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di Mar 31. 2023

종이 한 장 차이

제가 처음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가 담겨있어요.

2022년 11월 23일, 제가 티스토리에 처음 작성했던 글을 현시점으로 조금 다듬은 글입니다.



✅ 종이 한 장(의) 차이   
· 사물의 간격이나 틈이 지극히 작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수량, 정도의 차가 지극히 적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은 아주 미세한 차이로 인해 결과가 크게 뒤바뀐 경우 종종 사용되곤 합니다. (주로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중계진들이 아쉬운 슈팅이나 패스를 보며 위 문장을 언급하죠.)



제가 작가로서 처음 썼던 이 글의 제목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그 이유는 이 글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그 당시 제가 깨달았던 것에 대해 먼저 말씀을 드릴게요.



어느덧 30대 중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저에게 갑작스러운 '얼태기'가 찾아왔습니다. 자주 즐겨 오던 축구나 풋살조차 함께 하던 친구들 및 개인의 사정으로 기회가 줄어들면서, 체력마저 쇠약해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었죠.

'얼태기'란 평소보다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고, 더 못났다고 생각하는 시기를 말하는 은어입니다. (얼굴+권태기=얼태기)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매일 팔 굽혀 펴기 100회의 결과"라는 유튜브 콘텐츠는 건강과 외모 관리에 소홀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의지를 불태우는 동기가 되었어요.



"팔 굽혀 펴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개시되었고,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운동일지 양식'을 만들어 종이 한 장으로 인쇄한 것입니다.


매일매일 팔 굽혀 펴기를 한 날짜를 기록하고, 그날 수행한 세트 수와 세트당 개수를 기록하기 위함이었죠. 고된 업무나 술자리를 가져서 힘든 날이더라도 거실에 붙여둔 종이가 눈에 밟혀서 어떻게든 팔 굽혀 펴기를 했습니다.


그 결과 처음 10개 2세트로 시작했던 팔 굽혀 펴기는 하루 최대 90개까지로 늘어났고 종이 한 장에 하루의 팔 굽혀 펴기 기록을 채워가며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왠지 모를 뿌듯함이 생겨났죠.



심지어 꾸준한 축구로 발달된 하체에 비해 약했던 상체도 굵어지는 것이 체감되었어요. (물론 수많은 남자들은 운동 후 뽕에 차오릅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께서 팔뚝을 만지시고 "왜 이리 단단해졌어"라고 한 결과까지 일궈냈어요.



하지만, 저 도전은 다시 '종이 한 장' 차이로 무너졌습니다.






인쇄했던 종이 한 장의 양식을 모두 채운 이후 새로운 운동일지 양식을 인쇄하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팔 굽혀 펴기를 수행하는 빈도는 점차 줄어들었고, 왠지 모를 미안함에 떠밀려 최근 한 달간은 샤워 전 간헐적으로 50개가량 수행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실제로 좋은 결과를 일궈내면서 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던 프로젝트는 '종이 한 장'의 부재로 무너졌습니다. 프린트가 불가능한 환경도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인쇄할 수 있고 집 앞에서 무인 인쇄점에서 50원으로 인쇄할 수 있었어요. 심지어 카드 결제도 가능한데 말이죠.



저만의 프로젝트를 잃고 방황하던 중, 대략 15년도쯤에 인연이 되어 페이스북 친구로 있던 Steven이라는 분의 페이스북 글 하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마카세, 글쓰기 그룹"

참가비 10만 원의 이 프로젝트의 그룹원은 약속한 10주 기간 동안 매주 1회(총 10회)의 글 작성을 완주해야 합니다. 완주 시 해당 금액은 오마카세 밋업 시 사용되며, 주 1회의 글 작성을 지키지 못하면 페널티가 존재하죠. (현재 2기까지 활동이 종료되었어요.)



평소 페이스북을 잘 키지 않던 제가 "종이 한 장 차이"로 그 페이스북 글을 보았고 용기를 내어 뒤늦게 글쓰기 그룹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1기 모집 활동이 시작된 터라 합류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합류할 수 있었죠.



저의 첫 글 "종이 한 장 차이"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종이 한 장"에 담길 정도 분량의 이 글은 글쓰기 그룹 합류 후 귀가하자마자 바로 작성했어요.



분명 이 글은 훗날 제가 쓰게 될 책 한 권(또는, 인생의 한 챕터)의 인트로 한 장 분량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해요.



멀티버스 세계엔 이 글을 작성한 현생의 저와, 쓰지 않았을 제가 공존할 테죠. 분명 이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로 다른 삶의 경로와 종착지로 나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가리키며 놀라고 있는 멀티버스의 스파이더맨들




제 글이 유익했다면 채널을 구독해 주세요! 더 즐겁고 유익한 글을 선물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Shout out to ‘어느새 박사 과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