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한 번 안 떼고 방방곡곡 콘텐츠로 세계 일주
인터넷과 방송 매체가 발단한 지금은 직접 가지 않고도 먼 나라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미래학자들은 이렇게 텔레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한 시대가 오면 사람들이 먼 나라에 가지 않고도 매체를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여행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와 반대로 방송을 통한 정보의 교류가 많을수록 여행자 수가 늘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직접 움직인 것이다.
유현준 <공간이 만든 공간>, 25페이지
유현준 교수의 저서를 보면 처음 1장의 시작을 위와 같은 말로 시작한다. 필자 역시 몰랐을 때는 가고 싶지 않았던 곳들을 미디어를 통해 '발견'하고 이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곤 한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 <미드나잇인 파리>를 보고 갔던 '파리', 90년대 홍콩영화들의 로망을 안고 다녀왔던 '홍콩'이다. 이 뿐만 아니라 휴일에 시간을 내 '인스타그램' 속의 힙플레이스를 방문하는 것도 일종의 미디어 자극의 부산물이다.
매달 해외로 떠났던 자유로운 학생 때와 달리 회사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게 된 (그것도 주 7일 근무강도의 정해진 휴일 없는 방송국의 예능 PD로 살게 된) 필자는 코로나 이전에도 불가피하게 방구석 세계일주를 즐겼다. 특히 평범한 사무직으로 근무했을 때는 연차를 이용해 근거리의 해외를 자유롭게 다녀왔었지만, 예능 조연출에게 1년 중 정해진 공식 휴일은 '여름휴가 7일'뿐이니 가고 싶은 로망의 여행지를 선별해서 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7일 안에 다녀올 수 없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먼 나라(남미나 오지)는 꿈꾸기조차 어렵기에 인터넷을 이용하여 정보를 접할 뿐이었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도 없던 2000년 초반에 다녀왔던 추억의 도시들 (멕시코의 탐피코, 중학교 때 중국의 텐진, 베트남의 박리에우 같은 주요 관광지가 아닌 접근성이 낮은 곳)에 거주했던 필자로서는 짧고 아쉬운 휴가 때 방문을 꿈꾸기보다 구글 지도 로드맵 뷰나 페이스북 해당 지역 클럽 가입으로 유년시절의 추억 어린 공간을 가늠하고는 했다.
이런 구글맵을 뒤지는 것 말고도 직업적 자가격리를 하며 인터넷 세계여행을 다년간 한 짬바가 요즘은 범국가적인 재앙 코로나로 인해 더욱 즐길 수밖에 없게 됐다. 주변 친구들만 봐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가 즐기는 방구석 여행법 (해외 도시 덕질)을 소개하고자 한다.
https://www.instagram.com/tokyodabansa/
반일적인 감정을 떠나 도시 브랜딩이 정말 잘됐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 '도쿄'이다.
우리나라도 '홍대'와 '강남'의 풍속이 꽤 다른데(당장 클럽에 가는 복장으로도 시각화할 수 있을 정도로) 도쿄의 '하라주쿠', '긴자', '오모테산도' 등은 이른 훨씬 더 이미지화가 예전부터 잘 구축된 느낌이다.
도시와 동네에 대한 브랜딩은 도쿄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아주 잘 됐다고 느낀다. 각종 지역 특산품과 마스코트라든지 일본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까지 여행상품화 (일본 관광청 주도하에) 된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이다.
일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야기와 개성을 가진 곳은 단연코 수도인 동경이다. 당장 시모키타자와와 시부야, 긴자가 같은 지역에 속해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다른 동네 개성을 가졌다. 이런 다른 도쿄의 다양한 개성을 미시적으로 설명해주는 설명해주는 계정이 '도쿄다반사'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게시글을 읽다 보면 도쿄의 그 거리, 그 상점에 마치 가본 듯하게 자세하고 지엽적으로 설명한다. 막상 실제로 여기서 설명하는 동네를 가보았더라도 관광객으로서 알 수 없었던 거리의 역사나 야사를 설명해줘서 도쿄의 여러 동네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업데이트될 때마다 놓치지 않고 보는 콘텐츠 중에 하나이다.
