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oe Jan 05. 2024

하나 밖에 없는 명품백을 당근에서 팔았다.

#비건 으로 거듭나기

인생 최초의 명품, 생로랑 클러치..

나에게는 명품이 딱 네 개 있다. 내가 취업을 하던 24살에 첫 월급으로 구매한 생로랑 클러치 (크로스백 끈까지 야무지게 달아 크로스백으로도, 클러치로도 유용하게 써왔다.), 홍콩에서 처음으로 워킹비자를 받았던 날 샀던 흰색 프라다 미니백, 그리고 프리랜서로 커리어를 전환하던 날을 기념해 샀던 디올 미니 스카프, 그리고 홍콩을 떠나며 나 스스로에게 선물했던 미우미우 지갑. 나름 검소한 편에 대한 나에게 명품은 '특별한 날에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작년 가을, '채식'이 아닌 '비건'을 생각하게 되면서 그 이후로는 가죽제품이나 오리털 패딩, 양모 니트, 그리고 밀랍이 들어간 화장품까지 동물을 사용해 만든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만약 "음식도 아닌데 왜 다른 물건들 까지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면 안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채식과 비건에 대해 더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다. 비건은 식품을 식물성으로 섭취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모든 소비에 있어 동물성 성분을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비건은 단순한 식단의 변화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전체의 변화이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해온 동물성 제품을 만들기까지 행해지는 잔인한 과정을 알게된 이후로는 동물성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동물을 사용해 만든' 명품들은 지키고 싶었다. 이미 구매한 것을 버린다면 오히려 환경에 해가 되지 않을까? 라는 마음 반, 그래도 명품 하나는 가지고 있고 싶다는 마음 반으로..옹졸하게 나 스스로와 타협해가며 계속해서 이 제품들을 사용해왔다. 이미 몇년 씩은 사용해 낡아버린 명품이었지만 내 인생에서 의미있는 순간들을 함께한 내 소중한 추억이었다.

내 분신같았던 프라다백..

얼마 전부터 이 제품들을 사용할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내 신념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이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잔인한 과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며칠 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 밖에 없는, 아니 네 개 밖에 없는 내 명품들을 당근마켓에 팔았다. 이미 몇 년 동안 야무지게 사용해온 제품들이기 때문에 상업적 가치는 거의 없었지만, 버리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파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이 물건들을 팔아 받은 돈은 동물구조 단체에 기부를 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 다 있는' 명품 몇 개 쯤은 가지고 싶은 나를 위해, 디자이너 브랜드 비건 가방을 찾아 헤맸고, 몇 개의 옵션을 찾을 수 있었다. 꼭 동물 가죽이 아니어도 만족스럽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왜 이런 번거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택했냐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 꼭 아래 영상에서 동물들이 어떤 학대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길 바란다. 그 어떤 생명도 패션 (또는 허영심)을 위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Here’s What Happens to Cows for Leather (https://www.youtube.com/watch?v=Fk8vw6BjKec)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비건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