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여사 Jan 16. 2019

(회사건 가정이건) 말이 통하는 즐거움

이런 게 삶의 낙이죠

1.

얼마 전 10년 전 같은 회사에 다녔던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점심 회동을 했다. 그 사이 우리는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고 나이 앞자리도 바뀌어버렸지만 만나는 약속을 잡는 그 순간부터 10년 전이라는  그 젊은 시절의 감성으로 기분 좋게 시간 이동을 한 느낌이었다. 출근을 위해 새벽같이 눈을 뜨면서도 '오늘은 P와 만나는 날이었지!' 평소와 달리 옷차림에 신경도 쓰며 직전의 설렘을 만끽했고,  역삼역 3번 출구 앞으로 만나러 가는 내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2.

메뉴를 고르는 시간 조차 아까울 정도로 반가웠던 만남이었다. 주위 테이블을 의식하지 못한 채 목청이 올라가 때론 아차차 싶은 순간들도 여러 번 있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추임새를 넣으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통하는 이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던가 새삼 느끼게 되었다.


3.

그러고 보면 총 4번의 이직으로 5개의 회사를 다녔는데 비슷한 연령대가 많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많았던 회사가 가장 즐거웠었다. 출근하면서 서로의 노동요를 공유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날아온 택배를 함께 뜯으며 품평회를 하는 등의 사소한 일상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공감받는 분위기가 그 당시에는 얼마나 큰 장점인지 몰랐었다. 선배들이 유독 많았던 회사는 막내라는 장단점으로 많은 것을 학습할 수는 있었지만 공감이라기보다 공감을 가장한 배려 혹은 오냐오냐 분위기의 귀엽게 여겨주는 정도였고 외부에서 온 경력사원보다 신입들이 쭉 올라가는 분위기의 회사에선 나이와 무관하게 진골, 성골 따위의 문화로 당황하게 하는 곳도 있었다.     


4.

그런데 좋았던 회사, 별로였던 회사와 무관하게 퇴사 후에도 인연이 이어지는 사람은 늘 있다. 나는 유독 같은 팀이었던 사람보다 함께 일을 했던 사람들과 절친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마도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한 기억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해서가 아닐까 싶다. (업무가 같은 팀 사람보다는, 다른 팀 협업으로 진행되곤 했었기에) 회사 특성상 20대가 많을 수도 있고, 30,40대가 많을 수도 있다. 우리 회사에는 비슷한 나이가 없어 혹은 우리 회사에는 나와 비슷한 취향이 없어라고 좌절하기보단 내가 먼저 업무 핑계를 대면서라도 한마디라도 더 걸고, 커피 타임이라도 요청하는 것이 '말이 통하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길일까? 아니면 업무에 좀 더 매진해서 업무적으로 동지 느낌 충만해서 '말이 통하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길일까? 10년 넘는 직장생활과 5개의 회사를 거쳤음에도 어느 쪽이 정답인지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5.

"소통합시다. 올해의 슬로건은 소통으로 정했어요."

연초가 되면 윗분들이 '소통'이라는 단어를 쉽게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말이 통하는 것은 인간에게 그 어떤 것보다 감정 충만한 기쁨이겠지만, 진정한 소통은 굳이 '소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통하고 있다'라는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것을 차츰 깨달아가는 요즘. 회사에서 20,30대는 물론이고 우리 집 6세 꼬맹이와도 '말이 통하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길. 누구와도 스스럼없는 대화가 가능하도록 말랑말랑한 사고를 유지(혹은 데려올 수) 있길 욕심내 본다.


+


아이와 말이 통하는 기쁨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도를 했었던가 :)


매거진의 이전글 마흔이 뭘 어쨌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