도쿄의 알려지지 않은 매력 있는 동네들을 매화 소개하는 드라마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
키치죠지는 일본에서 매년 앙케트로 '살고 싶은 동네 랭킹'을 조사할 때, 1등으로 꼽히는 도쿄의 동네 중에 하나이다. 내용은 키치죠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두 여성 콤비가 이사를 희망하는 의뢰인이 오면, 키치죠지 외의 더 적합하고 매력 있는 매물을 소개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구해줘 홈즈> 파일럿 시절 조연출을 할 때, 복팀 나래 / 덕팀 숙이가 이 둘의 콤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고 메인선배에게 포스터용 촬영을 제안하거나 타이틀 디자인 레퍼런스를 찾을 때, 이 드라마와 다음에 소개할 <도쿄여자도감>을 보여드리기도 했다.
일본 드라마는 <심야식당>이나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처럼 일본의 실제 장소를 극에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에서도 실제 동네 맛집과 명소들이 등장하는데, 필자가 도쿄에 방문했을 때 극 중에 소개한 장소들을 실제로 가보고 여행에서 꽤 즐거움을 느낀 기억이 있다.
도쿄를 동경하는 시골 출신의 여자가 도쿄에 상경해 겪은 현실적인 도쿄 여성 성장기라고 볼 수 있다.
잡지에 나오는 멋진 여성의 삶을 꿈꾸는 주인공은 시골에서 벗어나 도쿄로 가려하지만, 대학 때까지는 쉽지 않다. 본격적으로 도쿄 취업에 성공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주인공의 도쿄 생활과 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이 사회생활을 하며 꿈꾸던 도쿄의 동네들 (키치죠지나 에비스, 롯폰기 같은 유명 동네)은 본인이 가진 비용으로 살 수가 없는 여건이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주인공이 첫 도쿄 자취를 시작하는 곳은 '산겐자야'다. 실제로 산겐자야의 상점가와 맛집들이 주요 요소로 등장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도쿄여자도감>에서 산겐자야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도쿄 여행 때 굳이 일반적인 관광지가 아닌 일상의 거주지역인 '산겐자야'를 방문하게 됐다.
그 이후 주인공은 화려한 중심지 에비스로 이사하여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8 학군과 비슷한 '미나토구 출신'의 남자와 교제하고, 긴자, 토요스, 요요기 우에하라로 이사하며 일반적인 동시대의 도쿄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성장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도쿄에 다녀왔더라도 알지 못했던 동네의 지엽적인 정보들 (동네의 역사나 이미지 같은 TMI)을 주면서 '도쿄'라는 동네에 서사를 부여한다. 또한 주인공이 성장하고 신분 상승에 맞는 동네로 이사하며 공시성을 가진 에피소드 (만나는 남성의 모습, 나이 때에 맞는 일반적인 도쿄 여성의 고민)을 중심으로 극을 진행한다.
<도쿄여자도감>은 필자가 입사 자기소개서에도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로 작성했을 정도로 항상 손꼽는 작품인데, 이를 리메이크한 <상해여자도감> 도 중국에서 방영되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것 중에 가장 유사 여행 콘텐츠가 바로 Google Night Walk in marseille 다.
마르세유의 밤거리를 걷는 경험을 재현하는 이 프로젝트는 2014 칸느 페스티벌(Canne Lions)의 사이버 부문 실버 수상작이기도 하다.
https://promenadenocturne.withgoogle.com/en/home
2014년 구글에서 진행한 마르세유 밤거리 걷기 프로젝트. 스트리트뷰에 실제 밤거리의 오디오를 입히고, 명소와 지역 아티스트의 역사를 적은 정보를 제공해 간접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이트를 들어가 오디오에 집중하면 정말로 가이드받으면서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2014년에 처음 체험했을 때는 너무 신기했는데, 벌써 6년이 지난 콘텐츠라 유사 경험이 많아졌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면 꼭 한 번 듣게 되는 2012년 퓰리처상 수상작, 뉴욕타임스의 인터랙티브 기사 <Snowfall> (클릭하면 기사로 이동)부터 현빈이 나왔던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대중문화 곳곳에 녹아내린 것 같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1년에 한 번은 꼭 들어가서 체험하게 되는 콘텐츠이자, 방문한 적 없는 '마르세유'를 그 어떤 콘텐츠보다 여행처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구현한 증강현실 게임 장면. 엄청 재밌고(?) 또 충격받으며 본 기억이 있다.
*NAVER 캐스트 해당 장면의 일부 클립 : https://tv.naver.com/v/4667601/list/259134
조승연 작가의 파리 역사 가이드 투어(ft 궁그미)ㅣ어쌔신크리드 유니티
거의 매 글마다 나오는 듯한 <조승연의 탐구생활> 콘텐츠 소개. (그만큼 푹 빠져있다고요...)
