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만 우는 너의 수료식
올해 5살이 된 딸아이는 유치원으로 갈 예정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공립 어린이집은 5살까지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올해 졸업식이 아닌 수료식을 했다
수료식이 사실 별 건가
한 해 무사히 잘 다녔다고 하는 것인데
지난주 아이의 수료식 사진을 보며 울컥했다
내가 요즘 호르몬의 노예라 그런가
극 F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아이의 졸업학사모 합성 사진을 보고는 터져버렸다
일 년 동안 아이가 잘 지내줬다는 기특함 때문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함께했던 아이의 행복한 순간들이 다시 오지 못할 거라는 아쉬움이 아니었을까
아마 내 눈엔 이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아이의 모습이 행복하고 즐거워 보여서였을 거다. 아이의 또 다른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아이의 어린이집 마지막 등원일이었다.
수료식을 하고 난 뒤에도 며칠 더 다닐 수 있었다
그동안 등원을 하면서 아이와 놀았던 놀이들,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서 괜히 사진을 몇 번 찍었다
이제 유치원 등원 버스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이런 시간은 우리에게 사치겠지
아이에게 며칠 전부터 이제 어린이집에 안 다닐 거라고 이야기해 주면서 아이가 슬퍼하면 어쩌나, 뭐라고 설명을 해줘야 하나 고민했다
내 고민이 무색하게 아이는 새롭게 가는 유치원에 대한 기대가 더 큰 모양이다.
이 녀석 T인가 보다
사실 아이가 슬픔을 참고 내색하지 않는 것보다 T이면 다행이지 않을까
오히려 아이의 마지막 등원이라는 이벤트에 내가 괜히 수선이다
담임선생님한테 그동안의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고, 예쁜 옷을 입혀서 보내야 한다며 동동이 었다
미안 엄마는 F가 쫌 심해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담임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이 나와서 먼저 인사를 해주셨다. 로미가 참 예쁜 아이라 많이 생각이 날 것 같다며 눈가가 촉촉해지셨다. 이윽고 보미가 담임 선생님 손을 잡고 나왔는데 선생님은 이미 울음이 터지셨다. 선생님의 그런 얼굴을 보고 나도 울음이 터졌다
어른 둘은 그러고 있는데 아이는 멀뚱 멀뚱이다.
선생님이 안아보자고 해도 무덤덤이다
그동안 참 아이에게 신경도 많이 써주고 나와 함께 고민도 많이 해주신 선생님이다.
선생님과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놀러 올게요 인사하고 간단한 포옹을 하고 돌아섰다
이제 못 본다는 생각에 아이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보이는 선생님들을 보니 아이가 참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 싶어 감동이고 감사하다
뉴스만 틀면 온갖 흉악한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이렇게 아이에게 진심인 선생님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왠지 모르게 든든한 느낌이 든다
아이의 앞길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응원군이 한 명 더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린이집이라는 퀘스트는 공식적으로 끝났고 다음 레벨은 유치원이다
유치원은 준비물도 많던데 잘 준비해 봐야겠다
그런데 실내화는 도대체 어떤 걸 사야 하지
처음부터 어렵다
딸아, 너도 나도 파이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