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ney Houston 'I Will Always Love You'
노래가 막바지에 이르자 화면이 겹치기 시작한다. 촬영을 위해 꾸민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부르던 가수는 어느새 눈이 덮인 산자락에 들어서 있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드럼이 울리는 순간 가수는 감았던 눈을 뜨면서 목청을 높인다. "나는 언제까지나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1992년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곡 'I Will Always Love You' 뮤직비디오의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탁 트인 장소를 배경으로 터지는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걸출한 가창은 노래를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게끔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못해 이별을 고하는 내용은 애틋함을 자아낸다. 후련함과 서정미가 공존하는 'I Will Always Love You'는 14주 동안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지켰다. 출시된 해에 노래의 싱글 음반은 미국에서 3백만 장 이상 팔렸으며, 올해 1월에는 미국 내 판매량 1천만 장을 돌파했다. 꾸준히 뜨거운 사랑을 받는 'I Will Always Love You'는 휘트니 휴스턴의 명실상부한 대표곡이다.
주제곡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대박을 터뜨렸다. 스토커로부터 살해 협박을 당하는 인기 가수가 경호원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보디가드>는 전 세계적으로 4억 달러(당시 환율로 계산했을 때 3,160억 원 이상)를 훌쩍 넘는 큰 수익을 냈다. 예산이 약 2천 5백만 달러였으니 열여섯 배를 거둬들인 셈이다. 영화의 주인공 레이철 머론처럼 휘트니 휴스턴도 슈퍼스타였고, 배우로 데뷔하는 작품이기도 해서 많은 이를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상업적 성공을 달성했음에도 두 주인공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는 웃음을 짓기 어려웠다. 여러 매체가 연기에 대해 혹평한 탓이다. 미국의 유명 연예 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온화하게 표현하자면 두 배우는 불꽃을 일으키지 못했다."면서 "마치 짝짓기를 시도하는 동상들을 보는 것 같았다."는 평을 남겼다. 작품성이 떨어지는 영화를 선정하는 골든 래즈베리 어워드에서 케빈 코스트너는 '최악의 남자 주인공'에, 휘트니 휴스턴은 '최악의 신인'에 후보로 호명되기도 했다. 주제곡과 사운드트랙 앨범은 많은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가져갔으나 정작 배우들은 찬밥 신세에 머물렀다. 온갖 영예가 'I Will Always Love You'에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휘트니 휴스턴은 미국 솔뮤직 가수 지미 러핀(Jimmy Ruffin)이 1966년에 낸 'What Becomes of the Brokenhearted'를 주제곡으로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이 노래가 1년 전 개봉한 코미디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 쓰였음을 알게 돼 선곡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케빈 코스트너가 미국 가수 린다 론스태트(Linda Ronstadt)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들려주며 추천했고, 휘트니 휴스턴도 만족스러워했다.
1975년 출시된 린다 론스태트의 'I Will Always Love You'는 미국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1년 전에 낸 원곡을 커버한 것이었다. 휘트니 휴스턴이 부를 노래의 프로듀싱을 맡은 캐나다의 작곡가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는 돌리 파튼에게 연락을 취해 리메이크할 예정임을 알렸다. 소식을 들은 돌리 파튼은 린다 론스태트의 버전에는 3절이 빠졌다면서 3절이 노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돌리 파튼이 말한 3절은 멜로디 없이 내레이션으로 이뤄져 있지만 후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브리지 역할을 한다. 데이비드 포스터는 그 내레이션에 멜로디를 붙였다. 휘트니 휴스턴은 3절을 소화할 때 1, 2절보다 목소리 톤을 높인다. 그러고 나서 반주가 잠시 멈췄다가 드럼 소리와 함께 더 큰 목소리로 후렴을 부르니 노래가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격양된 감정을 표출하는 후반부는 무반주로 차분하게 시작하는 도입부와 대조돼 노래를 한층 강렬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돌리 파튼의 조언이 노래의 맛을 살렸다.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은 'I Will Always Love You'의 인기에 힘입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그동안 가장 많이 판매된 사운드트랙 앨범의 왕좌는 1977년 개봉한 디스코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보디가드> 사운드트랙이 <토요일 밤의 열기> 판매량을 앞지르면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사운드트랙 1위에 올랐다.
휘트니 휴스턴이 2012년 세상을 떠났을 때 'I Will Always Love You'는 다시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 안에 들었다. 그녀를 쉽게 보낼 수 없는 마음이 빚어낸 결과다. 또한 명곡을 남겨 준 것에 대한 답례이기도 했다. 휘트니 휴스턴은 'I Will Always Love You'로 여전히 음악 팬들 곁에 머무르고 있다.
<법무사지> 2022년 6월호 '세대유전 2080 명곡'
https://www.youtube.com/watch?v=3JWTaaS7L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