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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지도 Aug 11. 2020

에미라티가 사는 법 (2)

UAE 가정집 방문해서 경험한 것

그녀는 아라빅 (Arabic) 음악을 들려주겠다며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여 노래를 하나 틀어주었는데요. 저야 당연히 제목도 가수도 노랫말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친구 말이 이 가수는 매우 유명한 사람인데, 레바논 사람이라며 최근에 레바논에서 아주 슬픈 일이 있었던 것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베이루트"

저도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것을요.

그녀는 정말 슬픈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레바논은 이 지역의 예술, 과학, 수학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요.


베이루트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일단 주택과 교육 문제부터!

- 여기는 주택, 의료, 교육이 무료라고 들었는데 진짜야?

- 예전에 우리 부모님이 젊었던 시대까지는 진짜 혜택이 많았어. 국민 수가 적으니까 집이랑 차도 받았다고 들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우리가 사는 이 집도 정부에서 주기는 했지만 공짜는 아니고 매월 5,000 디르함 (한화 약 150만 원)씩 20년 동안 갚아야 돼. 

학교는 국립은 무료지만, 사립 (international school)은 자비로 부담하고. 

병원은 무료야. (병원 무료는 좀 애매합니다. 무료인 병원이 있다는 것인지 모든 병원이 무료라는 것인지 제가 정확히 이해를 못했거든요)

국립학교는 모든 수업을 아랍어로 하고 영어도 가르치기는 하지만, 수준이 좀 낮아. 그래서 나는 애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어. 내 조카들은 전부 국립학교에 다니는데 우리 애들만 사립학교에 다니다 보니 장단점이 있지. 장점은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영어를 잘하게 된다는 것이고, 단점은 무슬림으로서 또 에미라티 (Emirati)로서 배워야 할 애국심, 정신, 아랍어, 전통문화 등을 못 배운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요즘 그게 고민이야. 어떻게 해야 조화롭게 가르칠 수 있을지.


다음은, 비싼 핸드백!

-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이런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거든. 중동 여성들은 부유하지만, 검은색 아바야로 온 몸을 감싸고 다니다 보니 자신의 존재와 부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가방밖에 없어서 샤넬, 프라다 같은 값비싼 백을 좋아한다고. 이게 맞아?

- 신문 기사 그런 거 다 믿으면 안 돼. 그건 그냥 전체 진실 중 아주 일부분일 뿐이야. 나를 비롯하여 내 가족과 친척들 모두 그렇게 비싼 브랜드 가방을 사 본 적이 없고 별로 관심도 없어. 

그 기사 쓴 사람이 두바이몰 (Dubai Mall)에 있는 명품관에서, 쇼핑하는 여성들을 좀 봤나 보지. 그렇다고 그게 다 진실은 아니니까. 그냥 일부 그런 사람이 있는 거야. 

난 그냥 중간,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해. 부자도 아니고 가난하지도 않고.

- 그래도 난 간혹 경찰차가 벤츠인 거 볼 때는 좀 놀랐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비싼 차를 경찰차로 쓰지 않거든.

- 그건 정부에서 하는 일이니까. 나는 잘 모르겠네. 옛날에 사서 지금까지 쓰고 있는 건가?!

마지막으로, 아바야!

- 여자 애들은 그냥 나처럼 티셔츠에 바지 같은 옷을 입던데. 그럼 아바야는 언제부터 입는 거야?

- 조금씩 다른데, 대개는 생리를 시작하면 입는 것 같아. 그 무렵부터는 내 피부가 외부에 비치는 것을 피하니까. 

- 쇼핑몰에서 보면 민소매나 핫팬츠도 팔고 엄청 화려한 드레스도 팔잖아. 그런 거 입어?

- 여자들끼리만 있거나 가족들, 친오빠, 친남동생, 삼촌 정도 있는 자리에서는 우리도 민소매, 핫팬츠 입어. 

드레스는 이벤트가 있을 때, 어떤 집은 금요일마다 파티를 하기도 하거든. 그럴 때 입지.

- 내가 사는 동네에서, 어떤 여자가 속에는 티셔츠에 롱치마를 입고 겉에는 아바야를 마치 검은색 롱 가운처럼 어깨에 살짝 걸치고, 옷자락을 멋스럽게 휘날리며 걷는 걸 본 적이 있거든. 요즘은 그렇게도 입나 봐?

- 우리는 그런 거 보면 어이없어해. 저럴 거면 아바야를 왜 입냐고.



혹시라도 '아바야를 입어보겠냐'라고 권하면 못 이기는 척 입어 보려고 했는데, 안 물어봐서 저도 말을 못 꺼냈습니다.

