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
최근 유엔은 기후변화에 관한 중대한 발표를 했습니다. 지구의 온난화 시대(Global Warming)는 가고 끓는 시대(Global Boiling)가 왔다는 것입니다. 폭우와 폭염,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수 많은 인명피해가 벌어지는 오늘날, 그린피스는 왜 벌을 지키려 할까요?
꿀벌을 비롯한 수분매개곤충은 전 세계 100대 식량의 71%, 개화식물의 87%의 수분을 책임집니다. 이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식량안보의 붕괴 뿐 아닌 생태계의 연쇄적 파괴 현상마저 벌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꿀벌은 생태계의 위험을 알 수 있는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합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다가올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대상을 의미합니다. 탄광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를 미리 파악하고자 광부들은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갱도를 내려갔다고 해요. 꿀벌이 사라지는 요인은 야생벌에게도 유사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꿀벌이 사라지는 환경이라면 4,000여 종에 달하는 국내 야생벌과 나비, 파리 등 다른 수분매개곤충에게도 치명적인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반도에 있는야생벌과 기타 수분매개곤충의 개체수는 확실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곤충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상황임은 꿀벌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작년 초 78억 마리가, 올해 초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져, 매년 그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수 많은 시민과학자들은 야생벌의 관찰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언급해, 수분매개곤충이 위기에 빠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꿀벌과 야생벌은 기후변화, 살충제, 전염병 등 다양한 원인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벌의 먹이가 되는 꽃과 나무인 밀원식물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져, 벌이 동면에서 깨어나 먹을 게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유럽에서 야외 사용이 금지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논밭을 넘어 주위의 숲에 뿌려지고, 꽃과 나무에 묻은 살충제가 벌의 목숨을 위협합니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꿀벌의 기생충인 응애는 더욱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벌의 생존을 위해서는 밀원식물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이 밀원식물이 있는 면적은 지난 50년간 약 70%나 줄어들었으며, 그 종류 역시 아카시나무 한 종에만 집중되었습니다. 그 결과, 얼마 남지 않은 밀원수가 꽃을 피는 시기도 4~5월에 한정되어, 국내 꿀벌은 주로 설탕만 먹고 생존하게 됩니다. 설탕에는 밀원식물에 있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없기에, 면역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살충제와 전염병 피해에 더욱 취약해집니다.
이러한 산림정책은 벌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산불 역시 잘못된 산림정책으로 그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산림청의 ‘숲가꾸기’사업은 소나무를 우선적으로 심고 참나무와 자작나무 등 활엽수는 베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기름 성분이 높아 불에 더 잘 타는 수종입니다. 소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나무가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소나무만 남은 숲은 산불에 불쏘시개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에 무수한 학자들은 한국의 산림정책을 두고 ‘녹화는 성공했으나 조림은 실패했다’ 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의 산림이 잘못된 정책으로 심어졌다고 해서, 이를 모두 벌목하고 새로 심는다면 더 많은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기존 산림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동식물이 터전을 잃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벌목 과정에서 토양에 저장되었던 탄소가 일시적으로 배출되어, 이미 가시화된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기존의 산림을 지키고 밀원면적을 넓히기 위해서는 국내 유휴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2년 이상 농사를 짓지 않은 농경 유휴지의 경우, 해당 지역에 토착 밀원식물을 조성해 수분매개곤충의 서식처로 전환한다면 인근의 농업 생산량도 늘리면서 밀원면적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피해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라 기존의 생태계를 보전, 복원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합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벌과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생태계를 위해 적극 나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