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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Dec 19. 2023

라이즈 원빈

10대로 돌아가고 싶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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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분의 어떤 점이 좋아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마도 SNS상에서 보여지는 가족과의 모습, 글이나 대화 속에서 내가 남편을 묘사할 때 그에 대한 찐 애정이 타인에게도 전달되는 듯 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남편은 너무 웃깁니다.”     


남편은 웃기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웃길 거다. 이번 주말에도 나들이를 가는데, 남편의 특정인 성대모사를 듣고 뒤로 넘어갔다. 뒷자리 카시트에서 쿨쿨 자고 있던 아들이 깜짝 놀라깨며 무슨 일이냐고 물을 정도로 파괴적인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렇다고 남편이 외향적이고 시끄러운 사람인 건 아니다. 그저 주변 상황과 청자의 특징을 파악해서 무심하게 한마디씩 툭툭 던진다. 그게 웃겨서 남편과 있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어떤 남자와 결혼해야하냐는 후배들의 질문에도 무조건 ‘웃기는 남자’랑 결혼하라고 한다. 그만큼 웃기는 남자는 소중하다.     



거짓말이다. 나는 웃기는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보면 웃음이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거다. 요즘 나한테 가장 웃긴 남자가 있다. 바로 아이돌 그룹 ‘라이즈’의 원빈이라는 남자다. 해외출장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이 영상을 만났는데, 5박6일의 강행군 중에도 약 50번의 재생을 하게 만들었다. KT모바일에서 오는 협박문자(너의 데이터용량이 얼마 남지 않음) 알림 간격은 갈수록 짧아지고 결국 데이터가 다 닳아서 상사와 연락을 못하는 순간에도 난 그를 참지 못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YKBf6iDZ_Q     


한참 영상을 보는데 알고리즘에 #세븐틴 이 뜬다. 자기소개에도 써놨지만 내가 데뷔때부터 좋아한 아이돌은 신화와 세븐틴 뿐이다. 특히 세븐틴은 연습생 영상이 뜰때부터 좋아했다. 삼성동 플레디스 지하실에서 그들이 연습생 생활을 할 때부터 캐럿캠프(팬클럽+가수가 가는 1박2일 캠프)를 신청할 정도로 (물론 못 갔지만) 세븐틴 광팬이었다. 세븐틴 어디가 좋아요? 누군가 물으면 이렇게 답했다. ‘웃겨서요.’     


거짓말이다. 지금 나는 라이즈 원빈의 영상을 무한대로 재생하고 있다. 특히 저 사연 있어보이는 사슴같은 눈! 누군가 나를 저 눈빛으로 쳐다본다면 홀리듯 자리에서 일어나 글로벌 최악의 화약고라는 팔레스타인이라도 따라가리라.      


어쨌든 요즘 라이즈 원빈 덕질 중이다. 얼굴은 선한 사슴처럼 생겼는데, 육상선수 출신 답게 몸은 다부지다. 특히 나무꾼 같은 손. 저 손으로 나를 덥석 잡는다면, 그 눈으로 ‘괜찮으세요?’라고 묻는다면 ‘날 이렇게 대한 남자는 니가 처음이야!’라면서 일부러 뺨을 때릴 거다. 삼류 드라마같은 사랑을 꿈꾸게 하는 원빈, 30대인 나도 이렇게 좋은데 10대들은 얼마나 좋을지.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적당히 젊고 적당히 늙었다. 돈이 많진 않지만 풍요롭고 회사에 매여 살지만 쌓인 시간이 만들어준 것들에 감사하며 산다. 그런데 라이즈 원빈을 볼 때만큼은 10대로 돌아가고 싶다. 10대가 돼서 그의 사진을 모으며 다이어리에 그가 얼마나 좋은지 마구 끼적이고 싶다. 원빈오빠, 우리가 결혼하면~ 이런 걸 쓰고 싶다. 지금 쓰면 바로 화이트 하우스행이다. 


아무튼 아주 오랜만에 10대들이 부러워지는, 그런 얼굴을 만났다. 

      



ps. 저는 웃긴 남자가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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