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쯤인가 우연히 문화센터에서 강사 활동하는 분의 글을 접했다. 단숨에 끝까지 모두 읽었다. 강사에 지원하고 합격하여 활동하게 된 과정을 그린 내용인데 또다시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시작'이란 단어만 보면 설레는 고질병이 도졌다. 글의 마지막에 올려놓은 강사지원 링크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버튼을 눌렀다. 무언가에 홀린 듯 지원서를 작성하고 발송해 버렸다.
올해 꾸준히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픈 열망이 들끓긴 했다. "여전히 배가 고프다."라고 말한 어느 스포츠 선수의 말이 몹시 공감되면서 길을 찾지 못해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다. 운명처럼 좋은 기회가 찾아왔지만 강사 되기가 쉽지 않고, 바로 합격 통보가 오지 않고 긴 시간 기다려야 된다는 말에 그저 반신반의했다.
시간이 흘렀고, 지원했던 기억마저 흐릿해질 때쯤 문화센터 담당자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올린 서류 중 수정사항이 있어서 정정해서 다시 올려달라는 글이었다. 과정 중에 몇 번 오류가 발생해서 우여곡절 끝에 완료를 했다. 며칠 뒤 결과가 궁금해서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고, 합격 소식을 들었다. 두 달 만에 들려온 기다렸던 소식이었다.
12월 초에 미팅 날짜가 잡혔고, 드디어 오늘 만남이 이루어졌다. 장소는 홈플러스 문화센터 강서점이었고,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바로 앞이었다. 쌀쌀한 날씨를 느끼지 못할 만큼 내 안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홈플러스에 도착해서 문화센터가 있는 4층에 도착했다. 마침 안내 데스크에서 팀장님을 만났고,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지부장님도 계셨다. 오늘 만남을 위해서 특별히 오셨다고 하셨고, 서점에서 내 책도 읽어보셨다는데 고마우면서도 부끄러웠다. 마침 사는 곳도 가까워서 자녀 이야기로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본격적으로 강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강의 활동을 설명하며 문화센터 측에서 원하는 방향과 접점을 찾아갔다. 그 과정이 딱딱하지 않고, 시종일관 즐겁고 흥미로웠다. 두 분 모두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새로운 방향도 제시해 주어 나 역시 편하게 의견을 꺼낼 수 있었다.
과정 중, 기존에 해왔던 강의뿐 아니라 새로운 강의주제도 찾게 되어 추후에 구체화해 보기로 했다. 회의가 끝나고 기대 이상으로 뿌듯했다.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겠단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장 좋은 단어를 하나만 꼽으라면 '시작'이다. 그 시작점에서 이제 첫 발을 내디뎠기에 열심히 준비해서 차곡차곡 채워나가 보자고. 잘할 수 있다. 파이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