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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리에 Nov 12. 2022

 나의 얼굴은 어떤 풍경?

벚꽃 잎 휘날리는 봄 풍경이 내 얼굴에 그려지고 싶어

기억에 남는 최고의 칭찬은 무엇인가요?


언제, 누구에게 그 칭찬을 들었나요?

최근에 들은 최고의 칭찬은 "선생님은 세상을 너무 행복하게 만족하면서 사는 얼굴이에요."라고 내가 지도하고 있는 중3 남학생이 한 말이다. "내가 그렇다고?" 다시 한번 더 그 학생에게 물었다.

"네~,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한테 모두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할걸요."라고 그 남학생이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의아하면서도 내심 굉장히 기뻤다. 조금 의아했던 이유는 요즘 학생들에게 환하게 웃지도 않고 조금은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한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서이다. 그리고 내심 기뻤던 이유는 내가 타인에게  '행복하게 만족하면서 사는 얼굴'로 비치었다니 말이다. 그리고 그 중3 남학생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평소에 많이 예민하고 꼼꼼하며 눈썰미도 좋고 특히 관찰력이 뛰어난 친구이다. 다른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헤어스타일, 신발, 옷이 바뀌었는지 어디가 아픈지 하면 금방 알아차리는 관찰력이 좋은 성격이다. 그런 성격을 가진 학생한테서 '세상을 너무 행복하게 만족하면서 사는 얼굴'이란 칭찬은 최근에 들은 정말 최고의 칭찬이었다.

 

그것이 최고의 칭찬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1860년, 대통령이 된 링컨이 추천된 사람 면접을 본 후에 그 사람의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라고 했다. 그러자 추천을 한 사람이 "타고난 얼굴은 부모의 책임일 뿐, 본인의 책임이 아니지 않으냐"라고 말하니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흔 이후의 얼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링컨이 대답했다고 한다.

이 링컨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링컨의 말에 동의한다.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흔적이 얼굴에 나타나고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까지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학생한테 들은 말은 내가 '삶을 행복하게 살고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밝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얼굴에 나타나 보인 것이다. 마흔 이후의 내 얼굴에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인생이 보인 것이다.




물이 반쯤 차있는 컵을 보고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아직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물이 반 밖에 없네"라고 생각을 한다고 한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그동안 삶을 살아오면서 "아직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 "아직 쓸만한 물이 많네, 아직 더 쓰고도 남겠네, 남은 물을 누구에게 주고도 남겠네."라고 대답을 했었다. 누군가 나에게 정말 힘든 고생을 한 적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렇게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조금은 힘들었겠지만 그냥 즐겁게 여행 다녀오듯이 잘 지나온 것 같아요."라고 대답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힘든 점을 수치로 나타어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도 분명 힘든 적은 있었다. 아버지가 20년 전에 뇌출혈,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수입 없이 집에서만 지내셨고 그리고 작년에 돌아가셨다. 내 여동생은 무용을 전공한 긴 머리 아주 예쁜 여고생이었는데 고3 시절에 왕따도 당하고, 나쁜 친구들로 인해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반복했다. 10여 년 전부터는 단지  생각엔 정상인에 가까울 정도록 정신이 맑고 똑똑하다. 하지만 사회생활과 멀어진 지 오래라 친구는 엄마, 나, 오빠, 장애인 생활 지원사, 그리고 엄마 가게 손님들 뿐이다. 그중에 제일 친한 친구는 나라고 자부할 수 있다. 오빠는 지금은 세종에서 보건복지부 나라 일꾼으로서 공무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대학 졸업 후 10여 년 넘게 직업도 돈도 없이 공무원 시험 준비만을 한 공시생이었다. 지금은 안정된 국가 공무원이지만 그 기나긴 세월 속에 잘난 인재 하나 나이만 먹고 폐인이 되는 줄 알고 노심초사한 세월이 얼마나 길었던지.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내고 지내왔는지 내 자신과 가족들이 참 기특하다고 칭찬하고 싶다.

 그렇치만 그 힘든 시절을 난 그냥 그대로 현실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그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찾았고 더 잘 해내기 위해 앞을 바라보고 도전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며 뒤를 쳐다보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써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내 시선과 방향은 대부분 긍정적이었고, 뒤보다는 앞에 두었고, 그 선택을 한 후에는 후회하지 않고 만족하며 앞으로 실천해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중3 학생에게 들은 그 말을 더 많은 사람에게 듣고, 더 많은 날들에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벚꽃 잎 휘날리는 봄 풍경이 내 얼굴에 오랫동안 그려질 수 있도록 오늘도 좀 더 웃고, 웃으며 눈부신 하루를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다.
 한 권의 책이다.
얼굴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ㅡ오노레 드 발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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