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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아재 Aug 05. 2018

편하면 장땡일까? 아닐까?

우버 (Uber)와 에어비앤비 (Airbnb)의 도시


도착 예정이 3분이 남았음을 가리킨다. 에고, 서둘러 나가야겠다. 오늘은 어떤 차가 걸렸을까.
'음.. 캠리군, 뭐 나쁘진 않지.' '어? 새 차네? 아놔 그럼 번호판으로 확인 못하잖아.'
'어? 루트는 또 왜 바뀌고 랄G.. 어라 왜 반대로 가니..'
'어어?! 시간은 또 왜 8분으로 늘어나는데? 젠장!'

딱히 급한 것도, 약속 시간에 늦은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10초 간격으로 앱을 들여다보며 온갖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빨리 빨리는 한국인 유전자에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간을 찌푸리며 우버를 기다리다가 누군가 단톡 방에 던진 어처구니없는 유머에 피식 웃는다. 틱틱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 소리 없는 대화에 동참하는 사이 저 멀리 길 끝에서 차가 오는 게 보인다. 재빨리 내가 서 있는 근처에 무난하게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슬쩍 둘러보고 몸을 앞으로 내밀어 그 차를 향해 내가 호출한 사람임을 티 내는 제스처를 슬쩍 취해 본다. 문을 열자 드라이버는 나의 이름을 확인하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더 어색한 미소로 그를 맞이한 후 형식적인 인사를 뒤로하고 나는 뒷자리에서 목을 뒤로 깊이 눌러앉아 본다. '피곤하구먼..' 조용히 쉬고 싶음을 눈치챘는지 드라이버는 딱히 나에게 말을 걸진 않는다. 라디오에선 오래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귀찮게 안 해서 좋네.. 레이팅은 만점을 주겠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생각들이 있다. 내가 생활하는 이곳 샌프란 시스코(San Francisco)와  아래쪽에 위치한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에는 21세기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는 회사들이 수없이 자리하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지난 십여 년간 도시를 변화시킨 두 회사의 모습을 그 진원지에서 지켜보았다. 생각해보면 재밌고 신기한 경험이다.


#Uber

몇 년 사이 우버를 타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샌프란 시스코는 인구 대비 우버 사용률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아, 우버의 고향이니 당연한건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회사의 이름이자  공유 서비스 차량을 지칭하는 고유 대명사를 동사화(Verbification) 하기까지 시작했다.

'우버 탈게'라고 할 때 'I will get an Uber'라고 주로 표현하는데 'I will Uber' 이런 식으로도 쓰인다.

(Fun fact - 물론 우버만이 아니라 영어에서 이런 식의 표현은 엄청나게 빈번하게 일어난다. 미국 사람들은 동사화하기를 참 좋아하는 듯싶다.)

 


변화는 때론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전통 (택시, 호텔) vs. 변화 (우버, 에어비앤비)


변화는 우려를 낳고 때로는 여러 가지 이슈들을 야기한다. 물론 나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한 변화는 좋은 쪽으로 갖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공유 경제 (Sharing Economy)라는 말이 등장하고부터 종종 이런 기사들을 접한다. 공유 경제가 갖는 사회적 의미?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과 야기되는 문제점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 아몰랑,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픔!

난 칼럼니스트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고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내 판단의 잣대는 내 삶을 편하게 만들었느냐 아니냐가 더 크게 작용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사실 미국에 살면서 오랫동안 불편했던 점들 중의 하나는 바로 이동의 부자유였다. 차가 있고 가 없고 가 문제가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의 불편함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주 이른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 공항을 가야 할 때, 우버가 있기 전엔 값비싼 콜택시 또는 콜밴을 부르거나 반드시 누군가가 데려다주어야만 했다. 물론 우버가 발달하지 않은 수많은 소도시들은 아직도 그런 느낌일 수는 있으니 내 경험에 한정된 얘기지만 예전과 비교했을 때 이제 우버의 등장으로 여행 갈 때 비행기 시간의 선택 제약이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다른 예로는 소셜 라이프에 미친 영향이다. 술자리를 주로 말하는 것인데, 우버의 등장 전에는 이게 뭔가 쉽지 않고 굉장히 껄끄러웠다. 가끔 달리고 싶은 날이 있는데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할 수 없으니 밤늦게까지 놀기에 딜레마가 있었다. 몇몇 이들은 '야 나 멀쩡해' '한잔 밖에 안 마셨어' 멘트를 시전 하며 야금야금 음주운전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 걸리면 당연하게도 어마어마한 벌금과 책임,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미국의 교통 티켓과 벌금 수준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Fun fact - 미국에서 음주운전은 DUI, driving under the influence라고 하는데 음주운전으로 걸리는 사람은 그전에 평균적으로 이미 30번 이상 음주운전을 했던 사람이라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우버가 처음 등장했을땐 밥그릇을 빼앗긴다고 느낀 택시 기사들의 반발 및 엄청난 분쟁이 일어났었다.



