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라면보다 만들기 쉬운 리코타치즈만들기’라는 글을 보게 됬다.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치즈만드는 건 어려울 줄 알았는데, 라면보다 만들기 쉽다니! 쿠팡사이트에 들어가서 우유, 생크림, 레몬을 주문했다. 도전! 몇 번 실패하고, 결국 꽤 괜찮은 리코타치즈가 탄생했다.
다음날 학교 선생님들과 시식을 했는데, 어라!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입맛 까다로운 원장선생님에게도 합격이었는지 만들어서 팔아보라고 했다. 선생님들도 내가 만든 치즈에 양상추, 드레싱, 수다 삼매경을 곁들여 해피타임을 즐겼다. 결국 바자회에서 ‘정’s 치즈‘라는 이름을 붙여 팔았다. 이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1. 우유 1리터와 생크림(덴마크생크림 주황색이 제일 맛있다) 500밀리리터를 냄비에 붓는다. 소금은 밥숟가락 반정도 넣는다. 소금을 녹이기 위해서 좀 저어주고 가스렌지 불을 켠다.
2. 우유에 조금씩 기포가 올라올 때쯤, 미리 준비한 레몬즙을 넣는다. 레몬즙을 넣을 때가 제일 중요한데, 밥숟가락으로 5~10스푼 사이에서 조절을 잘해야 한다. 레몬즙을 덜 넣으면 유청분리가 덜되고, 너무 많이 넣으면 다 풀어져서 몽글몽글한 느낌이 없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마구 젓지 않는것이다. 냄비를 들고 살짝 돌려주는 정도면 된다. 뭉게구름처럼 단백질 덩어리가 잘 뭉쳐지고 노르스름한 반투명 유청이 분리되면 매우 성공적이다.
3. 그 상태로 30분 정도 더 끓여서 수분을 날려주고, 불을 끈다.
4. 어느 정도 식은 후에 고운 면보에 물이 빠지도록 부어주고, 면보를 잘 묶은 후에 싱크대 수전에 걸어둔다. 억지로 물을 짜내지 않아도 괜찮다. 너무 물이 많이 빠지면 퍽퍽한 리코타치즈가 된다. 반나절 정도 걸어두었던 면보를 탁탁 바닥에 쳐보면 단백질이 뭉치는 걸 볼 수 있다. 어떤 쉐프는 이때 조금 떠서 그릇에 쓱 발랐을 때 부드럽게 발리는 정도면 된다고 했다.
5.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하루 숙성해 주면 다음날 맛있는 리코타치즈를 먹을 수 있다.
잘 만든 리코타치즈는 농축된 우유의 고소한 맛이 난다. 혀로 입천장을 문질러보면 치즈가 입안에 부드럽게 퍼지면서 담백하다. 많이 숙성된 치즈의 꼬릿한 향 대신 우유의 투명한 냄새가 난다. 샐러드에 얹어서 먹으면 양상추의 아삭함과 치즈의 부드러움과 드레싱의 새콤함이 조화롭다. 치즈 자체의 맛이 강하지 않아서 부드러움과 고소함으로 다른 야채들을 감싸준는 맛이랄까? 선생님들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라고 하셨다.
우리집 식구들은 치즈를 즐기지 않는다. 심지어 나도 치즈를 좋아하지 않고, 내가 먹고 싶어서 만든 적은 없다. 심지어 가족들 먹으라고 만들어둔 것은 냉장고 안에서 유통기한이 지나버린다. 그런데, 학교 아이들하고 같이 만들며 치즈 수업을 하고, 바자회에서 만들어서 팔고, 선생님들과 간식타임을 가지고, 다른 지인의 집에 가서 만들어주기도 하면서 이 리코타치즈가 내 대표메뉴가 되버렸다. 맛있게 먹는 이들의 표정을 보면 행복이 올라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맛있다! 먹고 싶다! 매일 먹을 수 있다!’ 하는 말이 들리면 어느새 마트로 발길을 돌려 우유랑 생크림을 집어든다. 정‘s 치즈 공장 가동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