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의 주치의, 어깨박사 이상훈의 아시안게임 리얼스토리
개막식 3일 전에 대한민국 대표팀 본단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선수촌에 입성하였다.
개막식 전 3일간 어마어마한 환자들이 의무실로 몰려왔다.
대표 적으로는 특히 펜싱, 핸드볼, 농구 등의 선수들이었는데,
간단한 부상보다는 중한 부상들이 더 많았다.
국제대회의 의무실은 야전병원과 같아서,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코트로 복귀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내가 서울의 병원에서 치료하는 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된다.
가장 먼저는 기권시킬 것인가, 버티며 코트로 복귀시킬 것인가?
복귀시킨다면 정확히 언제? 훈련은 정확히 언제부터 시킬 것인가?
복귀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서 시행하는 치료가 선수 생명에 영향을 줄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로부터 답이 구해지면, 말그대로 올인. 온 지식과 스킬을 쏟아부어서, 선수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코트로 돌려보내고야 만다.
이것이 야전사령관인 의무위원장이 해야 할 일이다.
이 뿐 아니라 훈련하는 도중, 시합 도중의 부상과 위험 상황을 실시간 취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시켜야 하는데, 다행이 개막식 전까지 이러한 의무시스템을 모두 완전히 세팅될 수 있었다.
정신없이 치료하고, 팀닥터 미팅, 입촌 환영식, 인도네시아 현지 병원들과의 MOU 등을 하다 보니 어느덧
개막식 당일이 찾아왔다.
개막식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행사인 만큼, 설레이고 들뜨는 마음이 든다. 마치 소풍가는 유치원생의 마음이라고 할까?
이번 개막식은 남북 단일팀으로 입장하기로 되어 있었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달았고, 약간은 긴장된 상태에서 북측 선수단과 조우하기를 기다렸다.
북측 선수단과는 개막식 입장 직전 경기장 앞에서 합류하였다.
한 줄 씩 남 북 남 북 이런식으로 서기로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서 내 양 옆으로는 북측 임원들이 서게 되었다.
좀 무뚝뚝해보이는 얼굴이어서, 쉽게 말을 걸 수 없었다.
기다리는 중간에 누군가 질문을 했다.
"혹시 입장하면서 남북이 같이 손잡나요?"
누군가 대답했다.
"아니요. 전달받은 사항이 없는 만큼, 섣부른 행동은 하지 마세요"
좀 어색하지만 그냥 양옆의 북측 임원들과 함께 손흔들기 정도만 같이 해주면 되겠구나..하며
입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대한민국 팀이 입장할 시간이 되었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순간을 동영상으로 찍어봤다.
필자는 앞에서 둘째 줄에 서 있었는데..
경기장 안으로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첫줄에서 남과 북의 임원들이 손을 잡고 번쩍 위로 들며 뛰어들어간다.
'응?? 이거 안하기로 한거 아니야?? 나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양 옆 북측 임원들의 손을 잡고 높이 들어본다.
그들 또한 나의 손을 꼬옥 잡고 있다.
나는 특별히 북한을 사랑하거나, 북한퍼주기를 무조건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한민족'이라는 믿음은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모두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고 높이 들어올리는 광경은,
사실 굉장히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서로가 통했기 때문이다.
개막식 입장 후 부터는, 남한과 북한이라는 경계나 어색함이 없어져서인지, 서로 오랜 친구였던 마냥 어깨동무를 하고 셀카들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북한도 우리와 똑같이 핸드폰과 디카를 가지고 이 기쁜 순간을 정신없이 찍어댔다.
결국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는 말이 실감이 되었다.
서로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기도 하면서 개막식 공연을 함께 즐겼다.
그렇게 개막식의 밤은 깊어갔다.
드디어 내일 대회 시작이다.
내일은 펜싱 경기장에서부터 내 팀닥터로서의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좋은 기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드디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