어쨌든 우버의 저렴한 택시(?) 비로 인해서 차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고, 늦은 시간 안전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밤 11시경에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얼마나 삭막하고 긴장되는지를. 후드를 뒤집어쓰고 껄렁한 걸음으로 쓱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괜히 흠칫 놀라게 되고 심장박동 수가 나도 모르게 빨라진다 (쫄보 주의). 우버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던 2010년도쯤에 첫 직장을 다니던 중 바쁜 시즌 때 밤늦게까지 야근하고 집에 택시를 타고 가는 날이 많았는데 지금 우버를 타는 비용의 두배 정도가 나왔었다. 물론 밤늦은 시간이라 쌩쌩 달렸지만, 15-20분 정도 거리를 $40불가량 내고 다녔으니 그때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았던 물가를 생각해보면 정말 비쌌던 거다. 양아치 같은 택시들도 많았는데, 현금 지불을 요구한다던가 전화해도 오지 않는 콜택시라던가,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우버의 탄생이 이곳의 거지 같은 택시 서비스가 자초한 일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많은 택시들이 시대의 흐름 속에 자취를 감췄다. 택시 회사들은 망해가고 있고, 머지않아 샌프란 시스코에서 택시는 역사의 전유물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Fun fact - 뉴욕은 아직도 택시 이용률이 우버 보다 조금 높은데 최근의 통계 기준으로는 이제 반반으로 거의 따라잡았다고 한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버는 우리 동네에 심각한 교통 체증을 만들었다. 적어도 내 체감상으로는 점점 그렇다. 어느 날은 운전을 하고 가다가 차가 너무 막혀서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에 서있는 차들이 거의 다 우버 차량인 날도 있었다. 대중교통을 탈 사람들이 가격이 싸진 우버를 많이 타고 다니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우버와 경쟁하는 리프트(Lyft)라는 또 다른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도 추가로 한몫하고 있다). 또다른 문제점으로는 우버 드라이버의 승객 성폭행 사건들도 미디어를 통해 몇 번 접했는데 운전기사의 백그라운드 체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기업의 책임에 대해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이건 어차피 택시에서도 있어왔던 일 아닌가 싶다.) 그리고 작년엔 우버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이 사내 성추행 문제를 은폐했다는 엄청난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CEO를 사퇴하기도 했다. (Fun fact - 트래비스 칼라닉은 우버의 성공을 통해 어마어마한 부를 얻게 되었는데 *Forbes 2018년 기준 세계 부자 순위 422위* 올해 초에 City Storage Systems라는 부동산 스타트업에 $150 million (1500억 가량)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며 그 회사의 새로운 CEO로 등극했다.)




#Airbnb

처음 에어비앤비를 보고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사실 별다른 이유는 아니었다. 에어비앤비가 내세운 홍보 포인트는 여행할 때 실제 사람이 사는 집에 머물며 그나라, 그 동네만의 느낌을 느끼고 또 호스트와 문화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점도 매력적이기는 했으나 사실 나에게 가장 어필된 점은 부엌이 딸린 집을 통째로 빌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행 갈 때 호텔을 이용하면 대체로 잠만 잘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엌이 없다는 사실이 꽤나 불편했기 때문이다. 또한 호텔이 비싼 동네에서는 잘만 찾으면 훨씬 더 저렴하게 지낼 수 있기에 금상첨화나 다름없었다.

