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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보호 역사의 오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제사회에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금지하는 협약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입니다. 
매년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의 주관하에 런던협약·런던의정서 협약을 채택한 당사국들이 참가하는 총회가 열립니다. 그린피스는 반세기 넘도록 폐기물 해양 투기를 감시하며 해양 보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IMO의 분과별 회의와 총회에 참석해 왔습니다. 
IMO 총회로도 잘 알려진 런던협약·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는 오는 10월 2일부터 개최됩니다.

1982년 8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북대서양에서 네덜란드 선박을 추적해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저지하고 있다.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의 역사


각국 정부와 원자력 업계가 선박을 이용해 바다에 핵폐기물을 투기해 온 역사는 1946년으로 거슬러 오릅니다. 이에 반발한 여론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하는 1972년에 런던협약이 체결되고, 이어서 1996년에 각국의 이행 의무를 강화하는 런던의정서가  채택됩니다. 
당시 영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에서는 군사 및 상업용 핵실험 등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쌓여가는 핵폐기물을 쉽고 저렴하게 처리하고자 해양 투기라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고체 및 액체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이죠. 망망대해 한 가운데에 버리면 눈에 보이지 않고 방사성 폐기물은 희석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독일과 일본을 포함한 상업용 원자력 발전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었던 다른 국가들도 이 같은 해양 투기를 지지했습니다.

2023년 8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까지 핵폐기물의 해양 투기 역사는 30년 전에 멈춰있었습니다. 1993년 10월, 러시아 해군 함정 TNT27호가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국제 수역에 액체 및 고체 핵폐기물 9백 톤을 투기한 사건이 마지막이었죠. 당시 러시아 정부는 저장 공간이 부족하고 처리가 시급하기에 투기하는 것이며, ‘국제기준’에 따라 버리는 것이라 안전하다고 정당화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30년 전 입장이 매우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왜일까요? 


해양 보호 역사의 역행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30년 전 러시아가 버린 900톤의 핵폐기물과 비교하면, 지난 8월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방류하고 있는 오염수는 134만 톤이 넘습니다. 방류는 30년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로에 남겨진 최소 880톤의 핵폐기물을 제거하기 전까지 지하수 오염은 계속되며, 원자로에 붓는 냉각수도 전량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1993년,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핵폐기물 해양 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협조를 요청하고 IMO 총회를 적극 활용해 투기가 금지될 때까지 국제적 압박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일본 정부는 134만 톤이 넘는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 시작했고, 그 물은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고 정당화합니다. 30년 전 소련과 러시아가 핵폐기물 해양투기를 설명하기 위해 완성한 거짓 논리들이 현재 일본 정부의 입장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1993년 초,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러시아의 핵폐기물 처분 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개입하지 않았고 이 사실을 일본에 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IAEA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뒷받침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한’ 오염수 처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IAEA는 1957년 설립 규정에 명시된 대로 원자력 산업의 이익을 지원하고 증진하는 역할을 꾸준히 수행했을 뿐, 환경이나 공중 보건을 보호하는 덴 관심이 없습니다.

1993년 10월, 그린피스 활동가가 러시아 해군 함정 TNT27호가 투기한 핵폐기물로 인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끈질긴 그린피스의 감시와 폭로


1970년대부터 그린피스는 핵폐기물 해양 투기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수년간의 조사 와 끈질긴 캠페인 끝에 1993년 10월 18일, ‘핵 없는 바다’ 캠페인(the Nuclear Free Seas campaign) 팀은 러시아 해군의 핵폐기물 해양 투기 기밀 작전을 촬영해 전 세계에 폭로했습니다. 러시아의 TNT27호와 해군 선박들이 핵폐기물을 추가로 배에 실으려고 항구로 돌아왔을 때 전 세계가 그린피스의 폭로를 주목합니다. 드디어 러시아의 핵 폐기물 투기 사실이 알려진 것이죠. 결국 핵폐기물을 투기하려고 했던 TNT27호는 항구를 떠나지 않았고, 러시아 정부는 10월 22일 추가 폐기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출발한 그린피스 해양감시선이 일본에 도착했을 때, 일본 정부도 변경된 정책을 발표합니다. 더 이상 핵폐기물 해양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또, 1993년 11월 IMO 총회에서 모든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금지하는 런던협약 개정안을 지지했습니다. 그때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해양 방사능 오염의 종식을 촉구하기 위해 IMO 쵱회에 참석했었죠.

