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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di Oct 09. 2023

디제잉으로 '겸손'을 배우다.

기회와 자신감은 덤

겸손 겸손은 힘들어 겸손 겸손은 힘들어
겸손 겸손은 힘들어 겸손은 힘들어

리쌍 - 겸손은 힘들어 가사 中




"시작은 호기로울 수 있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쯤이었을까, 음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던 스타트업에서 잠깐 근무하면서 EDM이나 ROCK 페스티벌을 많이 다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여러 공연을 즐기게 되며 특히 디제잉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EDM에 빠져서 하루종일 마음에 드는 곡을 찾아 듣는 '디깅(Digging)' 자체가 취미였을 정도이다.


대략 7~8년 전쯤이었을까, 이러한 관심은 호기롭게 DJ 장비를 마련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당시 장비를 들여온 나는 매뉴얼도 전혀 읽지 않은 채 이것저것 눌러보며 디제잉 겉핡기를 시작했다. 나름 믹셋도 만들어보았으나 그다지 좋은 결과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장비를 다루는데 한계를 느끼며 자연스레 다른 이에게 판매하게 되었다.

믹셋(Mix set): DJ가 플레이하면서 믹스한 곡들을 레코딩한 결과물


그 이후 디제잉을 직접 하는 것보다 유명 디제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것에 집중했다.




"허세만 남은 재도전"


어느덧 20대 중후반이 되어 이직과 함께 독립을 했다. 혼자 살게 된 빈 방을 채워가면서 언뜻 떠나보냈던 디제이 장비가 그리워졌다.


"이번엔 좀 더 진득하게 해봐야겠다. 할 수 있을 거야."


이번엔 큰 마음먹고 중고가 아닌 신제품을 구매했다. (당시 약 280~300만 원 정도로 구매한 것으로 기억한다.)


오히려 첫 구매 당시보다 실력을 늘린다거나 재미난 것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내 취미는 디제잉이고 자취방엔 300만 원 상당의 디제잉 장비가 있다."는 허세만 키웠다. 


좋은 곡을 디깅 하고, 다양한 무대를 보러 다니는 취미는 여전했지만 디제잉을 하는 것엔 발전이 없었다. 그렇게 직접 구매한 두 번째 디제잉 장비도 다른 이에게 넘겨졌다.




"기본기의 가치를 배우다"


두 번째 디제잉 장비가 떠난 지 약 4~5년이 흐르고 올해 2023년이 되었다. 어리석게도 다시금 디제잉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도 관심을 갖지 못한다면 정말 놓아줘야 할 취미로 생각했다.


이번엔 무작정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 1:1 디제잉 강습부터 시작했다. 정말 겸손한 마음으로 말이다.

생초보에 비해 디제잉 장비도 만져보았고, EDM에 대한 애정과 작은 이해가 있었지만 디제잉 강습을 배울 땐 본인 스스로를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로 받아들였다.


선생님을 통해서 기초적인 개념과 기술, 습관을 익혀나갔다. 1시간 수업은 매번 빠르게 지나갔고 실력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남을 느껴갔다.

손흥민 선수도 기본기를 매우 중요하게 강조했다.



겉핥기로 짜봤던 믹셋이 왜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겉핥기로 플레이했던 음악들은 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실력에 한계를 느꼈는지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8회 차 수업을 마쳤을 즈음 다시 디제잉 장비를 구매했다.


내가 선보이고 싶던 음악으로 믹셋을 구성하고, 성공적으로 녹음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운이 좋게도 때마침 프라이빗 파티를 주최하는 지인이 있어 데뷔 무대를 포함하여 그곳에서 2번의 디제잉 무대를 가졌다.


실전 경험을 토대로 선생님께 더 많은 것을 배웠고 그 이후 대략 12~14회 차까지 수업을 진행한 이후 격려와 함께 나는 하산(?)했다.

선생님께 배운 기본기 및 습관, 예측 외 사건·사고 사례 등을 주의 깊게 들은 덕분에 디제잉 데뷔 무대를 잘 마쳤다. 당시 사용한 장비의 중요한 버튼(QUE) 하나가 고장이 나서 작동되지 않던 상태였는데 말이다.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것"


기본기로 시작했던 수업 덕분에 디제잉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로 늘어났고 많은 것을 해냈다.

프라이빗 파티에서 공연을 했다.

회사 기념일 행사에서도 장비를 가져가 플레이했다.

보다 효율적이며 기술적으로 믹셋을 구성할 수 있다.

직접 짠 믹셋을 토대로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무려 야외 촬영까지 해보았다.)


수업을 건너뛰고 다시 고가의 장비 구매로 시작을 했다면 분명 위의 경험엔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디제잉이란 취미는 내가 망각하고 있던 기본기와 겸손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해 주었다. 더욱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와 자신감은 덤으로 말이다.


즉, 겸손함만 갖지 말고 "한번 해보자, 할 수 있다, 까짓것 그냥 해본다." 하는 추진력도 함께 필요하다.


본인이 개설한 유튜브 채널





비록 겸손에 대해 글을 썼지만 솔직히 겸손하기 참 쉽지 않다. 너무 겸손한 것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관점과 상황에 따라 겸손함의 가치는 분명 당신에게 많은 기회와 자신감을 선사할 것이다.


리쌍 - 겸손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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