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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광 Mar 19. 2019

일은 길고 내 시간은 짧고, 수면과의 타협

오늘도 잠들기 전 시간을 세고 잠듭니다.

하루를 마친 새벽 2시, 오늘도 잠자리에 누워 잠들 수 있는 시간을 미리 세어 봅니다.

"셋, 넷, 다, 여, 일곱" 가지런히 배 위에 놓인 오른손의 엄지손가락부터 차례대로 움찔거리며 세어 봅니다.

"오늘은 다섯 시간 정도 잘 수 있겠구나"




긴 시간 고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11시쯤 됩니다. 그리곤 오늘 작업에 대해 블로그를 작성하고 나면 벌써 12시, 드디어 나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제부터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야지"라고 생각하고 나니 행복감에 뭘 해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달 전 사놓고 반도 못 읽은 책을 읽을까?', '작가의 서랍에 쌓여있는 글 좀 수정해서 발행할까?', '3D MAX도 공부해야 하는데', '기사 자격증 준비해볼까?' 등등 늦은 새벽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나열하고 결정하느라 시간을 보내죠, 그러다 보면 뭘 선택해도 얼마 못하고 금방 잠자리에 눕습니다.


그리곤 내일 피곤할 것이 벌써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오늘 나의 시간을 보낸 것이 죄지은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을 보내게 된 이유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셋, 넷, 다, 여, 일곱...  시간을 보내느라 새벽 2시에 누웠지만 그래도 다섯 시간은 잘 수 있겠다. 그 정도면 괜찮아.'




일이 적성에 맞고 즐겁다고 해도 인생의 전부가 될 순 없습니다. 분명히 나 자신의 시간도 필요하죠


오늘 친구에게 "요즘 취미도 못 하고 살지?"라고 물으니 "취미는 사치 아냐?ㅋㅋㅋ"라는 답장이 왔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나 자신만의 시간은 사치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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