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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Apr 19. 2022

13. 마지막 추억

  나는 동생과 대구로 다시 한번 향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친가 쪽 친척들, 고모들과 작은아버지가 엄마를 보러 왔다. 그리고 그날은 아버지의 기일과도 가까웠기에 우리는 묘사를 지내기로 했다. 원래 아버지는 일산 납골당에 계셨다. 하지만 종갓집 어르신치고는 너무나 개방적이신 우리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아빠를 외가 쪽 선산에 모실 수 있었다. 엄마의 집과도 가깝고, 외할아버지의 집과도 가까웠다. 그래서 친가 쪽 분들에게 아버지가 계신 장소도 알려드릴 겸 모셨다. 


 고모들과 고모부, 작은아버지는 여전히 유쾌했다. 외가 쪽 집안 분위기랑은 너무 달랐다. 서로를 아직까지도 놀리면서 장난을 치고 시답잖은 이야기들로 웃음꽃을 피워주셨다. 우리는 외할아버지 댁 앞에서 불고기를 먹고 아빠에게로 갔다. 




 간단하게 묘사를 치르고 분위기는 변했다. 어르신들은 각자 생각에 잠겨 보이는 듯했다. 작은아버지와 고모는 우리를 보며 잘 컸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내심 불안한 마음이신 것 같았다. 그리고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하셨다. 엄마는 내게 조용히 다가와 아버지의 이름만 있는 묘비에 자신의 이름도 적어달라고 했다. 나는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우선은 알겠다고 했다. 동생은 엄마를 차에 태우며 챙겼고, 나는 친척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동생은 내가 장남 콤플렉스가 심하다며 놀렸다. 


 엄마는 그 가벼운 외출도 힘들어했다. 집에 가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두 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을 뒤로 한채 헤어졌다. 나와 동생은 엄마를 모시고 엄마의 집으로 갔다. 엄마는 도착하자마자 잠을 청했다. 나는 다시 한번 엄마의 잠든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가겠다고 말했고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짧은 신음소리만을 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이 엄마와의 마지막 추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울에 올라와 동생과 조용히 헤어졌다.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다.


 20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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