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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Nov 06. 2024

책을 내고 두 번째 라디오 방송에 출현했습니다.

국악방송 '은영선의 함께 걷는 길' 출현 후기

출판사를 통해서 국악방송 '은영선의 함께 걷는 길'이란 라디오 프로그램 출현 요청이 왔다. 지난번 KBS 라디오 방송에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기에 참여하겠다는 답메일을 보냈다. 이후에 구성 작가님은 메일을 통해서 프로그램의 취지와 나눌 이야기 등에 관해서 알려주셨다. 메일에 적힌 단어만으로도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녹화 날짜가 정해졌고, 또다시 메일로 질문지가 도착했다.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집니다' 책을 꼼꼼하게 읽은 티가 났다. 질문도 좋았고, 구성 자체도 매끄러웠다. 한 가지 걱정되었던 건 책 내용 일부를 내가 직접 읽는 내레이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부끄럼쟁이가 잘할 수 있을는지.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밤늦도록 질문지에 꼼꼼하게 답을 하고, 내레이션 연습도 몇 번이나 했다. 그간의 강의를 통해 연습 만이 살 길이라는 걸 뼛속 깊이 알게 되었으니.

녹화 당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고 조금 일찍 상암 DMS에 도착했다. 국악방송국은 건물 11층에 위치했다. 새벽에 작가님에게서 메일이 왔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여를 못하게 되어 PD님께 연락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한눈에 보아도 예술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PD님의 안내에 따라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그리고 밝은 미소가 무척 아름다운 은영선 진행자님을 만났다. 처음 보았음에도 얼마나 편하게 말을 걸어주시는지 내향인이란 존재도 잊은 채 시작 전부터 수다를 떨며 긴장을 풀었다. 잠시 유의사항을 듣고 곧바로 녹화에 들어갔다.


진행자님은 기존 질문지 방향대로 이끌어갔지만 그대로 하기보다는 자연스레 대화하면서 답을 유도하셔서 방송이란 것도 까먹고 친한 지인과 마실 나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때론 웃으며, 때론 진지한 분위기 속에 녹화가 진행되었다. 드디어 문제의 내레이션시간이 왔다. 연습한 대로 읽었는데 왜 이리 버벅거리는지. 첫 번째 내레이션이 끝나고 두 번째 내레이션 때 PD님은 다 좋은데 속도만 조금 천천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급해지면 말이 빨라지는 평소 습관이 그대로 나왔다.


그렇게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진행자님이 끝이 났다고 했다.


"보세요. 한 시간이 금방 흘렀죠?"

"정말 그러네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화살이란 상투적인 표현이 딱이었다. 스튜디오에서 나오니 PD님이 잠시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와 동갑인 뱀띠인데 결혼을 늦게 해서 이제 아이들이 5살, 7살이란다. 아이들이 모두 딸인데 나중에 사춘기를 맞닥뜨리고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이란다. 그때 가서 상황이 모두 다르니 정답을 말할 순 없지만 지금 내가 가진 고민을 이야기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도록 노력했다. 한참을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춘기란 존재는 부모라면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이지만 막상 닥치면 그 힘듦은 말할 수 없다. 나에게 이제 딸이 사춘기가 시작되니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 후속 편으로 딸과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책을 쓰는 건 좋지만, 또다시 사춘기의 지지볶음을 생각하니 두려웠다.


돌아오는 길에 좋은 추억 덕분에 기분이 한층 올라갔다. 강의도 그렇고 방송도 마찬가지로 시작 전에는 긴장되고, 도망가고 싶지만 마치면 느껴지는 후련함과 뿌듯함이 있다.


11월 16일 토요일,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 동안 방송이 된다는데 꼭 챙겨 들어야겠다. 내 이야기가 조금이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직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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