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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여사 Jan 17. 2019

마흔이 뭘 어쨌다고

나는야 마흔이 즐거워

1.

평소처럼 예스 24 도서 리스트를 훑고 있을 때였다. <타이탄의 도구들>로 유명한 팀 페리스가 낸 책 <마흔이 되기 전에>가 눈에 띄는 게다. 안 그래도 넘쳐나는 마흔 타령 책 동네에 이 분도 한몫하시는구나 싶어 하며 부제를 슬쩍 보니 '젊은 독자를 위한 세계 최고들의  인생 조언'이란다. 아, 마흔 직전까지도 젊은(!) 독자로 봐준 건가 싶어서 살짝 마음이 풀어졌다가 (대체 왜? :) 마흔 관련 책은 몇 권 정도 될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검색을 해봤다. 예스 24 기준, 국내 도서의 마흔 검색 결과는 348권.


2.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는 참 신이 났었다. "와, 이제 더 이상 교복 입고 공부하러 다니지 않아도 돼. 어른이다!" 자유인이 된 기분이었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될 즈음에는 스무 살보다는 덜 신이 났지만 그래도 "아직 한창때지"라는 어이없는 위안을 삼기도 했었다. 그리고 대망의(?) 마흔을 앞두고서는 마흔을 깨달을 겨를도 없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바빴기에 그야말로 '어?' 하다 보니 마흔이 되었다. 주위 친구들은 '아 이제 마흔이야, 맙소사' 타령을 날려댔는데 어차피 서른도 맙소사였고, 마흔도 맙소사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이후 앞자리 건 뒷자리 건 바뀔 때마다 우리는 맙소사를 입에 달 것만 같아 오히려 '그게 뭐 어때서' 덤덤해진다.


3.

사실 나의 마흔은 다른 어떤 때보다 행복하고 즐거웠다. 서른 중반에 결혼을 하고 일 년 신나게 신혼생활을 즐기다가 아이를 낳았고 모성애라곤 전무해서 아이는 친정에 맡기고 키워야지 생각하던 내가 아이와 사랑에 빠져서 육아휴직을 2년이나 쓰고도 모자라 아이를 키우겠다며 퇴사를 했었다. 아이와 48개월을 보내고 유치원에 들어갈 시점에 운 좋게 재취업을 했는데,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내가 취업한 그 해가 바로 나의 마흔 시점이었던 거다.


4.

회사를 관둘 때는 '그 좋은(?) 직장을 왜 관두냐' 소리를 백번 넘게 들었고, 아이를 두고 다시 회사를 나간다고 하니 '아이는 어쩌고' 소리를 또 백번 넘게 들었다. 좀 더 어릴 적엔 사람들의 그런 한마디들이 피곤하고 스트레스였는데, 마흔 정도 되다 보니 덕분에 한번 더 고민하게 되거나 내 선택에 좀 더 책임을 져야겠다 정도의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선택대로 다시 시작한 회사 생활은 몇 년 간 뇌를 다른 곳에 쓰다가 돌아와서인지 무슨 일이 생겨도 신기하고 재미있고, 이상한 사람조차 '그래 너도 너네 엄마한텐 최고의 존재겠지'라는 얼토당토않은 이해심도 생겨나 이전 직장생활과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늘 욕은 하고 있지만 :)


5.

다양성의 사회다. 스무 살에 결혼을 할 수도 있고, 마흔에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 옛날에야 우선 삶 자체가 길지 못했고, SNS 따위 없어서 다른 이들이 제각각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없어서 집안이나 동네 평균값에 발맞춰 살아야 괜찮은 삶 같았다. 하지만 이제 이 길고 긴 삶. '아이고 내가 벌써 마흔이 코앞이야' 세상 다 산 얼굴로 말을 해도 내 생각만 젊다면야 무엇이 문제인가. 물론, 눈치 없는 얼굴은 나이를 속이지 못하고 계속 티를 내고 있지만 말입니다.


6.

마흔을 검색한 후에 서른과 스물 관련 책도 검색해봤는데, 서른은 927건, 스물은 548건이었다. 아 마흔보다 둘 다 많군. 마흔 타령보다 서른 타령이 더 대세구나 뒤늦게 반성했다. 서른과 달리 왠지 자꾸 숨기고픈 나이 마흔이지만, 건강검진 신체나이가 36세로 나온 것에 위안을 삼고 정신단련(?)에 힘써야겠다. 생각도 36세가 나올 수 있도록 :)    


+


오래오래 모아 좋은 공간이 탄생하듯 정신단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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