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X메리고키친, 오픈 다음 날 방문기
이번 방학에 인턴으로 들어가려고 했었던 공유주방 스타트업과의 접촉을 계기로, 푸드테크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강남에 위치한 레귤러 식스라는 퓨처 레스토랑이 생겼다는 기사를 본 이후(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다), 비슷한 식당을 찾던 중 메리고키친의 오픈 소식을 접했다. 마침 운이 좋게도, 이 소식을 접한 날이 오픈일이라 얼리어댑터가 되기 위하여 바로 다음날 저녁에 메리고키친에 방문하였다:)
메리고키친은, 배달어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이 속한 회사 [우아한 형제들]과 함께 선보인 식당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아한 형제들]이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식당 주인 분은 다른 분이신데 [우아한 형제들]은 식당 내 테크니컬한 부분들을 협업 형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일단 위치는 잠실역에서 8호선을 타고 한 정거장만 지나면 나오는 몽촌토성역 근처다. 9호선 한성백제역과 더 가깝지만, 내 위치에서 길찾기를 눌렀더니 네이버 지도가 몽촌토성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루트를 추천해줬다. 내가 나름 지도를 잘 보고 찾아가는 편인데, 지도가 가르쳐준 곳에 와보니 새 건물만 있고 간판도 있는둥 없는둥해서 5분 동안 그 앞에서 헤맸던 것 같다. 메리고키친은 2층에 위치해 있었다 :)
딱 들어서면 입구에는 카운터가 있고, 메뉴판이 위에 위치해 있다. 음식과 카페 음료까지 판매하는데, 메인 디쉬만 즐기고도 배가 불러서 카페 음료까지는 못 마시고 나왔다.
이 카운터의 메뉴판은 굳이 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결제는 직원 분이 하는 것이 아니라, QR코드로 배달의 민족 어플에 접속하여 메뉴를 고른 후 주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주문을 마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이렇게 귀여운 로봇이 서빙을 하는 모습과 함께, 개발자로 보이시는 두 분께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계시는 모습을 봤다. 아직 오픈 초기라 개발자 분들이 에러가 뜨는 지를 실시간으로 체크하시는 것 같았다:) 한가로운 저녁 시간에 밥은 드시면서 일하시는지 걱정이 되긴 했다.(ㅠㅠ)
22번 테이블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음식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1층 2층에 음식이 다 있었는데, 우리 음식만 배달해주었기 때문에 1층으로만 표시해주신 것 같다. 로봇이 와서 음식을 배달해주면 우리가 직접 음식을 테이블 위에 두고 확인을 누르면 된다.
내가 메리고키친에 재방문 의사가 있는 이유는, 로봇의 신기한 서빙 방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맛 때문이기도 하다.
인기 메뉴에 있는 파스타와 메뉴에서 그냥 골랐던 밥이다. 비쥬얼도 좋고, 맛도 좋았다. 로봇 식당이라고 해서 궁금증을 느낀 사람들이 찾아오고, 맛 때문에 재방문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초기 진입자 pool을 넓혀주는 로봇 마케팅과 훌륭한 맛과의 조화가 메리고키친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왼쪽 사진처럼 주방 앞에 서빙 로봇이 서 있고, 음식을 받아 서빙해주는 구조이다. 로봇도 서비스직에 있으므로, 항상 웃는 표정을 하고 있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로봇 앞을 막아서기도 해봤지만 장애물을 인식하면 저절로 멈춘다.
그렇다고 이 로봇이 사람처럼 길을 막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관찰 결과 천장의 센서들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천장의 네모난 센서들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이 센서 신호들을 따라 로봇이 테이블 위치를 찾아가는 원리인 것 같았다. 아쉽게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이 로봇이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테이블에 서빙해주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이럴 경우, 어떤 순서로 서빙해야 할지에 대해 어떻게 프로그래밍되어 있을지 굉장히 궁금하긴 하다.
다음 포스팅에서 더 심도있게 다루겠지만, 요즘 언택트(untact)가 뜨고 있다. 이는 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un이 붙은 신조어로, "접촉하지 않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직접 대면의 방식보다는 간접 대면의 방식을 선호하고 있고, 이는 옷 가게에서부터 음식점까지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저 임금의 인상 등도 이에 영향을 줬다고 봐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키오스크 등의 무인 판매기가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 추세에 따라 배달의 민족에서는 그에 맞게 [ 로봇이 서빙해주는 식당 ] 이라는 마케팅을 하고 있었고, 적어도 나에게는 효과가 있었다. 이 무인화 경쟁에 배달의 민족도 뛰어 들었고, 여러 카페와 패스트푸드점들에서도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문을 할 때부터 직원 분을 불러서 주문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플을 통해 주문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문을 했고, 선택에 시간이 꽤나 걸려 항상 직원분께 죄송했던 나에게는 이 기능이 정말 편리했다. (키오스크에서도 줄이 길게 선 상황이라면 뒤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이 곳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마음이 편했다.) 또한, 로봇이 너무 귀여워서 로봇이 움직일 때마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내 생활반경과 조금 거리가 있지만, 시간 내서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강남에도 로봇 식당이 오픈했다고 하는데, 한 번 들러봐야 겠다:)
Jisu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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