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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석주 Aug 15. 2021

내가 좋아하는 영화 10편

배경 어떤 영화일까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도리어 심플하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영화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 그렇다. 지그재그 삼부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이러한 경향성을 보여주는데, 이 작품은 세 작품 중 가장 그 잠재성이 크게 드러난다. 키아로스타미의 고찰은 영화라는 매개가 담기에 한없이 위대하고,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즉, 내가 앞서 얘기한 영화일 필요가 없다는 것은, 그가 영화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그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키아로스타미에 대한 영화의 지독한 짝사랑은 이 작품에서부터 슬금슬금 드러나기에 내가 이 작품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오즈 야스지로 <동경 이야기>

오즈월드는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만개한 이 작품을, 나는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일본을 넘어 동아사이의 정서를 그 누구보다(심지어 현재까지도) 영화적으로 포착해낸 오즈의 대표작이기에(사실 <만춘>을 더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작품을 더 좋아하게 됐다).


홍상수 <옥희의 영화>

나는 아카데미와 삼대 영화제를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데, 그 이유는 그들이 서구권 문화를 제외한 타자에게 들이미는 잣대가 상당히 역겹기 때문이다. 특히 제 3세계로 갈수록, 그들의 가치평가는 얼마나 제대로 ‘그 세계의 부조리함’을 표현했는지에 방점이 찍혀 이루어진다. 즉, 형식에 대한 (혹은 영화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탐구는 서구권의 특권이고, 그 외의 영화는 리얼리즘에 치닫도록 은근하게 강요받는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홍상수만큼은 예외다. 홍상수의 영화보다 잘 만든 영화, 혹은 재밌는 영화, 혹은 위대한 영화는 종종 있다. 하지만 홍상수의 영화보다 아름다운 한국 영화(여기서의 아름다움은 형식미美에 가깝다)는 단언컨대 없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절정을 찍은 이 작품은 사랑해야 마땅하다.


이창동 <버닝>

나는 이창동이 한계가 명확한 감독이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 생각이 확실하게 부셔졌다. 종종 어떤 영화는 장르적 외피를 껴입고 설교를 하다 망하고 마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관객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그만큼 이창동의 섬세한 터치와 홍경표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놀라울 정도로 무언가를 판단하지 않는다.


에릭 로메르 <녹색광선>

나는 이 영화만큼 완벽한 엔딩을 본 적이 없다. 어떤 영화는 단 한 씬을 위해 모든 씬을 재물 삼지만, 이 영화만큼은 그렇게 하는 것이 허락될 정도다(물론 실제로 그렇지도 않다).


알랭 레네 <히로미사 내 사랑>

수많은 아키이빙식 다큐멘터리 혹은 극영화가 출몰하지만, 스펙터클의 노예가 되거나 끝끝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자면, 아카이브로서의 영화가 가능하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느 가족>

정말이지 압도적인 영화다. 특히 안도 사쿠라의 취조 씬은 전무후무하다. 괜히 틸다 스윈튼이 앞으로 모든 우는 연기는 안도 사쿠라에게 빚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톰 맥카시 <스포트라이트>

영화의 윤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영화. 결국 현시대에 가장 중요한 쟁점은 영화의 윤리일 텐데, 그것을 아주 우아하게 보여준다.


제임스 맨골드 <로건>

소설가 김영하의 말처럼, 한 작품의 캐릭터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 그 캐릭터는 더 이상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즉, 캐릭터는 독립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사랑받기 시작한다. 수많은 캐릭터들이 이 과정을 밟아왔고, 울버린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헌정사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몰아닥치는 감동.


샘 멘덴스 <007 스카이폴>

<녹색 광선>의 대척으로 이 영화만큼 완벽한 오프닝 시퀀스를 본 적이 없다.


반응이 괜찮으면 소설, 회화, 음악 같은 것도 써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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