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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사는 투칸 May 11. 2022

곤니찌와 아까쨩! 아기를 위한 일본 행정제도

소소하고 세세한, 일본스러운 행정 시스템

아이가 태어나고 구약소(구청)에 출생신고를 하면 어린이 가정과(こども家庭科)라는 부서 담당자와 상담을 하게 된다. 이때, 아동수당과 어린이 의료증 등을 발급받기 위한 행정 절차와 더불어 구약소에서 총 2번, 가정 방문을 한다는 안내를 받게 된다.


하나는 곤니찌와 아까쨩 방문(こんにちは、赤ちゃん訪問/안녕 아가야 방문)이라는, 방문 담당자가 현관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넘겨주고 아이는 잘 크는지 엄마의 기분은 어떤지 간단히 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방문이고, 둘째로는 어린이 가정과의 지역 담당자가 집에 방문해서 아이의 양육 환경과 육아 현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묻고 살피는 방문이다. 지역마다 형태나 이름이 다를 수는 있으니 첫 번째 곤니찌와 아까쨩 방문은 대체로 모든 지자체에서 행하고 있는 듯했다.


나 역시도 총 2번의 가정 방문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꽤 세세한 정보는 물론 외국인 부모가 아이를 기르는 가정을 배려한 지원 안내까지 받을 수 있어 꽤 만족스러웠다.


곤니찌와 아까쨩 방문에서는 아이 없이 나만 현관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때 요코하마시에서는 선물로 아기 장난감을 준다. 그냥 심플한 빨간 딸랑이라 솔직히 처음 받았을 땐 속으로 ‘도쿄는 아기용품 살 수 있는 10만 엔 포인트 준다던데…’ 했는데, 기묘하게도 아이가 좋아해서 요즘 아이가 가장  갖고 노는 장난감이 되었다.


꼭 쥐고 놓아주질 않는 딸랑이
외국인 부모를 위한 티타임 안내

현관 앞에서 자료만 받는 곤니찌와 아까쨩 방문과는 달리, 어린이 가정과 담당 공무원의 방문은 꽤 오래, 세세한 영역까지 체크하려는 목적이 보였다. 우선 사전에 방문 날짜와 시간을 잡았는데, 원한다면 아기의 체중을 잴 수 있도록 아기 체중계도 들고 와준다고.


나는 체중을 재길 원해서 담당자가 방문 후 제일 먼저 아기 체중을 쟀는데, 기저귀만 입혀서 재면서 혹시 아기가 학대를 당하진 않는지, 몸에 문제는 없는지 체크하는 것 같았다. 그 후에는 양육 환경을 보면서 산모인 나의 심신 상태를 심도 있게 물었다. 대략 30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에서 참가할 수 있는 아기 동반 이벤트와 구청에서 하는 4개월 검진에 대해서도 안내받았다.




 번의 방문에 대한 인상은 전반적으로 소소하고 세세하다는 것이었다. 뭔가 대단히 챙겨주는  같지도 않지만 뜯어보면 은근 세심한 배려가 담겨있는, 딱 일본스러운 느낌. 특히 내가 외국인이고 코로나 시국에 가족들이 일본으로 와줄 수도 없어서 육아를 도와주거나 상담할 상대가 없다는 점을 담당자는 매우 걱정했고, 그에 맞춰 정보와 내가 누릴  있는 혜택을 안내해줬다. 지역 이벤트엔 자기도 참석하니 꼭 와달라는 말도 덧붙이며. 나로서는 해외에서 덩그러니 혼자 육아를 하는 고군분투를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담당자의 권유를 받았으니 다음 달엔 지역 이벤트라도 나가볼까, 겁쟁이 초보 엄마는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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