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mnsee Oct 23.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25

하지정맥

한동안 괜찮던 무릎이 몹시 아프시다고 합니다.

서너 달 전에 퇴행성 관절염때문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신 후로 한동안 통증이 없어졌다고 좋아하셨는데 재발이 된 것 같습니다.

한동안 없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을 때는 파스를 붙이면 견딜 만하다고 하셔서 파스만 계속 사드렸는데 한계에 도달한 모양입니다.

전날 밤에는 파스를 붙이셨는데도 너무 아파서 잠을 설쳤다고 하시네요.


어머니는 어지간해서는 아파도 아프다고 하시지 않기 때문에 어머니 입에서 아프다는 말이 나오면 저는 긴장을 하게 됩니다.     

저는 주사를 맞은 지 한참 지난 것을 기억하고 다시 병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때 어머니를 진료해 준 의사가 3개월 정도 지나면 강력한 주사를 다시 놔 드릴 수 있다고 했거든요.   

  

일요일에 미사를 마치고 어머니를 모시고 정형외과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어머니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하자 접수를 담당하는 직원이 진료실로 어머니와 저를 안내해 줍니다.     

의사는 어머니의 이전 진료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저는 의사에게 어머니의 증상을 얘기하고 그 강력한 주사를 다시 놔 달라고 부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더니 아무래도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하지정맥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퇴행성 관절염이 있으신 것은 맞지만, 그것보다는 하지정맥 때문에 통증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요.

그러면서 주사 한 번이면 증상을 말끔히 없앨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하지정맥이란 질병에 대해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그것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인 줄은 몰랐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통증을 없앨 수 있다니 앞뒤 가리지 않고 주사를 놔 달라고 부탁을 해 봅니다.     

주사 비용은 꽤 비쌌습니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주사인가 보죠?

여하튼 통증만 없앨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 보고 싶습니다.     


간호사는 어머니를 모시고 주사실로 데려갔습니다.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10분 정도 지나자 저를 불렀고 주사실로 뛰어 가보니 어머니가 얼굴을 찡그린 채 앉아 계십니다.

주사가 몹시 아팠던 모양입니다.     

그다음으로 물리치료실로 어머니를 모시고 가니 물리치료사가 기다렸다가 치료를 시작합니다.     

모든 치료는 30분 정도 만에 끝났습니다.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제발 통증이 사라져야 할 텐데….     


저녁에 전화를 드려보니 아프지 않다고 하시지만 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다음 날 퇴근길에 어머니 댁에 가서 어머니의 상태를 살펴보니 정말 통증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표정이 밝아졌고, 서랍에 넣어 둔 파스를 사용하시지 않은 것을 발견했거든요.

며칠 동안은 자다가 통증이 느껴지면 파스를 붙이곤 하셨는데, 전날 밤에는 통증 없이 잘 주무신 모양입니다.     

그 뒤로 몇 달째 어머니를 괴롭히던 통증은 다시 찾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아침저녁에 전화를 드리면서 꼭 무릎이 아프신지 여쭤보고 있는데 한 번도 아프다고 얘기하시지 않네요. 정말인 것 같습니다.

미련하게 파스를 붙여가며 버틴 몇 달이 아깝고 또 어머니께 죄송합니다.

주사 한 방이면 통증을 사라지게 할 수 있었는데….     


나이 드신 노인들은 대개 어디가 아파도 늙어서 그런 것이라고 가볍게 넘기시려는 경향이 있는데,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치매어머니와 동행 2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