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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아재 Jul 31. 2018

캘리포니아로의 초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에 16년째 살고 있다. 햇수로 치자면 거진 내 인생의 반이다. 16년 전 소년의 모습으로 어리둥절 한국을 떠나오면서 느꼈던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 걱정, 기대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는 환상 같은 것들은 오래전 빛바랬지만, 나만의 바운더리 안에서 '캘리포니안(Californian)'의 소소한 삶을 그럭저럭 영위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의 삶은 쉽지 않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한국인으로 자라고 살아왔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제 서른 중반,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사는 것이 녹록 않음을 종종 느낀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아직도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것만 같다.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사람이 많을까 No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까. 다분히 철학적이고 어쩌면 진부하기까지 한 이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어지길 소망한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행복해 지기 위한 노력은 말로는 무척 쉽지만 나 자신에 대한 상당한 고찰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글 쓰는 일은 오래전부터 나에게는 꿈이자 목표였다. 동경해 마지않으면서 도전할 용기는 없었다. 수많은 망설임 끝에 키보드에 비로소 손을 올렸다. 글을 쓰는 창작의 과정은 어쩌면 또 다른 고민의 연속이 되겠지만 작은 행복되기를 소망한다.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천천히 행복해지고 싶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어떤 변화를 느끼고 싶다. 이 글을 읽을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소소한 자극을 전하고 싶다. 혹여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망설임이 길어지더라도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꼭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당신에게 행복하게 살고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결국 'Yes'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미국에서의 삶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과 영어, 예술과 문화, 천혜의 자연환경, 삶의 질, 일과 육아, 안전과 총기 사건, 무역과 경제, 정치적인 이슈, 의료 문제와 노후 생활 관련 등등 다룰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주제들이 있다. 솔직히 내가 무엇에 대해 쓰면 좋을까 하는 고민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긴 하다. 미국과 한국의 삶은 너무나도 다르고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좀처럼 적응이 안되고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일들과도 종종 마주치게 된다. 그런 사소한 얘기들 까지도 언젠가는 전부 다루고 싶지만, 지금으로서 가장 큰 목표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관심 갖는 일들과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끄적이는 것이다. 단순히 캘리포니아의 생활과 여행에 관한 정보 공유의 글을 쓰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내 발자취를 돌아보는 글도 쓰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아마추어의 필력으로 내 글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내가 쓰는 글 안에 내가 살아온 흔적과 생각,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누군가가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미국의 삶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현지인으로서 쓸만한 정보를 주게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무척 보람된 일이 리라.


캘리포니아는 흔히 북가주(Norcal)와 남가주(Socal)로 나눠서 부르기도 한다. 북가주에는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남가주에는 엘에이, 샌디에고 등의 도시가 자리하고 있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것은 끊임없이 불편함과 마주하는 일이다. 마이너리티 (Minority)로서 때때로 알게 모를 인종 차별을 당할 수도 있고, 언어의 장벽 때문에 따져야 할 상황에서 억울함을 삼키며 그냥 참고 따지지 못할 때도 많다. 내가 속한 그룹과 사회에서 나는 이름 없는 인물이기가 십상이고, 어떤 사명감이나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어는 늘 고민이고, 열심히 일해도 주류사회로의 진입 장벽은 한없이 높기만 하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완벽한 한국인으로 자랐으면서도 머릿속의 문화는 어느새 한국의 것과 미국의 것이 뒤섞여 가끔은 문화 정체성에 혼선이 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캘리포니아에는 삶의 여유가 있다. 축복받은 자연환경과 날씨가 있다.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다. 서로 다름을 존중해주는 리스펙트가 있다. 16년 동안 이 곳에서 수많은 한국인들을 만났고 남겨진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렇게 계속해서 오랜 시간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 캘리포니아는 내 인생의 반을 보낸 제2의 삶의 터전이 되어 가고 있음이다.


캘리포니아 공화국 (California Republic) 문양은 1846년 미국-멕시코 전쟁때 저항군에 의해 사용되던 깃발로 Bear flag으로도 알려져 있다.




내가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찌 보면 한 가지이다. 20대 중반부터 오랫동안 생각해온 꿈이었으나 일상에 떠밀려 미루고 미뤄왔던 일이다. 세월에 휩쓸려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되었고, 비로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는 10대의 체력이 부럽고 20대의 열정도 식어감을 느끼는 나이이지만 나는 아직 너무나도 젊다. 내가 살아가는 오늘은 남은 내 삶에서 내가 가장 젊은 날이다. 꿈과 목표가 없는 삶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뗏목과도 같다고 한다. 쉽게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들을 목표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동안 잊고 살았다. 이런저런 핑계들로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냈다.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반복되는 일상에 쉽게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무언가 나를 위해 보람이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그 노력의 일부가 될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 내가 좋아하는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내가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다짐한다. 충분히 감사하며 살자. 내가 자리한 이 곳, 캘리포니아의 햇살은 오늘도 눈부시게 빛난다.




캘리포니아 남서부의 아름다운 도시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에서 만난 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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