절의 내가 했던 생각이 조금 부끄럽고 귀엽기도 하면서, ‘와.. 이때의 나도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면서 오랜만에 마주한 옛 친구를 마주한 것처럼 반갑기도 했다. 역시 허준이 교수님 말씀처럼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겠구나 생각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랜만에 이렇게 브런치를 열어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이유를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 모든 순간의 ‘나’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방금 말한 허준이 교수님의 말씀대로 ‘잊고 있던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먼 훗날 마주할 나’의 모습이 단일하지 않기에 조금씩 다른 모든 순간의 ‘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려 한다. 타인은 내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먼 훗날 마주하게 될 미래의 나일 수 있고, 지금의 나는 잠시지만 지금 여기서 온전히 함께하고 있는 타인일 수 있기에 이를 받아들이며 완벽하게 낯선 세 명의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친절할 수 있는 온전한 일상을 살아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 더불어 자기 자신을 절대적인 그 무엇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어느 순간에 했던 나의 실수에도 좀더 너그러워질 수 않을까.
둘째, 온전한 하루를 살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글쓰기를 시도한다.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어떤 하루는 기억조차 안날만큼 쉽게 흘러가버린 하루도 있고, 어떤 하루는 그 날의 날씨, 습도, 햇살의 온도까지도 다 기억날만큼 굉장히 강렬한 하루로 기억되기도 한다.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의 하루임에도 순위가 매겨지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분명 어떤 하루를 살더라도 나에게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 생각들, 경험들이 있었을텐데. 그것을 허투루 흘려보내기가 아깝고 아쉽다. 그래서 기록하고자 한다. 그것이 어떤 누구라도, 어떤 일이라도. 그리고 그렇게 기록하려고 애쓰다 보면 온전한 하루를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매일의 기록을 하긴 어렵더라도 이 글쓰기의 장을 마련해두면 그런 경험을 기록하기 위해서라도 나의 하루를 허투루 흘리지 않을 거라 믿어본다.
셋째, 건조하게 살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언제부턴가 나의 삶에서 싱그럽던 생기가, 선명하던 색채가 점점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탄하고 분노하던 나의 삶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그런 감정이 점점 옅어지고 그런 감정이 들 때면 되려 그 감정을 외면하려고도 했다. 그 이유가 뭘까 고민했다. 인풋과 아웃풋이 없었다. 자극이 줄었고 기록하지 않았다. 내가 하는 경험이 꽤나 단조롭고 예측가능 해졌고 코로나 이후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던 나였다. 이전에 했던 여러 가지 프로젝트도 줄었고, 새로운 진로 준비를 한다는 핑계로 주변의 많은 자극을 애써 차단시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인물, 책, 영화, 새로운 경험에서 얻는 반짝이는 인사이트는 줄었고, 귀찮다거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것을 표현하는 일에 소홀했다. 그러다보니 인풋과 아웃풋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것이 지금의 이런 건조한 삶이 되게 한 거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 많이 읽고 듣고 느끼고 표현해야겠다. ‘나이가 들어서 그래’ 혹은 ‘바빠서 그래’라는 핑계는 이제 그만하기로 하자. 내 삶에 생기가 있고 말고는 나이와 상관이 없다. 그건 결국 내 마음가짐에 달린 것일테니 그 마음가짐을 달리 해보기로 한다. 많이 쓰려면 많이 느껴야 할테니 인사이트가 있는 곳을 열심히 찾아가보자! 감정에 솔직해져보자! 그리고 꾸준히 쓰자! 다시금 생기 있는 삶을 기대해본다.
나의 글쓰기는 이제부터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잊지 않기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