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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지도 Jan 16. 2020

상속, 그 찬란한 이름

샤리아 (Shari’a, الشريعة)에 대하여

 

어느날, 친구가 야단법석을 떨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 그거 알아? 여기 이슬람 국가잖아. 그래서 상속이나 친권 등을 정할 때 무조건 남자 위주래. 그 “샤리아”라는 거 있잖아. 이슬람 법. 그게 바로 적용된다네. 그래서 우리가 여기 살다가 갑자기 사고로 남편이 죽잖아? 그러면 남편 명의로 된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이런 거 전부, 아내한테는 권리가 없거나 아니면 1/8 밖에 안 준대.
 남편 쪽 가족들이 거의 다 가져간다더라. 게다가 더 어이없는 건 뭔지 알아?
미성년 자녀 있잖아. 우리 애들.. 아빠가 사망하면 U.A.E. 정부에서 데려간대.
진짜 어이없지 않냐? 멀쩡히 엄마가 살아있는데, 정부에서 애들을 데려가다니!
결국 남편 쪽 형제가 와야 애를 찾을 수 있다네.
그래서 요새 유언장이랑 친권자를 미리 등록해 놓는 게 유행이래.
나야 뭐 재산이랄 것도 없어서 유언장에는 별 관심이 없는데, 애들 데리고 가 버린다는 말은 엄청 신경 쓰이데. '친권자 지정서'라도 미리 등록해 둬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그냥 뜬소문일 것 같은데…”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아무리 우리가 U.A.E. 에 살고 있다지만 엄연히 대한민국 국적자인데 그렇게 이슬람법이 직접 적용될 수가 있나? 부동산이야, 부동산 소재지법이 우선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그 외 재산이랑 친권자 지정 문제는 너무 이상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봤더니 이곳에서 유명한 일간신문에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The Dubai Government’s official website states that ‘the UAE courts will adhere to Sharia law in any situation where there is no Will in place” 


그렇다면, 친구 얘기가 진짜인가?




<Shari’a에 관하여*>


이슬람법은 통상 “샤리아”(Shari’a, الشريعة)라고 알려져 있는데 “샤리아”는 아랍어로 길(path)이라는 뜻이고, 무슬림이라면 따라야 할 종교적 의무 지침이며, 무슬림의 생활 전반을 다스리는 알라(Allah, 하나님, الله)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이슬람 국가는 한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에, “이슬람법을 수용하고 따른다 혹은 이슬람법을 기본 법원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U.A.E 헌법(دستور الأمارات العربية المتحدة)도 이와 다르지 않다. 헌법 제7조에서 “Islam is the official religion of the UAE. The Islamic Shari’a is a main source of legislation in the UAE. The official language of the UAE is Arabic.”라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U.A.E. 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는 이슬람법과 실정법이 공존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슬람법은 약 7세기부터 현재까지 그대로 존재하지만,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법만으로는 시대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는 서구(西歐)의 영향을 받아 제정된 실정법이 많은 영역에서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슬람법이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가족법이다. 아무래도 가족법 분야가 가장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며 그 민족 또는 국민의 특유한 정서를 반영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유산과 상속에 관한 내용은 꾸란(Quran)과, 순나(Sunna: 무함마드의 언행록)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이슬람법도 사유 재산을 인정하고 있으며, 상속이란 ‘망자의 유산이 이슬람법적으로 그 유산을 받을 자격이 있는 상속자에게 이전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상속재산으로는 현금, 현금 외의 동산, 부동산, 채권, 채무, 피의 값(Blood Money) 등이 있는데 여성도 꾸란과 순나에 명시된 비율에 따라 상속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꾸란 구절 몇 개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꾸란 4장 11절: 알라께서 너희 아이들(의 상속)에 관한 말씀을 하셨나니, 아들에게는 두 명의 딸 몫에 해당하는 양을, 그리고 두 명 이상의 딸만 있는 경우 그들에게는 (망자) 유산의 2/3, 만약 한 명의 딸만 있는 경우 (망자) 유산의 1/2, 망자에게 자식이 있는 경우 (망자의) 부모에게는 각각 1/6씩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망자가) 자식이 없다면 (망자)의 부모가 유일한 상속자가 되며, (망자의) 어머니는 유산의 1/3, 만약 망자에게 형제가 있다면 망자의 유산 중 유증의 몫과 부채를 지불한 후 어머니에게 1/6을 주어야 한다. (유산의 분배는) 망자의 유증을 집행하고 채무를 청산한 후의 일이다…..


- 꾸란 4장 12절: 아내에게 자식이 없는 경우 너희들(남편들)에게는 아내가 남긴 유산 중 1/2, 아내에게 자식이 있는 경우 유증과 부채를 지불한 후 남은 그녀의 유산의 1/4이 너희 몫이니라. 너희들(남편들)에게 자식이 없는 경우, 너희의 남긴 유산의 1/4이 아내의 몫이며, 자식이 있는 경우 유증과 부채를 지불한 후 남은 유산의 1/8이 아내의 몫이 된다. 어떤 남자나 여자가 상속받을 자식이나 부모가 없고 한 명의 남자 형제나 한 명의 여자 형제가 있는 경우 이들은 각각 1/6씩, 만약 형제가 그보다 많은 경우 형제들은 유증과 부채를 지불한 후 남은 유산의 1/3을 나누어 가진다…..     


