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주변을 맴돈다. 라디오에서 흐르고, 텔레비전 여러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전국 수많은 매장의 스피커에서도 나온다. 무인도나 산골 오지에 기거하지 않는 한 들을 수밖에 없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우리를 찾아온다.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1994년 발매 당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 들지 못했다. 이때 빌보드 차트는 실물 음반으로 싱글을 내야 집계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싱글로 발매하지 않은 것은 머라이어 캐리가 속한 컬럼비아 레코드 회사의 전략이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싱글 음반으로 나와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노래가 수록된 앨범을 살 수밖에 없다. 차트에서의 성적은 포기하더라도 싱글 음반보다 단가가 높은 풀 앨범 구매로 음악 팬들을 유인한 것이다. 이로써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실린 4집이자 캐럴 앨범 『Merry Christmas』는 발매 두 달 만에 미국에서만 3백만 장 넘게 팔렸다.
시간은 머라이어 캐리 편이었다. 핫 100 차트의 규칙이 바뀐 2012년부터 12월이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늘 40위권에 들었고, 발매 25주년을 맞은 2019년 마침내 핫 100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디지털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기록이 집계에 포함된 덕이다. 음악 시장이 새롭게 변한 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겨울철에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찾고 있었다.
긴 세월이 지나도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현상은 곡이 독보적인 매력을 보유했음을 일러 준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에는 가스펠, 댄스팝, 고풍스러운 R&B, 컨템퍼러리 R&B 등 여러 양식이 혼재한다. 과거의 스타일과 현재 대중음악의 방식이 두루 나타나서 어른 세대와 젊은 사람들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곡을 여는 맑은 차임벨 연주는 다수가 고전 캐럴로 학습한 크리스마스의 정형화된 이미지, '고요하고 거룩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뒤이어 더 큰 종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머라이어 캐리의 보컬은 가스펠풍이라서 듣는 이들에게 성당이나 교회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안긴다. 반주 없이 부르는 부분이 끝나면 곡은 피아노 연주를 앞세워 빠른 템포로 전환된다. 이 부분은 마치 사슴이 산타클로스가 탄 썰매를 기운차게 끄는 모습을 소리로 표현한 것처럼 경쾌하다. 경건하게 시작한 곡은 약 1분 만에 자연스럽게 댄스음악으로 변모한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노래는 1960년대 걸 그룹들의 R&B 느낌을 낸다. 리드 보컬이 있고, 화음을 맞춘 코러스가 연이어 흐른다. 이를 부각하고자 가정용 카메라로 찍은 공식 뮤직비디오 외에 1960년대 텔레비전 방송을 보는 것 같은 흑백 뮤직비디오도 제작했다. 이 영상에서 머라이어 캐리는 그 시절의 복장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녀 주변에서는 백업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고고 댄서들이 춤을 춘다. 이 뮤직비디오는 196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걸 그룹 로네츠(The Ronettes)를 향한 오마주였다.
머라이어 캐리는 1990년에 발매한 데뷔 앨범 중 「Love Takes Time」으로 인연을 맺은 프로듀서 월터 아파나시에프(Walter Afanasieff)와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만들었다. 그와 수년간 호흡을 맞췄으니 곡 작업은 일사천리였다. 작사, 작곡하는 데에 들인 시간은 단 15분에 불과했다. 고혈을 짜서 완성한 노래도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사반세기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명곡이 이토록 쉽게 나왔다니 괜히 억울함을 느끼는 뮤지션도 있을 듯하다.
사실 머라이어 캐리는 캐럴 음반을 내는 일이 영 내키지 않았다. 경력이 시들해진 가수가 캐럴 음반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이다. 당시 머라이어 캐리는 데뷔 싱글 「Vision of Love」를 비롯해 「Emotions」, 「Dreamlover」, 「Hero」 등 다수의 노래가 빌보드 1위 자리에 올라 연일 상한가를 경신했다. 이런 슈퍼스타가 전성기에 캐럴 음반을 선보이는 것은 분명히 이례적이었다.
결과는 걱정과 전혀 달랐다. 보통 창작 캐럴은 발매한 순간에는 히트하더라도 이내 잊히곤 한다. 성탄절을 앞둔 시기에는 18세기에서 19세기, 혹은 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만들어진 캐럴들이 곳곳에 흐른다. 하지만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1994년부터 저 고전들 틈에 매번 들어갔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 1천만 장을 돌파한 기록이 노래의 위용을 설명한다. 캐럴의 '뉴 클래식'이 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앞으로도 12월마다 단골처럼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법무사지> 2022년 12월호 '세대유전 2080 명곡'
https://www.youtube.com/watch?v=yXQViqx6G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