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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사는 투칸 Apr 11. 2022

육아휴직자의 월요병 투병기

휴직 전보다 더욱 격한 월요병을 앓다

육아휴직 전, 일을 할 때 물론 월요병은 있었다. 일요일 밤이 되면 몸이 괜히 더 찌뿌드드하고 우울해지며, 월요일 아침이면 언제 금요일이 오나 오매불망 기다리며 출근길에 로또를 사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월요병이었다.


그리고 출산휴가 중에는 먹고 자고 산책하고의 반복이라 월요병이 일시적으로 나았다가, 출산  육아휴직에 들어가며 월요병이 재발했다. 그것도 직장에 다니던 때보다 더욱 격렬하고 깊은 월요병을 앓게  것이다.



출산과 함께 시작된 신생아 육아는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 의사소통 방법은 오로지 울음뿐인 작은 인간과 부대끼는 하루에, 내가 없다면 생존할  없는  작은 인간을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해지니 숨이 턱턱 막혔다.


병원에서도 24시간 아이와 부대끼긴 했지만, 이럴  이렇게 저럴  저렇게라고 조언해줄 프로들이 지천에 있었고, 분유 달라고 하면 분유가 방으로 배달되고, 유축을 하러 가면 유축한 모유만 챙겨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퇴원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의 요구에 대응하는 법도, 돌발상황에 대한 판단도,   젖병 설거지나 소독 같은 자잘한 집안일에 이르기까지, 전부 나와 스웨덴 남자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평일 , 스웨덴 남자가 출근을 하고 나면 모든 것은 나의 몫이 되었다.


그렇게 하루를 오롯이 아이의 욕구 충족을 위해 살다 보니 어느 날부터 스웨덴 남자의 퇴근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주인이 출근하고 나면 홀로  집을 지키며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심경이 이해가  지경이었다. 육아가 힘들어서, 라는 이유도 물론 있지만 무엇보다도 외로웠다. 볕이  드는 창가에서 수유를 하다 멍하니 밖을 쳐다보며 어른이랑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텍스트로만 보면 처연한 드라마 여주인공 같지만, 현실은 과 아기의 침이 묻은 파자마를 입고 오후가 되도록 세수도 못한  머리는 산발을  애엄마였다. 그 사실이 또한 슬펐다.


나는 스스로를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 여겨왔고, 실제로 출산 전만 해도 혼자 놀기가  취미이자 특기였다. 그러나 신생아 육아란 혼자놀기 아니었다. 수면, 식사, 배변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자유로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놀기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혼자 ‘구르기랄지.



그러다 보니 일요일 밤이 오면 회사 다닐 때보다 격하게 심신이 반응했다. 주말 동안은 스웨덴 남자와 육아의 짐도 나누고 (비록 대부분의 주제가 아이에 대한 것일지언정) 대화도 나눌  있었으며, 조금 여유를 부리며 샤워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월요일이 오면 또다시 나는 정신과 시간의 방에 갇힌 심정으로 12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야말로 공포의 월요일이었다.


정말 시간이 너무너무 안간다

그래서 나는 집안에 적극적으로 사람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시에서 파견해주는 산후 헬퍼 이모님을 하루에 2시간씩 주 2회 모시고 집안일을 부탁드리고 있는데, 이모님과 5분, 10분이라도 수다를 떨면 그래도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리고 몇 안되나마 친구들도 적극 초대했다. 갓 태어난 생명은 항상 관심의 중심인지라, 친구들도 선뜻 초대에 응했다. 주중에 조금이라도 덜 고독하게 시간을 보낼 방법을 열심히 궁리했고, 이는 현재 진행 중이다.


아이가 성장하여 조금이나마 사회적 교감이 가능하게 되면 월요병이 나아질 것인가. 초보 엄마는 오늘도 아이를 품에 안고 월요병에 허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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