- 꾸란 4장 176절: …..(망자에게 부친이나 아들이 없을 때 누가 상속을 받게 되는지에 관하여)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한 남자가 상속받을 자식이나 부모가 없고 여자 형제만을 둔 경우, 그 자매에게는 그가 남긴 유산 중 1/2이 상속되며, 그녀(그의 여자 형제)에게 아이 없(이 사망한)다면 그(그녀의 남자 형제)는 그녀에게서 (그녀가 남긴 모든 유산을) 상속받는다. 그러나 두 명의 여자 형제가 있다면 그녀들은 그가 남긴 것의 2/3를 받는다. 상속자가 형제들과 자매가 함께 있다면 남성이 두 여성의 몫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① 상속재산에서 망자의 장례비용과 채무를 가장 먼저 변제한 후, 그 남은 재산을 상속인에게 분배한다. 

② 남편이 사망한 경우, 아내의 상속분은 1/4(아이가 없는 경우) 또는 1/8(아이가 있는 경우)이다. 아내의 상속분이 먼저 정해진 후, 망자의 남은 유산이 자식들 혹은 다른 법정상속인들에게 배분된다. 유산상속 시에는 아들이 딸의 두 배의 몫을 받게 된다.  

③ 유증을 받는 사람은 상속자가 아니어야 하고 유증의 한도는 망자 유산의 1/3 이하이다. 유증의 한도를 1/3 이하로 정한 것은 법적 상속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④ 사전증여를 할 경우, 아들과 딸의 구분 없이 똑같은 몫을 주어야 한다. 

⑤ 법정 상속자가 없는 여성의 유산은 부계친 상속으로 형제자매에게 분배된다. 

⑥ 태아도 상속을 받는다. 다만, 태아는 일단 아들로 추정하여 그 몫을 분배하고 만약, 여자아이가 태어난 경우에는 그 차액만큼의 유산을 모든 법적 상속자에게 분배한다.   

⑦ 남편이 사망한 경우, 아내가 아이의 친권을 갖는다. 아이가 미성년인 경우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가족법 규정과 다르긴 하다. 한국에서는 남편이든 아내든 상관없이 배우자는 자녀들보다 1.5배 많고, 자녀들은 아들 딸 구별없이 동일하기 때문에..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이슬람법이 여성에게 불리하거나 여성보호에 치밀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는데, 학자들에 따르면 다른 규정들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살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해서, 아이들의 친권을 뺏긴다거나 정부에서 데리고 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재산은..

재산은 어떻게 될까?


“아이가 있는 경우” 남편 사망시 아내는 1/8만, 아내 사망시 남편은 1/4의 몫을 갖는 것일까?

대한민국 국적자인 우리도?


대한민국 국적자에게도 무조건 위 이슬람법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부동산은 다를 수 있다. 부동산 소재지 법이 우선할 수 있으므로). 다만, 일시적으로 망자의 재산이 동결될 수 있고 그것을 해소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기는 하다. 상속인임을 증명하는 재판 등을 거쳐야 할 수 있으므로… 




U.A.E.는 워낙 외국인의 비중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인지 외국인을 위한 유언장 등록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유언장을 등록해 두면 위 이슬람법의 적용여부와 상관없이 상속비율을 정하고 친권자도 지정해 둘 수 있어서 유용한 방편이 될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혹시라도 U.A.E.에 거주하면서 유언장 또는 친권자 지정을 고민한다면, 두바이에 있는 DIFC court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DIFC court를 추전하는 이유는 아랍어로 번역한 문서가 필요하지 않고, 영어로 작성하면 족하며 그 형식과 절차, 비용 등이 비교적 잘 공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DIFC court에 유언장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무슬림이 아니어야 하고, 과거에도 무슬림이었던 적이 없어야 한다. 또, 21세 이상 성인이어야 하고 U.A.E.내에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만, 아이의 친권자를 지정할 때는 그 보호자로 지정되는 사람의 상시적인 거주지가 두바이 또는 라스알카이마(Ras Al Khaimah)여야 한다. 따라서, 아부다비에 거주하는 사람을 친권자로 지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DIFC court가 아닌 아부다비 법원을 이용하면 된다. 



 *<Shari’a에 관하여> 부분은 김형훈 박사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끝>


* UAE 정부에서는 2020. 11월 현재, 가족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을 예고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혼, 상속 등에 있어서 외국인에게는 샤리아를 적용하지 않고 그 사람의 국적에 따라 그 국적법을 따르게 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상속은 유언장이 있는 경우는 그것을 준수하되, 유언장이 없는 경우에는 고인의 국적에 따라 그 나라 법률에 따르겠다는 취지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 때도 UAE에서 구매한 자산은 UAE법률에 따를 것으로 생각되는데 특히 부동산이 여기에 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후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어 공포되면 별도의 글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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