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곰팡이성 피부병 알아보기
이로가 신나게 놀고 뒷발로 귓가를 긁고 우다다를 반복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너무 많이 신나서 주체를 못하는 것만 빼면 이로는 즐거워보였다. 말이 워낙 많아 내가 괴로울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로 얼굴에 있는 털이 좀 듬성듬성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살 만져보았는데 아파하지는 않아서 바보같이 그러다 말겠지 하고 대충 넘겼다. 그리고 결국 이로는 얼굴이며 머리며 귀 뒤에 엄청 커다란 구멍이 났다.
그제야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곰팡이성 피부병' 진단을 받았다. 곰팡이성 피부병이란 생명에 지장이 없고 굉장히 흔한 질병이긴 하지만 재발 확률이 높은데다가 치료가 무척 오래 걸린다. 고양이의 빠진 털이 다시 자라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듬이 생기고 간지러워서 고양이도 스트레스를 받으니 최대한 빨리 치료하는 게 좋다.
곰팡이성 피부병의 원인은 보통 더러운 환경이나 습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습해지는 여름에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일광욕을 시켜주면 곰팡이의 번식을 멈출 수 있고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얻는다고 하니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 스크래쳐나 담요, 박스 등으로 고양이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도 좋다.
흔히 들었던 질병이라 조금 안심은 했지만 그때부터 이로와의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이 처음에는 바르는 약을, 상태가 낫지 않고 지속되어서 먹는 약까지 주셨지만 이로는 약 먹는 것도 약 바르는 것도 싫어했다. 똑똑하기는 왜 그렇게 똑똑한지 내가 연고를 집는 걸 보는 순간 도망갔다. (덕분에 자꾸 내 밥을 탐내는 이로를 내쫓을 때 유용하게 쓰기는 했다...)
뿐만 아니라 연고를 발라주고 나면 이로는 폭풍 그루밍을 시작했다. 약을 바른 곳은 물론 바르지 않은 곳까지 죄다 핥아대서 저게 약을 바른 건지 약을 먹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정작 먹어야하는 약은 싫어하면서 바르는 약은 먹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고양이 곰팡이성 피부염은 사람에게도 옮기 때문에 나도 고스란히 표적이 되었다. 사람의 경우 털이 빠지는 건 아니지만 피부에 울긋불긋한 동전만한 링웜이 생기고, 회색(곰팡이 색이다..)의 딱지가 진다. 그리고 정말 가렵다. 긁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렵다. 고양이의 곰팡이성 피부염은 사람으로 치자면 무좀과 비슷한 병이기 때문에, 사람의 경우 무좀약을 발라주면 금방 낫는다. 바보같이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바르며 왜 안 나을까 이러다 내가 다시 이로한테 옮기는 게 아닌가 고민했었는데, 연고를 바꾸자 눈에 띄게 좋아졌다.
곰팡이성 피부염의 정도가 심하면 먹는 약을 병행하는데, 이로는 아직 어리기도 하고 먹는 약을 쓰자 나아지는 것이 보여 일주일만에 투약을 중단했다. 그리고 이로는 다시 열심히 긁고 핥았고, 결국 다시 약을 먹게 됐다. (ㅠㅠ) 감염 부위를 건드리지 못하게 넥카라를 시켜놓아서 이로는 요즘 완전 삐진 상태다.
아침 저녁으로 약 먹기 싫어서 자꾸만 뱉으려하는 이로무시키. 얼른 약 잘 먹고 밥도 잘 먹어서 건강해지자! 못생긴 얼굴 다시 예뻐지면 인생샷 많이 찍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