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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라쏭짱 Oct 19. 2019

3편 '새애기'의 등장과        첫번째 아깽이들

길고양이 애꾸눈 짹 장가들고 새끼들이 태어나다.

    짹이 우리와 터고 지내고 나서 얼마 후에 예쁘고 작은 갈색 고양이가 나타났어. 며칠 계속해서 보이더니 밥자리를 알고부턴 단골손님이 되었지. 물론 짹처럼 우리 마당에서 자거나 쉬지는 않았어. 늘 경계심이 가득해서 사료만 먹고는 잽싸게 없어지곤 했지. 어느 날 짹이 그 갈색 고양이를 올라타고 있었어. 목덜미를 살짝 물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꽤 오랜시간 그러고 있더라고.  그때 이름이 지어졌지. 우리 집 며느리 ‘새애기’라고.    

       

    이제 우리는 새애기가 짹의 새끼들을 낳는 것만 기다리면 되었지. 새애기는 배가 불룩해서도 밥을 먹으러 왔어. 고양이의 임신기간은 대략 65일이라 이맘때쯤 낳지 않을까 하면서, 집 앞 뒤 여기저기에 종이박스를 갖다 놓았어.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새끼 낳으러 갔나 보다’하고 ‘드디어, 드디어’했지. 어느 날 배가 홀쭉해져서 나타났어. 젖이 축 져지고 몸은  많이 말라 있었어. 살금살금 멀리서 뒤따라 가보니 길 건너 폐가 방앗간에 몸을 풀었더라고. 괜히 들여다보다가 예민한 새애기가 새끼들 보호한다고 어찌할까 봐 싶어서 가 보지도 못하고 수유를 위한 영양식을 준비해 주었어. 신기하게도 새애기가 어미가 되더니 그 맛있는 닭가슴살 덩어리를 바로 먹지 않고 물고 가더라고.  한 달 이상 지난 후에야  폐가 방앗간 창문에 올라가 자고 있는 아깽이(아기 고양이의 애칭)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1,2,3, 세 마리였어. 우리집 식구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망원경까지 동원해서 서로 보려고 다투었어.        

           

    새애기가 아기들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온 건 거의 세 달은 다 되어서였어. 충분히 나다닐 수 있을 때까지 보호하다가 드디어 길을 건너 온거지. 저녁 해가 어스름하게 질 때였는데 귀여운 아기 고양이 세 마리가 천방지축 집 앞 잔디밭을 뛰어놀고 있는 거야. 새애기는 근처에 앉아 연신 아기들이 눈 밖을 벗어날까 감시하고 있었어.  ‘너무 예뻐! 너무 예뻐!’ 소리가 입에서 끊이질 않고 나왔어.                  

    짹의 흰색과 새애기의 갈색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의 이름은 이렇게 지어졌어. 짹의 흰색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짹만이’. 목부분만 유난히 하얀 ‘짹목이’ 그리고 흰색이 꼬리에만 살짝 덮어 있는 ‘짹꼬리’. 이름을 지어주고 나니까 분명히 더 구별이 되었지. 고양이들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처럼 길에서 태어난 작은 생명들이 우리 가족과 엮어지는 순간이거든.   

 

    짹목이가 없어진 것은 이름을 지어주고 얼마 안 돼서야. 새애기는 하루에 두 번 정도 새끼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와서 사료와  캔을 먹고 갔었는데 언제부턴가 짹목이가 보이지 않았어. 새애기는 원래부터 새끼가 두 마리였던 것처럼 짹만이와 짹꼬리만 데리고 다녔어. 어디다 물어본 들 누가 대답해 줄 수 있을까? 짹목이는 우리가 겪은 첫 번째 상실이었어. 그 이후에도 많은 길 고양이들하고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을 거라는 걸 그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지.   

       

새애기와 아깽이 세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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