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안까지 물이 들이찼어요. 키우던 딸기 모종도 물에 잠겼고요.”
논산시 수해 현장으로 달려간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인팀과 시민에게 마을 주민분이 해 주신 말씀입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설하우스에는 아직까지 바닥에 찰랑거리는 물이 고여있었습니다. 큰 호우 피해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도 치우지 못한 흙과 딸기 모종들이 가득했습니다. 주민과 농장주는 서울에서 논산까지 달려온 자원봉사자와 그린피스 직원을 반갑게 맞이해주셨지만, 쉬는시간에는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수해의 상처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7월 21일 금요일, 그린피스는 봉사자와 함께 논산시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았습니다. 급박한 상황으로 인해 단 하루동안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음에도 20명이 넘는 분이 자원봉사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수해 복구에 힘을 싣겠다는 마음으로 직장에 연차까지 내고 참여하거나, 저녁에 출근을 해야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서 참여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간단한 참가자 교육을 버스 안에서 마친 후, 그린피스 직원과 봉사자는 버스에서 내려 딸기 육묘장 시설하우스 복구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는 곳곳에 쌓여있던 흙을 마대자루에 담에 묶어놓고, 마대자루 안에 묶여 있는 흙을 시설하우스 밖에 옮겨놓는 일이었습니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날씨 속에서 주민들과 참가자들은 서로를 도우며 시설하우스 정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혼자서는 들지 못하는 마대자루를 함께 옮기는 동안 많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수해 현장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현장에 서있었기 때문입니다.
폭우 직후 논산시에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논산의 하늘은 바로 일주일 전 수해가 있었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만큼 맑았습니다. 논리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극심한 기후위기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삶으로 가장 먼저 찾아오고 있습니다. 기후재난의 문제는 더 이상 재난영화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시설하우스 내 토사물 정리가 한 차례 마무리 되자 시설하우스 구조물 위에 놓여있는 딸기 모종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수해 피해 현장으로부터 살아남은 딸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어진 마을 주민분의 설명은 달랐습니다. 마을 주민분은 이미 침수 피해를 입은 딸기는 상품으로 출하되는 것이 어렵기에 모두 폐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열심히 키워온 농작물을 스스로 폐기해야하는 주민의 심정은 어떠한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점점 깨끗해져가는 시설하우스를 보며 뿌듯함과 무거운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일 그린피스 자원봉사단이 논산시 수해 현장을 방문하기 전 작업을 하고 있던 주민은 단 세 명이었다는 소식도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 재난의 현장에 따뜻한 마음을 모아주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크기에 수해 지역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5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는 강릉 산불 피해지역을 찾았었습니다. (참고 : 소나무 숲부터 문화재까지 불타버린 강릉) 강릉 산불 지역을 방문하며 그린피스에서는 이러한 말을 남긴 적 있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산불과 홍수 같은 재난이 더 심해질 것인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강릉 산불 피해의 상처가 다 낫기도 전에 대한민국에는 다시 큰 수해가 있었습니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기후재난의 문제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은 사회가 철저하게 이를 대비해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아직까지 도움의 손길이 간절한 극한 호우 피해 지역과 함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물질적 지원과 더불어 필요한 것은 수해 피해 지역의 주민과 함께 아픔을 나누는 일일 것입니다. 재난의 현장에서 다시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을 지탱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공동체 성원으로서의 우리의 몫이기도 합니다.
그린피스에서는 기후재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향후 더 많은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모두 함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린피스는 기후재난으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더불어 이번 수해 피해지역에 대한 복구와 지원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