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
어느 날 어머니가 치통이 심하시다고 합니다.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요.
치통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경험해 본 사람들은 모두 잘 압니다.
정말 죽고 싶어질 정도로 사람을 괴롭히죠.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평소에 가시던 치과로 향했습니다.
어머니 치아를 검사해 본 의사는 앞니 한 개를 신경치료 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제야 이해가 됩니다.
저도 신경치료를 해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아프더군요.
어머니 치통의 원인을 알고 보니 안심이 되면서도 나이가 드신 어머니가 그 아픈 치료를 견디실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어쩔 수 없죠.
치통은 마취 주사나 진통제로 맞설 수 없는, 그야말로 극한의 통증을 선사하니까요.
제가 예전에 치통으로 고생할 때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만일 무인도에서 이런 고통을 만난다면 자살을 하고 싶어질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어머니 상태를 살피더니 아무래도 자기들의 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어머니 치료를 위해서는 특수 장비가 필요하고 또 입원 치료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요.
그러면서 근처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가보라고 하며 진단서를 써 줍니다.
곧바로 어머니를 모시고 종합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순서가 오기를 한참 기다려 의사를 만났는데, 이것저것 검사를 해 보더니 다행히 입원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틀니였습니다.
신경치료를 하고 앞니를 뽑으면 지금 틀니는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군요.
어쩌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틀니를 좀 수리해서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하면서요.
그러나 어쩐지 의사의 목소리는 자신 없어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만일 틀니를 새로 제작해야 하면 3백만 원이 좀 넘을 거라고 합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옵니다.
3백만 원이면 부담스러운 액수인 것은 사실이니까요.
아무래도 동생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곧바로 1차 진료를 시작합니다.
저는 치료 과정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울 것은 알기에 걱정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한참 후에 간호사가 보호자를 찾습니다.
어머니는 진료 의자에 누워 계셨는데 고생하신 표정이 역력하고요.
좀처럼 힘들거나 아프다는 말씀을 안 하시는 어머니가 아파서 정말 혼났다고 한숨을 쉬십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가만히 손을 잡아드리자 어머니도 손에 힘을 줍니다.
그때부터 일주일 정도마다 병원을 방문하는 일과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출근을 해야 하므로 진료 시간을 가급적 오전 첫 번째 순서로 부탁하였고 다행히 치료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치료가 끝남과 동시에 어머니를 모시고 보호센터로 향하곤 했죠.
그래야 어머니 식사와 안전을 걱정하지 않고 출근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것이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치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