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 인생 처음으로 글이란 걸 써 본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9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무슨 대단한 걸 이루겠다고 글을 쓰는 건 아니다. 그저 꿈도 열정도 욕심도 모두 사라지고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밥이나 축내고 부모님 등골이나 쪽쪽 빨던, 세상 제일 한심한 사람이었던 시기에 바닥을 찍은 나의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 했었다. 그게 의미가 있고 없고는 나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일기처럼 내 한심했던 매일매일을 기록하고 곱씹으며 내일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되자는 취지로 썼다. 당연한 말이지만 글은 고사하고 학업과 담을 쌓으며 평생 제대로 읽은책 하나 없던 내가 첫 글부터 좋은 글을 쓰기란 어불성설이었고, 아무리 읽어봐도 남에게 보여줄 수준의 글이 아니었기에 난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포기했다.
22년 짧은 인생 살면서 그나마 남들보다 딱 한걸음 앞서있던 건 꽤 여러 장르의 음악을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많이 들어왔다는 것 하나밖에 없었고, 그렇게 난 음악에 관련된 에피소드라던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내 생각은 배제하고 요약, 정리하며 글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 생각을 글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제보단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들며 이제야 남들이 읽어도 조금은 덜 부끄러운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었다.
이 매거진에서는 내가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글을 쓰며 "언젠가는 써보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이야기들을 쓸 생각이다. 엄청 거창 한 건 아니라고 위로하고 싶지만, 사실 거창한 주제가 맞다. 그렇다고 주눅들어 글을 쓸 생각은 없다.
이 매거진에서 이야기할 주제는 재즈다. 재즈를 한 명의 인물로 생각하고, 그 인물의 일생을 담은 전기를 쓰듯 재즈의 탄생부터, 현재진행형 중인 현재의 재즈까지, 큼지막한 사건과 시대별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을 적절히, 가능한 재미있게 쓰고싶지만 일단은 이해에 초점을 맞추려한다.
이 매거진을 읽을 때 한 가지 당부하자면, 난 원활한 이해와 편의를 위해 재즈의 역사를 뉴올리언스 재즈 - 스윙 - 비밥 - 쿨 - 하드밥 - 프리 - 퓨전 재즈로 시대를 단순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 구분은 한쪽이 완전 몰락하고 다른 쪽이 새로 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프리재즈의 전성기에도 스윙, 비밥, 쿨, 하드밥 재즈는 존재했다. 단지 재즈의 중심이 프리재즈로 몰려있던 것이다.
그리고 쿨 재즈가 비밥 재즈의 뜨거운 열기에 반발하여 나온 음악이라 하여 쿨 재즈의 연주자들이 비밥 재즈를 기만하거나 멸시하지 않았음을 미리 알려두고 싶다. 재즈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처럼 힘과 권력으로 시대의 이동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취향에 의하여 이뤄진 것임을, 그리고 재즈는 새로운 표현법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 발전이 이뤄졌으며 그 과정 속엔 이전의 음악을 완전히 배제하는 게 아닌 장점을 포용하고 변화를 주는 과정에 의하여 재즈의 발전이 이뤄졌음을 꼭 알고 앞으로의 글들을 읽어줬으면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 이야기들은 직접 보고 배운 것도 있고, 비교적 사실관계가 명확한 책과 인터뷰에서 얻은 정보들도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정보들도 많다. 당연히 사실관계가 명확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만 엄선해서 작성하려 노력하겠지만, 잘못된 이야기를 전달할 수도 있다. 또한 나는 음악을 업으로 삼고 수십 년을 음악을 연구해온 분들보다 음악적 깊이도, 표현도, 생각도 많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분명히 내 글은 다른 전문가분들이 쓴 글보다 많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재즈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는 가정하에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전문적인 용어가 나오게된다면 따로 설명을 덧붙이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다.
내가 모든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할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빠르게 써내려갈 실력이 있는것도 아니기에 이야기들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지는 않겠지만, 이 매거진은 계속 수정되고 추가될 것이다. 느리고 부족할지라도, 한번 읽고 말지라도 재즈를 좋아한다면 응원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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