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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희 Apr 27. 2023

엄마가 본 add 아들의 어린 시절과 사춘기

서로 사과하고 사과받는 시간

아들을 키우면서는  '힘다'는 기억 대부분이다.


add 진단을 받기 전에는 아이가 첫아이라, 내가 경험이 부족하고 아이 기질이 조금 까다로운 데다 나 역시 에너지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라고 잠정결론?을 내렸었다.

아이는 아기 때부터 예민해서 잠들기 전에 한시간을 울고, 일어나서도 한시간을 울었다. 분유도 쭉쭉 한번에 먹지못하고 찔끔찔끔 자주 먹어서 하루종일 우유를 타고 버리고 타고 버리고 하는 일 많았다. 그때는 입이 짧거나 뱃고래가 적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adhd 아기조금만 배가 차도 다른데 관심을 두어서 한번에 많이  못한 한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이가 과잉행동은 없어서 어디 가서 민폐를 끼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려 어딜 가나 내 무릎에만 딱 붙어 앉아있었다. 어린이집 적응도 너무 힘들어해서 다니다 말다 다니다 말다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했,  겉으로 보이는 모습 문에 더 진단이 늦어졌던 것 같. 그리고 '조용한 adhd'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도 불과 몇년전의 일이다.


제일 처음 뭔가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건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아이가 통신문이나 숙제들을 너무 안챙겨와서 학기 초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알림장을 통해 지적을 많이 다.

1학년때는 구깃구깃해도 다 가방에 넣어긴 했는데 왜 그럴까 물어물어 추적해 보니, 선생님이 가방을 책상 옆에 걸어면 정신없다고 아침에 책을 모두 가방에서 꺼내어 서랍에 넣어놓게 하 책가방 사물함에 보관하게 한 다음, 다시 하교할 때 가방을 꺼내 책을 옮겨 넣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인데... , 지금 생각하면 그 선생님도 유별나기도 하지...

어쨌든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서랍에 넣어둔 각종 책과 통신문들을 챙겨서 다시 가방에 옮겨 넣는 작업이 아이에겐 어려운 미션처럼 잘 이행되지 못했다.

하도 안챙겨오니 아이는 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이중으로 혼나기 시작했고, 소심한 아이는 점점 더 위축이 돼 얼어다.

하는 마음에 선생님께 아직 어린아이들인데 꼭 가방을 그렇게 따로 보관해야 하느냐 따지고 싶었지만... 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하루는 너무 답답해서 방과 후에 학교를 찾아갔는데, 아이의 그 작은 서랍에서 온갖 쓰레기와 구겨진 프린트물, 다른 친구의 필통이며  온갖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때 막연히 이 아이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지만 그때는 그게 뭔지 잘 몰랐고,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 돼서 그런 거 같아 심리센터에 데려가 놀이치료를 받게 해었다.

생각해 보니 그때 놀이치료 전에 했던 검사에서 아이의 '실행력'유독 '매우 느리다'는 결과를 들었던 것 같은데, 기서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단해을까... 하는 쉬움다. 

어쨌든 그 후로는 아이를 혼내는 대신 아침에 그날그날 해야 할 미션들을 첩에 두세가지  데, 절반 정도는 잘 챙겨 오고 나머지 반정도는 여전히 놓쳤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훨씬 좋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혼내는 건 답이 아니다.

학년이 바뀌고 가방을 다시 책상 옆에 걸어놓을 수 있게 되면서 다행히 학교에 물건을 놓고 오는 일은 그전처럼 빈번하진 않았. 


사춘기가 되면서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아이가 물건을 사야겠다거나 게임 현질을 해야겠거나 하는 생각이 들면 그 충동성을 이기지 못하고, 무작정 일부터 저질러 버리곤 했다.  무렵 아빠 지갑에도 손을 대기 시작, 그러다 들키면  들통날 뻔한 거짓말들을 하면서 빠져나가려 했다. 그것 때문에 중학교 3년 내내 나와 그렇게 갈등을 빚었으면서도 전혀 달라질 생각을 안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제발 말을 해달라고, 다 사주겠다고 는데도 전혀 나아지지가 않았다. 내가 제대로 못가르쳐서 그리 된 거 같아 흘린 눈물만 아마 두어 바가지는 될 것이다.

