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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아재 Jan 20. 2019

사진의, 사진에 의한, 사진을 위한 여행

현지인이 추천하는 샌프란시스코 관광코스 #2-1


관광에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게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으뜸은 바로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사진이다. 좋은 곳은 눈 속에 담는다거나 가슴으로만 느낀다거나 하는 말들은 나에게는 어불성설이다. 기억은 옅어지기 마련이지만 눈으로 다시금 마주하는 사진 속에서 그 날 그 순간의 내 감정,  그때의 분위기, 그런 것들을 꽤 진하게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나의 이런 개똥철학 때문에 누군가에게 샌프란시스코 일대를 관광시켜 줄 때면 사진이 잘 나올 수 있는 곳 위주로 계획한다.




Day 2 첫 번째


1) Battery-Spencer (Golden Gate Bridge)

이번 관광 계획을 세우면서 금문교에서 맞이하는 멋진 일출을 계획했다. 생각해보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서 일출을 한번 본 적이 없다. 예전에 한국에 살 때는 한두 번쯤은 동해에도 가고 산에도 올랐었다. 어설픈 내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너무 큰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친구 놈은 시차 때문에 새벽에 잠을 설쳤고 아침 7시가 가까이 되도록 죽은 듯이 코를 골며 처자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너무 야심 찬 계획이었어. 오케이, 깔끔하게 일출은 포기..'

 

하려다가 그래도 일출시간이 6시 50분쯤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상기되면서 잽싸게 가면 일출의 끄트머리쯤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든지 생각이 늦었다면 실천은 두배로 빨라야 한다. 부랴부랴 친구를 깨워 작은 희망의 불씨를 키워가며 액셀을 밟았다. 사실 집에서 차로 불과 30분 거리의 금문교를 평소에 갈 일이 없다. 이것은 아마 서울에 살면서 남산 N서울타워에 갈 일이 거의 없는 이치와도 비슷하다면 이해하기가 좀 쉬우려나.


금문교를 볼 수 있는 Spot이 사실 매우 많다. 어림잡아도 열 군데는 쉽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각 장소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그런데 현지에 아무런 연고나 정보가 부족한 관광객들이 오게 되면 대부분 가장 정직한 스팟으로 간다. 금문교 바로 앞에 위치한 뷰포인트를 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대중교통이나 투어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뭐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진 않으리라. 하지만 나는 현지인이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최고의 뷰를 보여주리라..



뷰 미쳤잖아.. 내가 꼽는 금문교 No.1 뷰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 안쪽에서 바라보는 것도 멋지긴 하지만, 그것보다 다리를 넘어가서 반대편에서 도시 전경과 함께 보는 바라보는 풍경이 진짜 예술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터리 스펜서(Battery-Spencer) 뷰포인트에 친구와 아침 7시 반경 도착했다. 대박사건! 짧다면 짧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안 사람을 한 명도 마주치지 않았다. 길의 끝자락에 도착했을 때 사진기자 혹은 상당한 전문가 포스를 풍기는 두 명의 남자가 각자의 호흡으로 삼각대를 놓고 숨 막히는 뷰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은 일출을 다 찍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좀 부러웠지만,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에 젖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친구 녀석을 보며 내심 뿌듯했다. (Fun fact - 금문교는 조금 씁쓸한 얘기지만 아주 오랫동안 자살을 많이 하는 다리로도 유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떨어질 때의 충격 외상으로 사망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계획이 몇 번 무산되다가 작년 여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살방지 배리어를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2021년에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엽서로 만들면 될 거 같은 풍경


이번엔 가지 않았지만 Baker Beach의 해변에서 보는 금문교도 너무 좋다. 돗자리 깔고 노닥노닥.



2) Sausalito

벅차오르는 감동을 뒤로하고 이곳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소살리토(Sausalito)로 향했다. 친구와의 샌프란시스코 일정이 3일뿐이라 제외할까 했던 곳이지만 금문교 건너편으로 기왕 온 김에 잠시 스쳐 지나가기로 했다. 이곳 역시 사진이 항상 예쁘게 잘 나오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로맨틱한 추억도 많은 곳이라 이곳에 오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닷가를 낀 언덕 위에 위치한 럭셔리한 집들과 또 그 틈 사이사이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자리한 소살리토는 예술가들의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직은 좀 이른 시간이기에 갈매기 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걷는 해변가에서는 조깅하는 사람들과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동네 사람들만 마주칠 수 있어서 그 한적함이 너무나도 좋았다. 이곳의 메인 스트릿에는 고급스러운 식당들과 아기자기한 카페, 수많은 갤러리들이 자리하고 있어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동네이다. 이곳을 오면 언젠가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꼭 든다. 캘리포니아 남쪽의 산타 바바라 (Santa Barbara) 느낌도 좀 나고..