저도 작은 역할을 했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핵 투기 계획을 알리는 텔렉스(무려 30년 전이였답니다!) 사본을 들고 서울에서 도쿄까지 한스 블릭스 당시 IAEA 국장을 쫓아다녔죠.  당시 그린피스 동료인 존 스팽글, 트윌리 캐논, 디마 리트비노프, 토마스 슐츠, 피트 윌콕스 선장 등 그린피스 선원들이 러시아 해군과 대치하는 모습을 NHK TV에서 보며 받은 감동은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합니다.

그린피스가 러시아의 핵폐기물 투기를 폭로한 후, 일본 정부가 러시아 극동 지역에 핵폐기물 저장 및 처리 시설을 추가로 건설하는 데 재정적 지원을 결정한 것도 또 다른 성과 중 하나입니다. 그린피스는 지난 수년간 IMO 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이야기하며 이 부분을 강조해왔습니다. 


1993년 10월 핵폐기물 해양 투기를 저지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러시아 TNT27호가 대치 중이다.

당사국 간 논쟁 중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런던협약·런던의정서의 목적은 인류가 배출한 방사능을 포함한 각종 오염으로부터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런던협약·런던의정서와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파이프라인으로 방류되는 오염수는 ‘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지난 2년 동안 일본 정부는 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가 아닌 IAEA에서 논의되는 것이 적절하다며 논의를 중단시키려고 했습니다. 배에서 바다로 투기하는 핵폐기물과는 다르게 파이프라인을 타고 방류되는 방사성 폐기물은 안전하다는 것인가요? 그린피스는 의견서와 총회 발언을 통해 일본 정부의 터무니 없고 비과학적인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수년간 IMO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안을 검토할 과학적 실무 그룹을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산하에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장기 보관과 최선의 처리 기술을 후쿠시마 제1원전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2021년 10월 IMO 총회에서 이 방안을 고려하는 것을 거부했고, 미국, 프랑스, 영국이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와 칠레, 중국, 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와 팔라우 정부는 실무그룹에서 방류의 대안을 검토하자는 안에 찬성했습니다. 만장일치에 따라 운영되는 회의에서 일본의 반대가 있다 보니, 대안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총회에 참석한 그린피스 데이비드 산틸로 선임 과학자는 IAEA가 과연 일본과 방류가 아닌 다른 대안을 논의할 수 있을지, IAEA의 역할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년 IMO 총회 법률국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해양 투기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는 답변을 내렸습니다. 


2011년 5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두 달 뒤 후쿠시마 제1원전 앞 바다에서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해 해수와 해조류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논의를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에서 제외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는 역사를 역행하는 모순입니다. 1993년 러시아의 핵 폐기물 투기 사건으로 시민들과 정치권의 공분을 샀고, 이후 일본 정부는 런던협약 개정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30년 전 일본 정부의 선택은 방사성 폐기물로부터 일본 연안 해역을 보호하고 시민들과 어업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자국의 이익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옳고 정당한 일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고의적인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여전히 옳고 정당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 정부는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자국민과 도호쿠 연안 어업인들의 의견과 권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방류 결정은 후쿠시마 어업 연맹의 의견을 준수하기로 한 합의에 위배됩니다. 일본 정부는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이웃 국가의 우려와 반대를 무시한 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런던협약·런던의정서에서 핵 폐기물 투기 금지를 명문화하는 데 역사적 역할을 한 일본이 그 장본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0년 8월 방사성 폐기물의 운반을 막기 위해 접근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을 물대포로 쏘는 러시아 수송선의 모습.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오염수 방류는 2023년 8월에 시작됐지만, 종료 시한은 없습니다. 수십 년, 어쩌면 다음 세기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다른 정책과 접근법을 채택할 때까지 방사성 폐기물 배출은 계속되겠죠. 런던협약·런던의정서 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부와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 제기를 멈추지 않을 것 입니다. 

다음 편에선 지난 IMO 총회에서 그린피스 활동들과 10월에 개최되는 이번 IMO  총회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되어 어떤 논의들을 기대해볼 수 있을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는 해양 보호의 역사를 퇴보시켰지만,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오염수 방류는 우리를 멈추게 하는 이유가 안 됩니다. 변화를 위한 우리의 목소리와 행동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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