사실 어제 7월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을 맞이해서 요즘 필자의 관심사와 딱 맞는 콘텐츠가 올라와서 이 글을 작성하게 됐다. (올해는 못 가겠지만) 2016년 파리 첫 방문부터 2019년까지 4년 간, 정기 휴가를 이용해 매년 파리를 방문한 필자로서는 이런 파리 역사와 거리 구석구석을 설명하는 콘텐츠가 너무나 좋다.
보통 혼자 여행을 가면 2~5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현지 유학생들에게 워킹투어를 들으며 거리마다의 역사(혹은 야사)를 듣는 것을 즐기는데, 마치 현지 워킹투어를 하듯 '어쌔신크리드 유니티' 게임에 구현된 중세 파리를 배경으로 역사투어를 진행해주신다.
- 조승연 작가님의 탐구생활 콘텐츠 중 <스트리트X역사 시리즈>
재생목록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aiFPR3p4j00&list=PLjfbL5XDzjs2BxaDuN58QCaKeyAE9TOTn
- 게임 '킹덤 컴 : 딜리버런스'으로 중세 체코를 설명하는 <중세 게임 [킹덤 컴: 딜리버런스] 역사해설>
https://www.youtube.com/watch?v=U00f77u_NkE
*개인적으로 조승연 작가님이 필자의 최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등장인물들과 역사 배경을 꼭 설명해주셨으면 한다.
*책은 최대한 이 글에서 배제하려 했지만, 파리 골목길 덕후라면 주경철 작가의 저서 <도시 여행자를 위한 파리 X역사>라는 책도 추천한다. 파리의 각 구에 있는 명소와 얽힌 역사를 챕터별로 소개한다.
연남동에 있는 테마 중식집 <몽중식>. 지난 <서유기> 코스 때 방문하여 식사하고 왔다. 매 시즌마다 중국의 작품을 선택하여 중식 코스요리로 재해석한다. 이번 코스요리의 테마는 영화 <중경삼림>인데 오는 8월 16일까지 이 작품으로 식사할 수 있다.
<몽중식>에서는 영화 내용을 기반으로 스토리 전개에 맞추어 식사를 구성해 영화를 오감으로 다시 체험하게 해 준다. 앞서 말했듯 <중경삼림>과 같은 영화로 홍콩 여행을 꿈꿨기 때문에, 홍콩에 대한 짙은 향수를 (코로나 이전에도 독립문제로 방문하지 못했다) 식사코스를 통해 대신 달랠 수 있겠다.
또한, 체험 콘텐츠로 넷플연가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영화> 도 있다. 이 외에도 문토, 트레바리, 프립 등 요즘엔 유료 커뮤니티 모임이 많은데 본인의 관심사인 홍콩영화 외에도 여행지나 여행지를 테마로 하는 대중문화 모임도 꽤나 많다. *예전에 트레바리에서는 <여행지도>라는 여행을 테마로 한 독서모임도 존재했다.
90년대의 홍콩영화를 좋아하는 필자로는 홍콩에 가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 넷플연가를 신청했다.
홍콩영화 속 홍콩을 되새기며 가지 못하는 이 한을 풀 예정(?)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기 <김찬삼의 세계여행>과 이미 끝났지만 성수동 데어바타테에서 한 <네 도시 이야기>도 재미있는 콘텐츠였다.
재밌게 읽은 책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에서 다룬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보고 중고나라를 통해 전권을 구입해서 소지하고 있다. 비록 한문을 못해 대다수의 글을 읽지 못하고(?), 50년대의 세계 곳곳의 사진과 기록을 느낌으로 감상하지만 과거의 세계 (특히 내가 관심 있는 도시들)는 꽤나 흥미롭다.
<네 도시 이야기>는 설동주 작가가 여행한 네 도시의 풍경을 그린 일러스트 작품의 전시회이다. 전시가 다룬 네 도시(멜버른, 도쿄, 뉴욕, 서울)를 관객들의 코멘트로 한쪽 벽에 적어두게 했는데 전시가 시작되고 꽤 나중에 갔던 지라 도시별로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적어둔 게 재밌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만 해도 과거의 서울 모습은 어쩐지 필수적으로 궁금증에 누르게 되는 것 같다.
공시적 여행이 아니더라도 과거의 혹은 남이 경험했던 그 도시를 경험하는 여행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