아이 아빠는 아이가 혹시라도 학교에서 남의 돈에 손을 대기라도 할까 봐 더 많은 용돈을 주기 시작했고, 그 문제로 나와 늘 언쟁을 이어갔으며 아이는 더 많은, 비싼 물건들 겁 없이 사들다. 그 절정에 '애플 워치'가 있다. 그것 때문에 그동안 어르고 달랜 내 노력이 한순간에 보람도 없이 무너진 것 같아, 나는 그 무렵 아이와 얼굴조차 마주하기 싫다. 아주 질려버렸다고나 할까. 능청맞연기하며 뱉어내는 거짓말들도 진저리가 다.

아들을 키우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바로 그 속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와 얘기할 때는 다 알아들은 척 다시는 안그럴 사람처럼 다짐을 해놓고는 돌아서면 같은 일이 무한 반복된다는 게 사람을 참...미치고 팔짝 뛰게 만들었다.

참, 중학교 시기에 카드나 지갑을 가장 많이 잃어버리고 다녔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감정조절이 안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쓸데없이 선생님과 기싸움을 한다던지, 반항하는 태도를 보여 나 역시 학교에도 여러번 불려 갔었고, 지난번 기숙사 퇴소가 결정되었을 때는 화가 난 아이가 분에 못이 나머지 을 물적셔 숙사 복도에 패대기를 쳤다고 다. 그것이 바로 아이가 병원에 가기로 결심한 마지막 이유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결정적인 이유, 바로 담배. 

늘 멍하고 집중이 되지 않아 각성을 위해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그게 점점 니코틴 중독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본인 피셜은 그랬다. 담배를 피면 그나마 집중이 잘된다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럼 수능날은 어떡하지?'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고, 이렇게 담배에 의지하다  모든 걸 다 망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나름 공부 의욕이 있는 게 결국은 가장 큰 동기가 된 셈이다. 

겸사겸사 담배를 안피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만에 기특하다.


이렇듯 아들을 키우면서는 부모로서의 효능감을 거의 못느끼고 살았다. 한해한해 굽이굽이 새로운 산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아이 어릴 때 남편과의 갈등으로 나 역시 힘든 시간을 보냈었기에,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해 아이가 저렇게 되었 늘 자책하며 의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시간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나의 간절하고도 유일한 바램이었다.

병원에 첫 상담을 갔던 날, 의사 앞에서 어릴 때부터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서로 쭉 나열을 하 나오는데 아이가 갑자기 숙연한 표정으로,


-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진짜 현타 온다...

- 그래? 야, 그동안 이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제 알겠냐. 빨리 사과해! 근데... 너도 너무 애썼다. 무엇보다 네가 제일 힘들었겠지... 엄마도 사과할께. 네가 그런 줄도 모르고 매번 혼내기만 했으니.... 그때 미리 알았더라면... 진짜 진짜 미안해...


급 숙연해진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아이와 TGI에 가서 비싼 스테이크와 스파게티를 시켜 이런저런 회포나눠먹었다.

결과를 듣고서는 무엇보다 이 아이가 나 때문에 그간 문제 행동들을   아니라는 게 제일 안심되었. 왠지 모를 후련함마저 껴졌달까.  이 아이는 왜 이럴까 왜 이럴까 항상 했는데, 그 든 의문들이 한방에 풀린 기분이었다.

물론 모든 문제를 adhd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날만큼은! 적어도 그날만큼라도 간의 죄책감에서 번쯤 홀가분하게 벗어고 싶었다!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한번씩 미술관에 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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