무슨 일이든지 항상 첫 경험이 중요한 법이다. 처음 에어비앤비로 묵었던 곳은 LA의 산타 모니카 해변 근처였는데 조금은 오래됐지만 아주 조용하고 깔끔한 동네에 위치한 집이었다. 겉에서 볼 때보다도 안이 쾌적하고 넓었는데 초보 호스트였던 집주인은 얼마나 나이스 했는지 A4용지 서너 장 정도에 주변에 뭐가 있는지, 유명한 관광지는 어디인지, 동네 맛집은 어딘지 꼼꼼하게 일일이 다 적어놓고 티브이와 케이블 채널 사용법, 수건과 기타 용품의 위치, 심지어 냉장고에 가득 차 있던 음식과 과일 음료수들을 마음대로 먹어도 좋다는 쪽지까지 붙여놓기까지 했었다. 내 첫 경험이 아름다웠던 반면, 지인 중에 한 명은 리뷰가 없는 호스트의 집을 선택했다가 사진과 하나도 맞지 않는 실제 집 때문에 엄청 안 좋은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다. (Fun fact - 에어비앤비 예약한 숙소에 도착해서 사진과 너무 다르다거나 이상한 점을 발견하면 당황하고 패닉이 오게 되는데, 호스트와 언쟁할 일 없이 그 즉시 에어비앤비를 통해 신고하면 회사 측에서 사과와 함께 바로 근처에 호텔을 잡아주고 이동수단까지 마련해 준다. 미국 기준이라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다.)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앤비 본사 로비 - 직원인 친구 덕에 몇 차례 방문해 본 오피스는 캐주얼하고 귀염귀염한 느낌이었다.



에어비앤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온갖 변칙(?)적인 호스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위 업자들이 등장한 것인데 이들은 여러 개의 집을 운영하며 오로지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샌프란 시스코는 2012년 이후 계속된 경기 호황과 맞물려 엄청난 수의 신규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했는데, 기존 집들의 에어비앤비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집의 수가 줄어들게 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발전되었다. 하늘 모르고 치솟는 시내의 렌트비 덕에 에어비앤비 역시 호황을 누리게 되었고, 너도 나도 남는 방이나 심지어는 살고 있는 집을 리스팅으로 내놓고 자신은 싼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경우도 생겼는데 돈벌이가 꽤나 되었던 것 같다.(캘리포니아의 심각한 주택란과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쓰려고 생각 중이다.) 이런저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샌프란 시스코 시에서는 법규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대표적인 규제로 본인이 사는 집만이 에어비앤비로 렌털이 가능하며 숙소로 1년에 90일 이상 내놓을 수 없게 하는 규제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 일본에서도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집안에 몰래 몰카를 설치해 놓는다거나 숙박객을 성폭행했다거나 하는 사건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 호스트들이 슈퍼 호스트나 리뷰가 좋은 호스 트였는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있다. 아마도 아니었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모든 불행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예약할 때 무조건 리뷰가 좋은 호스트를 골라야 한다. 절대적인 룰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만 보고 집이 예쁘다고 덜컥 예약했다가 뒤통수 맞을 수가 있다. 그 집이 완벽할 수도 있고 모든 숙소에는 리뷰가 쌓이기까지 첫 숙박객이 있겠지만, 굳이 내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그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


진화일까 역행일까.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분명히 변했다. 아니 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초심을 잃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어느새 회사 가치가 몇십조 원에 이르는 대형 기업이 되었고 수익을 더욱더 창출해 내기 위해 끊임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 그것이 이제 사람들의 눈에는 변화를 만들어내던 참신한 스타트업에서 그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해내는 거대 기업으로 변질되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 힘을 가진 만큼 더욱더 확실한 기업윤리의 정립이 필요한 것도 맞고, 지자체와 정부 중심에서 변화에 맞춰가는 깔끔한 현행 법규를 제정하는 것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별로 나쁜 경험은 없다. 소비자로서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것은 내 기준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확실히 내 생활은 우버로 인해 더 편리해졌고 내 여행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행선지의 로컬 감성으로 풍성해졌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해간다. 나에게 이 세상 최고의 발명을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10대 때는 인터넷이었고, 20대 때는 스마트폰이었다. 30대, 40대를 지나게 되면 무엇을 꼽게 될까.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또는 사물인터넷(IoT)? 나이를 빨리 먹고 싶지는 않지만 앞으로 다가 올 미래는 벌써부터 정말 궁금하다. 폰 하나만 가지고 손가락만 까닥까닥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세상은 점점 편해지고 있고, 변해가는 세상의 프런티어에는 캘리포니아의 공유 경제가 있다. 하지만 완벽한 세상은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런던에서 묵었던 에어비앤비 - 호텔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었을 갬성이 뿜뿜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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