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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di Apr 02. 2023

향수를 뿌린다는 것

단순히 겉으로 좋은 향이 난다라는 것으로 설명하지 않게 되었다.


향수의 가치를 알게 해 준 이솝의 ‘이더시스’



드디어 향수를 뿌리는 것에 내 나름의 의미를 찾았다.


20대부터 다양한 향수를 선물로 받아봤지만, 꾸준히 뿌리고 다닌 적은 없었다. 심지어 올해 생일 선물로도 새로운 향수가 생겼지만 딱 한번 사용했다.


향수마다 풍기는 향의 좋고 나쁨과 취향에 대해 의견을 줄 수 있고, 종종 불현듯 스치는 향수 냄새가 후각을 깨우고 시선을 돌렸음에도 말이다.


본인이 향수를 뿌린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보니 ‘귀찮아서’라는 이유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향수를 뿌리는 것이 “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본인은 현재 향수의 기능적인 효용 이상의 가치를 느낀다. 앞으로도 향수를 뿌릴 것이고, 마음에 드는 향수를 선택할 것이고, 소중한 다른 이에게 선물할 것이다.




1. 내 모습을 다듬는 루틴


스티븐 잡스의 삶을 지향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우리는 매번 다른 옷을 입고 출근길(또는, 외출)을 향한다. 그것이 속옷이든 양말이든 액세서리든.


패션에 관심과 애정이 많다면 다른 복장을 고르는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오히려 어제와 같은 옷을 또 입고 출근하는 것을 경계하는 이도 있다. 

어제 집에 안 들어갔다고 오해하는 거 아냐?라는 둥


향수도 마찬가지다. 기분, 모임 특성, 취향 등에 따라 다양한 향수를 선택하는 이도 많다.


우리가 어떤 옷을 입든 어떤 향수를 뿌리든 그 과정을 이루는 행동은 나름 개개인마다 루틴 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지난 출근 준비 과정에는 향수를 뿌리는 행동은 절차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수를 뿌리기 시작하며 출근 준비 시간을 마무리하는 마음가짐에 변화가 왔다.


회사로 날 부지런히 떠밀기 위한 과정이었던 출근 준비 시간은 마지막 향수를 뿌리는 행동 하나만으로 “많은 이들을 마주하기 전 내 모습을 다듬는 시간”이 된 것이다.



향수의 종류나 향의 느낌을 떠나 그저 ‘향수를 뿌리는 행동’에서 말이다.




2. 밸런스를 추구하다


“외출 전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 앉아 향수를 뿌리고 집에서 나선다.”


향수를 뿌리는 과정은 생각보다 귀찮지 않았다. 지난 나의 생각은 그저 좁은 식견과 게으름일 뿐이었다. 향기 나는 루틴이 내게 추가되면서 새롭게 눈에 띄는 것도 있다.

편하다는 핑계로 후줄근한 옷만 골라 입은 것은 아닌지, 대충 접어뒀던 옷이 심하게 주름 진 것은 아닌지, 면도나 드라이는 깔끔하게 잘 된 것인지


선천적으로 타고난 외모나 뛰어난 패션 감각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분명 이전보다 높은 기준으로 나를 검증하고 있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 내가 뿌린 향수의 의미와 과정이 내 모습으로 하여금 잘 전달되면 좋겠다. 비록 100만 원을 넘는 향수가 아니더라도.


어제는 집 앞의 올리브영 매장에 들러 선크림 제품을 구매했다. 향수와 마찬가지로 내 루틴에 과감히 배제되어 있던 선크림을 바르는 행동이 추가되었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피부 노화를 조금이나마 늦추고 싶어서? 뽀얗게 보이고 싶어서?


모두 맞다. 그보다 외출 전 루틴을 추가하는 것이 더는 어렵지 않다. 나를 지탱하던 높은 자존감을 외출 전 추가된 루틴을 통해 더욱 격려해주고 싶다.




3. 끝나지 않는 시퀀스


시퀀스: '일련의 연속적인 사건들' 또는 '사건이나 행동 등의 순서’


이솝에서 ‘이더시스’ 제품을 고르기 전까지 과정은 분명 일반적인 매장에서 향수를 마주했던 것과 차이가 있었다.


향수에 ‘ㅎ’도 몰랐던 내게 “향이 담고 있는 뉘앙스, 제품의 이용 방법, 점원 및 매장 분위기” 모두 일관된 태도로 내게 다가왔다. (다소 오글거리게 느낄 수 있는 제품 소개마저 미소를 머금고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읽은 브랜드 관련 서적에서 표현된 '브랜드 통경험'이 참 잘 와닿았다. 물론 향수에 늦바람이 들어 상대적 만족도가 높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솝의 브랜드 시퀀스는 방문-구매-이용으로 끝나지 않았고 “향수를 뿌린다는 것”을 단순히 겉으로 좋은 향이 난다라는 것으로 설명하지 않게 되었다.



향수를 뿌린다는 것, 나 자신에 대한 격려와 가치 실현 욕구를 채우는 과정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묘한 매력, 몽상가”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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