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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이씨 Nov 16. 2019

181029 오늘의 한 포기

결국 글이다

거의 한 달만에 다시 키보드를 펼쳐냈다. 하고 있던 잘 안 되고 있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담아낼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결국 글이다. 노래를 듣고, 대화를 해보고 다른 어떤 것을 해봐도, 결국 내 마음에 콱 박히는 것은 글이다.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고, 유연함이 있으며, 날카롭기까지 하다.


요즘 너무 할 일들이 많다. 하나가 끝나기 전에 두 개가 들어와서 자기 먼저 봐달라고 허우적거리고 있고, 붙잡고 있던 손은 뿌리치고 떠나버린다. 올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복학생들은 다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동안의 2년 동안이 지루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아직 2달이 더 남은 지금만 봐도 1년 동안 일어날 일은 아니었던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해이기도 했고, 상처를 주면서 미안함을 느끼고 사과도 많이 했던 해이고, 만났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걸러져서 남을 사람만 남은 해이기도 했다. 드디어 자취를 시작해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해 나가는 재미로 살기도 하고, 때로는 가스 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보일러도 틀지 못하고 옷을 껴입고 차가운 공기를 데우던 시간도 있었다.

시간은 소중하다

정말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올해 가장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줄어든 지도 모르게 많아 보였던 시간이, 아직은 많이 남았겠지만, 어느 새 지금은 줄어든 게 보일 정도로 줄어 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는 순간이 많아진다면, 그것은 아쉬워 할 순간이 어느 정도 생길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나는 이 아쉬운 순간에도 후회하지 않으려고 했다. 후회의 늪에 빠져서,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더욱 깊게 빠져들기 싫었기 때문이다. 어렵다. 후회라도 하면서 쉬어보고 싶기도 하고, 자기 연민으로 그럴듯한 이유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을 때가 솔직히 자주 있다.


그럴 때 마다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대충 감정을 정리하고 넘어가게 되면 결국은 부메랑으로 다시 나에게 날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마주하기 싫은 것들도 마주해야 하고, 그냥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들도 곱씹어 봐야 한다. 울음을 참지도 말아야 한다. 괜찮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난도질당한 상처에 소독도 안하고 대충 붕대만 감아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과 같다. 소독하는 아픔이 싫어서, 지금 그냥 보이는 상처가 너무 미워보여서, 다른 사람들이 피를 철철 흘리는 나를 이상하게 볼까봐. 그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언젠가 붕대는 낡아 헤져서 떨어지고, 상처는 여전히 낫지 않았다는 것이다.


슬플 때 슬프지 않고, 아플 때 아프지 않은 사람은 상처를 낫게 하는 법을 모른다. 정말 그 상처가 결국에는 자신을 파고드는 흉터로 남을 줄도 모르고 그냥 덮어둔다. 그래서 올해는 '울지 마'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그 사람을 생각한다면, 우는 사람에게는 정말 많이 울어서 더 울고 싶지 않을 때까지 울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우는 순간에는 정말 힘들다. 옆에서 뭐라고 해도 듣지도 않고 그냥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마냥 운다. 하지만 그 때가 제일 괜찮은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눈물에 이자가 쌓이면 감당할 수 없어지는 것임을 느꼈다.


또 하나의 내가 추천했던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내가 왜 슬픈 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누가 싫은지, 누가 보고 싶은지. 이런 것들을 쓰다 보면 엉켜서 뒤죽박죽인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정리를 하면서 느끼는 건, 내가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 며칠 지나면 조금씩 괜찮아지고 다른 것도 하나씩 해보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도와주는 사람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그래서 오늘은 이 말을 하고 싶었다.

결국 글이다

 SNS같이 보여주는 글 말고, 나만의 글을 만들자.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점점 더 힘들어지는 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는 굳이 손글씨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손글씨만의 매력이 있고, 감성을 자극하는 면이 있지만 아날로그만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작은 마음의 공간 하나씩만이라도 가지는 하루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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