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사랑하게 된 어느 날의 기록
30년 동안 나는 참 많은 얼굴을 만져왔습니다. 누군가는 웃는 얼굴로, 누군가는 지친 표정으로, 어떤 날은 눈물까지 닦아내며 내게 다가왔고 나는 그 얼굴 하나하나를 정성껏, 다정하게 어루만졌습니다.
피부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니까요.
살아온 시간, 잠들지 못한 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아픔까지 나는 손끝으로 느끼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나는, 남의 얼굴을 밝히기 위해 내 시간을 들이고, 남의 자존감을 세워주기 위해 내 마음을 쏟아왔습니다.
그러나 문득,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내 얼굴은 너무도 낯설었습니다.
탄력이 무너진 볼, 깊어진 이마 주름, 그리고 그보다 더 선명한…
내가 나를 오래도록 돌보지 않았다는 흔적들.
“나는 왜 나를 챙겨주지 못했을까?”
그날따라 손끝이 차가웠습니다. 언제나 따뜻하다는 말을 들었던 이 손이, 정작 나를 향할 때는 낯설고 서툴기만 했습니다. 고객의 주름을 펴주며 “괜찮아요, 예뻐지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던 나는, 왜 나에게는 그렇게 말해주지 못했을까요.
그 질문이 제 마음을 오래도록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아주 작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나를 돌보자. 남이 아니라,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하자.”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스킨을 바르며 내 얼굴을 천천히 만지는 일이.
화장솜 대신 손바닥으로 나를 감싸 안는 일이.
하지만 조금씩, 내 손길이 따뜻해졌고 내 마음도, 내 얼굴도 그 온기를 기억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향기, 잠들기 전 나를 다독이는 목소리, 한 줌의 크림과 한 방울의 오일이 내 삶을 천천히, 다시 피어나게 했습니다.
아름다움은 거창한 변화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가 나에게 시간을 내어줄 때. 피부 한 겹을 넘어 마음 깊숙이 닿을 때.
그제야 나는 “아, 이게 진짜 가꾸는 거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수많은 얼굴을 돌보던 한 피부관리사가 비로소 자신의 얼굴과 마음을 마주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거울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던 나에게,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괜찮아. 지금의 내가 더 좋아.”
“주름보다 먼저 펴져야 했던 건, 바로 내 마음이었구나.”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오랜 시간 나를 돌보지 못하고 있었나요?
그렇다면 우리,
이제부터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함께 만들어보아요.
늦지 않았습니다.
아니, 지금이 가장 좋은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