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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희 Jun 02. 2023

아이가 차분해지고 있어요!

add약 복용 그 후

아이의 add 판정 이후 남편과 나는 서로의 과거를 되짚어보며, 유전이라고 하는 '이 아이 이 기질'은 과연 누구로부터 대물림되었나! 소위 '탓공방'을 게 되었고 결국... '쌍방과실'인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다.

신혼 때부터 있었던 이해할 남편의 행동들이 adhd와 딱딱 맞아떨어짐을 깨달은 나는 그날부터 남편 곁에서 살살 시질을 하기 시작했고, 학창 시절 품행장애를 겪었던 일까 지못해  다.

나는 그제야 무릎을 탁 치며!


내 이럴 줄 알았다! 와 c! 나는 그것도 모르고 두 남자를 겪어내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던 거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뭔가를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면 바로 실행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즉흥적인 성격 (이를테면 쇼핑),  거치지 않고 내뱉는 상처주는 말들 (나에겐 농담), 숫자 같은 것을 단기적으로 기억했다가 다음 작업에 적용하는 작업기억력의 문제, 짧은 집중력, 문제나 설명서를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덤벙거려 매번 실수하는 문제, 체계적인 일의 어려움 (요리등) 등등.

특히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 늘 곁에 끼고 는데, 놀랍게도  한 권을 읽는데 몇달씩 걸리는 반전의 아이였다. 책을 두어줄 읽다가 미지의 세계로 넘어가 공상하거나 딴생각을 하는 버릇 때문에 몇달씩 한 의 같은 페이지를 읽고 또 읽으며 살았던 것이다.

대화할 때도 갑자기 혼자 생각이 삼천포로 빠졌다 돌아와, 사람들이 갑자기 왜 웃고 있는지 어리둥절했던 수많은 기억들.

사람들은 내가 앉아서 책 보고 그림이나 그리는 얌전한 아이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내 머릿속은 그 누구보다도 복잡했었다.

그때는 세상사람들이 다 그런 줄 알았고, 커서는 어쩌면 내가 난독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뭔가 결이 달랐다.

그런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탭을 붙잡고 앉아 있으니 한 챕터 채우기가 이렇게나 힘이 든다. 지금 내 저장글 목록에는 쓰다만 글들이 수십 개가 어지럽널려있다. 

이렇듯 아이로 인해 우리 식구들은 그간 서로의 이해못할 문제 행동 원인, 마치 고구마 줄기를 잡아당겨 고구마  줄줄이 캐내고 있는 중이다. 이건 의외로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 있.


아이는 지금 콘서타라는 도파민 약을 먹고 있다. 제일 적은 18 용량부터 시작해, 지금 한 단계 높여 27 용량을 먹고 있다. 처음 2주간은 한번씩 두통이 오기도 하고, 어지럼증과 우울감을 느껴 우울증 약을 추가로 처방받기도 했다. 하지만 콘서타는 우울증 유발약이 아니다. 다만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가 되면서 가짜 우울감을 느낀 것이다. 내가 '그건 우울감이 아니라 아마 허전함이 아닐까?'라고 했더니, 아이가 '아 맞네! 허전함! 그 표현이 딱이네!' 라며 했다.

그렇게 종종 약 먹고 우울감을 호소하던 아이가 허전함이라는 자신의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빠르게 약에 적응해 가는 게 보다. 지금 약복용한 지 두어 달이 돼 가는데, 학교 과제 같은 것을 할 때 한시간 넘게 집중하기도 하고,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복잡했던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참 신기한 약이네! 뭐 그런 걸 개발했지? 진짜 신기하다...!


하지만 이 약은 만능이 아니다. 안경을 쓰고 벗을 때처럼 먹으면 효과 있고, 안먹으면 바로 반감효과가 타난다. 특히 휴일에 안먹으면 졸음이 하루종일 쏟아지기도 하, 약 먹기 전인 아침 무렵에는 여전히 잠에서 깨는 게 힘들어 종종 지각을 하기도 다. 가방속도 여전히 어수선하다.

그렇지만 아이가 변해는 걸 분명 느끼고는 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진 않지만, 성격도 전 같지 않게 차분해 보이고 반항적인 눈빛도 많이 사라졌.


그나저나 나도 혹시 어릴 때 저런 약의 도움을 받았더라, 그동안 겁나 많은 책을 쭉쭉 읽고 글도 겁나 집중력 있게 잘 써서 지금쯤 아마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있지 않....?? 하하!(이것도 망상인가요...)


사는게 너무 무기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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