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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엇츠 Sep 04. 2015

패배로서의 연애

2014년 7월 9일 노트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헤어지며 붙잡는 내게, 자신에게 지는 느낌 때문에 내가 더 매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지는 느낌이 아니야 내가 널 정말 가슴끓게 좋아해, 사랑해." 답답한 마음에 소리지르며 말했었는데. 둘 다 거짓말을 한 건 아닌 거 같다. 내게 있어서 사랑은 패배이다. 아니 사랑이 게임이라면, 나의 게임은 늘 패배이다.

 대학에 오고 엄마 말을 그나마 들은 게 있다면, 연애를 많이 하고 남자를 많이 만나보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봐야 맞는 사람을 보는 눈이 트이고, 또 상대방을 통해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을 알 수 있다는 말에 쓸데없이 사명감을 갖고 충실히 연애를 해왔다. 짧은 기간 많은 사람을 접했기에 깊게 사귀지는 못했지만, 나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의 베필을 찾기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나의 사랑은 패배라고 앞서 말한 것과 모순되게, 나는 대다수의 연애에서 승리감에 도취됐다. 연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상대를 만났기에, 많은 연애에서 나는 확빠져들지 못했고 사랑하지 못했다. 사실은 상대에 확빠져들라치면 내가 평소에 그려온 이성적인 나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낯선 내 모습이 싫어 빠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포기해버렸다. 특히나 저학년의 연애가 그래왔기에 적당히 말랑이는 감정이 사랑인가, 미션을 수행하듯 상대가 내가 기대한 모습에 도달할 때의 승리감이 사랑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대학생활의 반꺼풀에 만난 첫사랑에서는 나는 낯선 패배감에 이건 사랑이 아닐거야 부정하기도 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내겐 패배가 가장 사랑이었다. 일부러 3분 뒤에 답장하고, 보고싶다는 말을 삼키고 상대에게서 먼저 들으려하던 연애는 내게 게임일 뿐 사랑이 아니었다. 당장 네 목소리가 듣고싶어 참지 못해 핸드폰을 부여잡고, 너의 작은 행동에도 연연해하는 나의 소심한 모습이 나는 사랑이었다. 내가 이토록 작은 사람이었나, 왜 이리 나는 찌질할까 홀로 자책하는 패배감이 나는 사랑이더라.


 많은 사람들은 왜 이리 이성적이지 못할까 혀를 차던 내가, 사랑에 빠지면 하루에도 몇 번 씩 논리라는 것을 잃었다. 만날 때는 나를 잃었고, 헤어지면 아프지 말아야지 생각해도 가슴이 한지가 찢어지는 것처럼 하루종일 아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몇개월을 그렇게 버텨야 그제서야 만신창이된 이성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세상에는 없는 무조건적인 마음을 확인받고 싶어하고 매순간 증명하고 싶어했다. 승패는 이성적이어야 하는데, 굳이 승패를 가른다면 논리정연하지 못한 나의 사랑은 애초에 승리할 수가 없었다.   


너의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게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네 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너의 모든 것은 내게로 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네.  

노래 <너의 의미>


나보다도 너를 더 생각하는 그 작아지는 마음, 너에게 실망해도 소리조차 못내는 비참한 마음이 나에게는 사랑이었다. 승리하는 사랑보다 패배한 사랑이 나는 훨씬 더 나를 깊어지게 만들었기에, 나는 앞으로 또다시 그 순간을 선택하라면 여전히 패배하고 싶다.

 설레는 순간보다 가난해지는 순간이 더 많고, 같이 있지 않은 순간은 늘 불안한 수수께끼의 마음은 이전 사랑이 말한 것처럼 승리보다는 패배에 더 가깝다. 난 다음 사랑에도 여전히 내가 널 왜 사랑하는 지, 네가 왜 보고싶은 지, 매순간 고백하는 솔직한 패배를 택할 것이다. 찌질해도 어쩔 수 없다. 어설프게 솔직하지 못한 말랑이는 감정보다는 찌질한 나의 마음이 훨씬 낭만적이다. 그게 나의 사랑방식이니까. 그게 진짜 패배일지라도 나는, 여전히 다음 사랑을 하더라도 끊임없이 패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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