다음에 혹시 기회가 되면, 입어 본 소감을 또 적어보겠습니다.

아바야가 겉보기에는 대충 비슷하잖아요. 검은색이고 온 몸을 감싸고.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다르답니다. 우선 옷감의 질이 다르고 반짝이는 수를 놓기도 하고. 그래서 자기들은 알아 본대요. 저게 비싼 아바야인지, 아닌지.

앞서 이야기 한 대추야자처럼,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싼 것과 비싼 것은 있나 봅니다.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두 잔을 마시는 동안 저는 많은 이야기를 몸짓과 말로 풀어냈는데, 그 친구는 제게 맨 처음 이것을 물어봤습니다.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의 이성 친구를 몇 살 때부터 허락해?


글쎄.. 몇 살 때부터죠?

정확히 몰라서 부모마다 다르다고 했습니다.

- 음.. 뭐 다 다른데.. 내가 어렸을 때는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 자유롭게 만났던 것 같고 지금은 빨라진 것 같아. 한 12세? 13세?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 그럼 결혼 전에 남녀가 같이 여행가도 돼?

- 응.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가면 절대 안 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야. 여기는?

- 안 돼. 

- 그럼 자유롭게 연애하는 건?

- 집집마다 좀 다르긴 한데. 엄격한 집이 있고 오픈 마인드인 집이 있고. 그래도 대체로 자유롭게 연애는 안 되는 분위기...

- 그럼 결혼은 어떻게 해? 부모가 골라주나?

- 대충 비슷해. 일단, 남자 엄마가 먼저 여자 집에 와서 여자를 보고 이것저것 물어봐. 졸업한 학교, 취미, 좋아하는 것, 하는 일 등등. 그런 후에 마음에 들면, 남자 본인이 여자 집에 오는 거지. 그때 여자 집에는 가족과 친척들이 다 모여 있어. 그리고 남자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는 거야. 그렇게 한 후에 양가에서 오케이 하면 남자와 여자는 신께 기도를 시작해. 그리고 그 후에 진행 과정이 만사 잘 풀리면 결혼하는 거고,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친척 중에 한 명이라도 지적을 하면 결혼은 깨지는 거지.

- 여자가 남자를 봤는데, 남자 외모가 맘에 안 들어. 그러면 여자 쪽에서 거절할 수는 있어?

- 응. 싫다고 할 수 있지.

- 너도 그렇게 결혼했어?

- 아니, 나는 운이 좋았어. 내 남편은 나와 아주 먼 친척인데 어렸을 때부터 보던 사이야. 서로 맘에 들어서 결혼한 거야. 


저에게 몇 번의 연애 경험이 있는지도 물어봤고 연애에 대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저도 보호해야 할 가정이 있으므로 그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정말 커피만 먹고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밥까지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바닥에 비닐 돗자리 비슷한 걸 깔고 앉아서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특이한 건, 밥에 요플레를 섞어서 먹더라고요. 

제가 향신료에 매우 취약하고 특히, 저 밥..

찰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흩날리는 듯한 기다란 밥 알. 저 밥에도 강한 거부감을 느껴서 아직까지 한식만을 고집하고 있었습니다. 

간혹, 피자 파스타 스시와 같은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에서도 먹어 본 음식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뜻밖의 장소에서 UAE 가정식을 피할 수 없게 되다니. 

 

못 먹겠다고 말할 수도 없어서 정말 큰 각오를 가지고 식사에 임하였습니다.



결국 다 먹었습니다. 

먹어 본 소감은, "생각만큼 향신료 냄새가 강하지는 않았고 닭고기는 그냥 '닭 맛'이라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입니다. 기다란 쌀밥은.. 좀 낯설기는 했지만 아주 나쁘지는 않았고요. 그래도 진짜 먹을 게 없어서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 아니라면 그렇게 맛있다고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이번 친구 집 방문으로 그토록 기피했던 UAE 가정식을 먹어 보고 나니, 마치 이 나라를 떠나기 전에 꼭 해봐야 할 버킷리스트를 하나 달성한 느낌입니다. 

 


그런 거 다 믿으면 안 돼. 그건 전체 진실 중 아주 일부분일 뿐이야    

굳이 친구가 말해 주지 않았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오늘 또 한 번 저를 되돌아보게 하는 화두였습니다.  


그리고, "뭐 하나 안다고, 뭐 하나 들었다고 그것이 마치 전부인 것 마냥 속단하지 말고 떠벌리지 말자"고 각오를 다지게 되었고요.


그래서 오늘 이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할까 합니다.


"UAE 가정이 다 이렇게 산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이렇게 사는 UAE 가정도 있다"는 정도로만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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