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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지도 Aug 11. 2020

에미라티가 사는 법 (1)

UAE 가정집 방문했던 이야기

이번에는 UAE 자국민인, 에미라티 (Emirati) 친구 집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여기까지 왔는데 이왕이면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제 성격이나 성향에 맞지도 않게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도 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으며, 조금이라도 내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있으면 덥석 물고 어떻게든 그 관계를 지속하려고 애써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라는 게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별다를 게 없어서 결국은 내 성향이나 관심사, 편안함 등등 말로 다 하기 힘든 여러 가지 "케미"가 맞아야 우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저런 방법으로 인연을 맺었다가 결국 흘러 보낸 다른 나라 출신 친구들이 몇 명 떠오르네요.


문득, 저의 미숙한 영어 실력 때문에 대화가 안 통해서 친구 사이가 소원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결코 아닙니다! 그래도 여전히 몇 년째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벗이 있으니까요!  


특히, UAE에 살고 있으니 'UAE 국민인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했지요. 

아라비안나이트나 알라딘 요술램프 등등을 상상하면서요.


그런데 이곳은, 여러 나라 출신의 사람들을 다양하게 많이 볼 수 있고 의외로 한국인도 많았지만 유독 UAE 자국민은, "아주" 많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쇼핑몰에 가면 검은색 아바야를 입은 여성과 하얀색 칸두라를 입은 남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비율이 높지는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UAE는 자국민 비율이 약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필리핀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그 외 소수로, 유럽, 다른 중동 국가, 중국, 일본, 한국 출신 등이 있었던 겁니다. 


다행히 '한류' 덕분인지 UAE에는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또 저에게 먼저 다가와 '나는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어를 공부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을 했다'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UAE 국민이 있기는 했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4년 정도 지났고, 저도 더 이상 애써서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 시기가 왔는데 우연히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한 친구를 알게 되었고 몇 번의 만남 끝에 그녀의 집에 초대받았습니다.





나이는 서른 살. 

고향은 두바이.

남자 형제 6명, 여자 형제가 자신 포함 5명, 총 11 남매인 집안의 일곱 번째.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했고 현재 아이 셋의 엄마.

패션에 관심이 많으며 온라인 쇼핑몰 운영 중.

  

그녀는 아부다비 외곽의 이런 동네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아부다비 외곽 동네

바로 이 집이 그녀가 사는 곳입니다.

근처 주택이 다 똑같이 생겼습니다.


여기는 아부다비 외곽이라 이렇게 한산한 모습이지만, 중심부는 고층 빌딩과 자동차들이 빽빽합니다. 그리고 친구 말로는 이 동네는 UAE 국민만 거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혹시 정부에서 계획적으로 지어서 국민들에게 분양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이렇게 보니, 사막 국가라는 것을 전혀 느낄 수가 없지 않아요? 


UAE 국민이 다 이런 주택에 사는 건 아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단독주택, 아파트, 주상복합 등등 다양하게 거주합니다. 

지나가다 보면 정말 으리으리한 단독 주택도 있고, 이 집처럼 깔끔하고 아담한(?) 집도 있습니다. 

진짜인지 모르겠으나, '집에 나무가 많다면 그 집은 잘 사는 집이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생각나네요.

여기는 겨울에 며칠 빼고는 거의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가로수에도 하나하나 호스를 파묻어서 주기적으로 물을 공급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나무가 많은 집은 부잣집이다'는 말이 생겼나 봅니다. 물론 확인된 사실은 아니에요.


제가 처음에 이 곳에 왔을 때 집 안 바닥이 대리석인 것을 보고 신기했었는데, '더운 나라라서 시원하라고 돌로 바닥을 메꾼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 '아, 그렇구나.'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다른 집에 가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나무 바닥인 집도 있었고, 한국에서 살던 집과 같은 느낌의 바닥도 있었습니다. 

이 친구 집 바닥도 한국에서 살던 우리 집 바닥이랑 별로 다르지 않았고 집 안에서 신발을 벗는 것도 똑같았습니다.  


남의 집에 가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아서 내부를 찍지는 못했는데 너무 부러운 마음에 친구가 없는 틈을 타,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바로 그녀의 카페: 방 5개 중 하나를 이렇게 자신의 카페로 꾸며 놓았습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소파와 TV도 있었는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이 방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했습니다.

커피는 우리가 잘 아는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맛, 딱 그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데이츠(Dates). 

한국말로 대추야자인데 저는 이걸 처음 먹었을 때, 그냥 그랬습니다. 너무 달아서 일부러 사 먹을 맛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몇 년 살아보고 알았습니다.

대추야자도 만원에 한 보따리를 주는 것도 있고, 6개짜리 한 박스에 몇만 원 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요. 어디든 무엇이든 가격이 다양하다면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비싼 게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싼 게 좋을 리는 없다고 했으니.. 

제 입에는 사우디아라비아산 대추야자 비싼 게 먹을만했습니다. 


이 커피와 데이츠를 먹으며 그녀와 폭풍 수다를 떨었는데, 폭풍 수다라기보다는 폭풍 몸짓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야기는 2편에서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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