너무 평화로운 마을 소살리토



3) Palace of Fine Arts

이동 경로상 금문교를 건너 다시 샌프란 시내로 들어오게 되면 바로 처음 왼쪽에 마주하게 되는 것이 Palace of Fine Arts이다. 이곳은 주로 예술품 전시나 각종 공연을 위해 사용되는데 사실 많은 방문에도 여태껏 안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독특한 로마 그리스 양식의 건물과 주위 경관이 너무 예쁘고 호수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현지인들이 나들이나 웨딩 촬영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Fun fact – 조금 오래돼서 아재들만 알법한 영화이지만 이 궁전은 The Rock (드웨인 존슨 아님)이라는 1996년작 영화에서 나온 걸로도 유명한데 트랜스포머로도 유명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데뷔작인데 상당히 히트했었다. 그리고 궁전 바로 길 건너편에는 루카스필름 (Lucasfilm)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어서 스타워즈 덕후라면 잠시 방문해서 요다 동상과 본사 로비를 방문해보는 것도 뜻깊은 일일 것이다.)


웅장하면서도 이국적인 Palace of Fine Arts


사진은 예쁘지만 사실 가까이서 보면 물은 똥물이다



4) Mama's on Washington Square

슬슬 배가 고파진 우리는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한 마마스로 향했다. 나는 브런치를 완전 사랑한다. 어디를 가던지 에그 베네딕트는 늘 나의 all time favorite이다. 사실 이곳은 원래 옛날부터 로컬들에게 유명한 맛집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던 이유는 아니 먹어볼 수가 없던 이유는 두 번의 시도에서 모두 1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포기했었기 때문이다. 맛집을 대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참으로 다르다. 요즘 인기 있는 골목식당에 나오는 맛집은 꼭두새벽부터, 혹은 전날 밤부터 가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진정 나에게는 일어나기 힘들 일이다. 내 인내심은 대부분 1시간이 한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친구가 온다고 하면서 꼭 이곳을 가리라 다짐했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잔머리를 좀 굴렸다. 브런치 시간대가 아닌 이른 아침에 왔다. 금요일 오전인데도 (한 8시 40분 정도였던 것 같다.) 이미 가게 안은 꽉 차 있었고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스려고 모여들고 있었다. 눈치 빠르게 움직인 우리는 다행히도 두세 번째 정도에 줄을 섰는데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우리 뒤로 사람들이 점점 미친 듯이 많이 왔다.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음식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빠르게 음식이 나왔다. (원래부터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미리 주문하고 계산을 받은 후에 자리에 앉는 방식으로 회전율을 높이는 것은 칭찬해주고 싶었다.) 부드러운 토스트에 계란과 치즈와 햄을 버무린 몬테스 리스토는 유명세에 맞게 단짠단짠 한 게 정말 맛있었지만 에그 베네딕트는 내 생각엔 그냥 평균에서 조금 이상 정도였다. 짠내 투어 때문인지는 몰라도 잠깐 밥 먹는 사이에 들어오는 한국 관광객들을 많이 마주쳤다.



가게를 나올땐 이미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 서있었다. 또 먹고 싶은 몬테 크리스토..



5) Coit Tower

배를 채운 후 근처의 코잇 타워로 향했다. 아주 멀리서도 보일만큼 우뚝 솟아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소화도 시킬 겸 산책 겸 해서 겸사겸사 동선을 일부러 이렇게 짜 놓았는데 좋은 결정이었다. 사실 여기는 꽤 떨어진 회사에서도 한 번씩 삘을 받으면(?) 산책하러 오는 곳이다. 30분 이상 걸리지만 걸어오는 길이 매우 깨끗하고 조용해서 내가 되게 좋아하는 산책로이다. 이번에도 별 감흥이 없는 친구 녀석은 타워를 올라가는 줄이 생각보다 매우 길어 보이자 올라가지 말자고 고개를 젓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래도 여유가 된다면 올라가서 보는 다운타운과 금문교의 전경이 꽤 좋기에 한 번쯤은 할만하다. 산책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차로 돌아왔지만 배가 부른 상태에서 딱 만족할 만큼만 걸어서 좋았다. (Fun fact - 코잇 타워는 1932년에 릴리 히치칵 코잇 (Lillie Hitchcock Coit)이라는 사람이 기부한 유산으로 지어졌는데 큰 화재 때 죽은 소방관들을 기리기 위해 소방 호스 모양을 본떠서 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우뚝 솟은 탑이 코잇 타워 (코잇 타워 바로 앞에서 찍은 사진이 없어졌다-_-)


코잇 타워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찍은 동네 모습



#2-2에서 계속



Day 2 루트:

1) Golden Gate Bridge (Battery-Spencer) - 2) Sausalito - 3) Palace of Fine Arts - 4) Mama's on Washington - 5) Coit Tower - 6) Painted Ladies - 7) City View Dimsum - 8) Haight-Ashbury - 9) Twin Peaks - 10) Alcatraz


샌프란 시내와 주변은 도시가 작아서 어디던지 쉽게 우버나 리프트로도 이동 가능하다.





샌프란 시스코 차이나 타운, 맛집이 많아서 자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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