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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Jan 23. 2024

차선이 없는 나라 인도

감히 운전을 하시려고요?

  처음 아빠가 인도로 떠난다고 했을 때 걱정했던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즈음 우리 가족들은 아빠는 이제 운전을 은퇴하자, 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을 시기였다. 원인 모를 눈 상처의 치료시기를 놓친 이후로 아빠의 시력은 자꾸만 떨어지고 있었다. 급기야 운전하다가 나에게 저 신호등이 초록불이 맞나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인도라는 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이라니 걱정이 컸다. 근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빠는 신나게 대답했다. 인도 회사에서는 기사를 붙여준다고.


  우리는 동시에 너무 부르주아가 되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한국사람이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단다. 인도는 일단 운전석 위치도 다르고 도로 사정이 복잡해서 무조건 현지인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의아했지만 납득했다. 아빠가 보내 준 영상에서는 3차선 도로에 꽉 들어차 있는 차 네 대와 차 사이 틈새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인도의 교통수단) 여러 대와 사이사이에 서 있는 오토바이들까지. 온갖 교통수단들이 도로로 뛰쳐나온 모양새였다. 그 뒤로, 아빠의 퇴근길이 세 시간이 넘어간다는 사실이 납득이 되었다. 


  인도에 첫 발을 내디딘 날이었다. 저녁임에도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밀려오는 후덥지근한 열기에 감탄하다가 차에 올랐다. 운전석이 반대라는 사실에 새삼 신기해할 무렵, 공항 근처를 빠져나와 시내로 진입했다. 시내로 들어서자마자 아빠는 말했다.


  "웰컴 투 인디아!"


  빽빽이 들어찬 차들이 좁은 도로에서 빵빵거리고 있었다. 신기한 점은 그렇게나 고개를 들이밀고 경적을 울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약 열흘 간의 일정 중에서 단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 황당하리만큼 복잡한 도로 위에서도 나름의 질서라는 게 있었다. 



  공항이 있는 델리에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가는 날이었다. 무려 네 시간이나 이동해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출발했다. 휴게소에 들러 달달한 음료도 한잔 하고,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살이 타버릴 것 같은 햇빛이 같은 행성에 살고 있는 게 맞는지 새삼 신기해질 지경이었다. 


도로에 있던 인도의 작은 휴게소, 줄지어 매달려 있는 귀여운 쓰레기통이 시선을 끌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거의 다 도착할 즈음이 되어서야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한가했던 고속도로와는 다른 시내가 펼쳐져 있었다. 그때였다. 멍하니 창밖을 보며 가는 중에 릭샤 여러 대와 차 여러 대가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시작될 살벌한 인도의 교통상황을 상상하고 있는데 별안간 차 한 대가 역주행으로 오는 게 아닌가.


  아무리 인도의 도로사정이 복잡하고 어이가 없다지만 차를 스쳐가는 역주행 차량을 보고 있자니 이게 맞나 싶었다. 그리고 바로 뒤에 연달아 오는 다른 차. 두 대가 연속으로 역주행을 하는 모습을 보자니 그땐 아차 싶었다. 아무리 인도 도로 어렵다 복잡하다 하지만 지금 운전하는 기사님도 인도 사람이 아닌가. 아, 혹시 우리가 역주행을 하고 있는가 보다. 살다 살다 역주행하는 차 안에 타 있는 이 순간이 황당하게 무서웠다.


  잠깐의 황당과 당황을 마치고 코너를 돌아보니 다행히 우리가 역주행을 한 건 아니었다. 넓었던 도로가 공사로 막히면서 좁은 도로와 합쳐지는 구간이었다. 한국이었어도 어느 나라였어도 밀렸을 구간이지만 인도는 또 달랐다. 길이 가다가 막히니 그냥 역주행으로(!) 돌아가는 차량들이 있었던 거였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기다리거나 다른 곳으로 빠질 생각을 하는 게 대다수지만 인도 사람들은 막혀? 그럼 다른 곳으로 가지 뭐. 하면서 그냥 핸들을 꺾어 유턴을 해서 가버리는 거였다. 


  "웰컴 투 인디아!"


  그 인사만 다시 곱씹을 뿐이었다. 바야흐로, 인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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