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음악을 명료하게 정의할 표현을 찾는다면 ‘규칙의 음악’, ‘정박(正拍)의 예술’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이는 이쪽 장르가 갖는 4분의 4박자의 가지런한 진행을 가리켜 흔히 ‘포 투 더 플로어(four to the floor)’라고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댄스 열풍, 클럽의 확산 등에 힘입어 많은 마니아를 양산한 이 댄스 음악은 뒤틀림 없는 리듬 전개, 절제된 그루브를 발산하며 자기 매력을 뽐내왔다. 멜로디와 비트, 어느 하나에도 소홀함이 없어 이 형식은 날이 갈수록 더욱 많은 애호가를 불러들일 수 있었다. 20세기가 만들어낸 무척이나 안정적이고 가장 스타일리시한 청각 발명품은 뭐니 뭐니 해도 하우스 음악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새천년 초반까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신의 세(勢)를 장악했지만 최근 몇 년간 그 인기가 주춤해졌다. 과거에는 얇게 층을 만들어 광범위한 사랑을 받았다면, 근래의 하우스 음악은 이전과 달리 마니아 지향의 장르로 자리 매김, 겹을 두텁게 하며 열혈 지지자들의 헌신적인 추앙을 받았다. 이와 같은 상황을 도래케 한 주된 요인으로 흑인 음악 내 컨템퍼러리 R&B의 업 템포 화(化)가 적극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든가 네오 소울과 브로큰 비트(broken beat)의 친교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조금씩 댄스 음악의 고유 영역을 줄여놓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하우스 음악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으며 뜨거운 본성을 잃지 않았다. 10년 넘게 활동해온 베테랑 프로듀서 아만드 반 헬덴(Armand Van Helden),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나 세 장의 정규 앨범으로 확실히 자기 지분을 획득한 디제이 가와사키(DJ Kawasaki) 같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출신지를 넘어 세계 각지 대륙으로 파고들며 하우스의 매력을 전파하는 중이다. 이제는 여기에 한 팀 더 추가할 수 있을 듯하다. 브라질의 댄스 그룹 카레이도(Kaleido) 역시 하우스의 열기에 더 큰불을 지필 테니까.
예전부터 카레이도를 알았던 사람이라면 앞의 이야기를 읽으며 ‘뜬금없이 웬 하우스?’라고 상당히 의아해 했을 것이다. 당연하다. 이 뮤지션이 중점적으로 시도, 유지했던 본래 장르는 드럼 앤 베이스이니 으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New Sessions!>라는 앨범 타이틀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듯이 새로운 세션들을 들여 새로운 리믹스 버전들을 수록했으며, 동시에 예전에 없던 초유의 모습을 보여줄 신곡을 담았다. 이들의 색다른 모습에 조금은 놀랄 수도 있겠다.
카레이도스코피오(Kaleidoscopio, 만화경(萬華鏡))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라미르손 마이아(Ramilson Maia)와 자나이나 리마(Janaina Lima)로 구성된 2인조 댄스 유닛. 팀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자나이나 리마는 발레리나, 안무가, 작곡가, 가수 등 여러 직함을 소유할 정도로 다방면에서 재능을 뽐내는 인물이다. 4살에 춤을 추기 시작해서 고전 발레, 재즈 댄스, 현대 무용을 두루 섭렵한 그녀는 1996년 미국으로 건너가 브로드웨이 댄스 스쿨에서 전문 과정을 거쳤는데, 이때 프린스(Prince)의 ‘Betcha By Golly Wow’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한다. 이후 다시 브라질로 돌아온 그녀는 디아데마 댄스 컴퍼니(Diadema Dance Company)에서 수업을 듣다가 노래에도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2001년 디제이로 활약하던 라미르손 마이아를 만나 그가 진행하던 프로젝트에 보컬리스트로 참여하게 된다. 팀의 음악을 관장하고 감독하는 라미르손은 십대 시절 음반점 점원으로 일하며 음악과 연을 맺었고 레코드 가게의 디제이와 프로듀서들의 매니저를 담당하며 음악계의 영향력 있다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공부와 제작을 병행했다. 2004년, 브라질에서만 발매되었던 데뷔 앨범 <Tem Que Valer>는 상파울루 근교에만 유통된 작품임에도 2만 장이 넘는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기록했고 그 후 이르마(Irma) 레코드와 계약을 하여 전 세계로 소개되기에 이른다.
이들은 브라질만의 생래적 리듬감을 구현하는 동시에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를 갖추어 거부할 수 없는 침투력을 발휘한다. 더욱이 자나이나의 음색이 어떤 면으로는 귀엽게 들리는 탓에 자연스러운 청신함을 느낄 수 있다. 하우스 음악 특유의 진지함, 달리 말해 습도 높은 분위기 대신 남미 출신답게 적절히 건조한 기운을 탑재해 끈적임을 상쇄한다. 또 하나, 무조건적인 언어 사대(事大)는 아니지만, 우리가 가깝게 접하는 영어가 아닌 자국어의 사용은 신선함으로 다가오며 이국적인 정취를 곱절로 늘려준다. 카레이도의 독특한 어법과 앨범에 참여한 실력파 뮤지션들의 원조로 완성된 각각의 튼실한 트랙들은 짧은 시간 안에 듣는 이를 흥겨움으로 도취시키기에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2008년 6월 데뷔작 <New Wave Love> 발매를 앞둔 에르미오(Elmio)가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은 첫 곡 ‘Saudade de Voce’부터 카레이도의 음악이 얼마나 즐겁고 유쾌할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게 만든다. 도입부 건반 연주와 박수소리로 곡의 집중도를 높이는 이 곡은 광활한 공간감을 형성하는 신시사이저와 스트링 프로그래밍으로 서정성을 가미, 코러스마다 들어간 분할 박으로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는 틀을 구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프리템포(FreeTEMPO)가 참여한 ‘Brasil’은 그 바통을 이어받아 한층 탁 트인 곳으로 청취자를 인도한다. 브라질리언 하우스의 전형에 각종 타악기를 군데군데 넣음으로써 리드미컬한 맛을 배가했고 ‘라라라’하며 반복되는 스캣은 자기도 모르는 순간 흥얼거릴 만큼 쉽고 재밌다. 오키나와 발 쌍둥이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류큐디스코(RYUKYUDISKO)의 섬세한 손길로 복고풍의 청량감을 구축한 ‘Sem Parar (Madzoo Samba Classic Sessions)’도 즐거움을 선사하고 ‘나의 꿈’이라는 제목처럼 보들보들한 반주가 인상적인 ‘Meu Sonho (yasutaka nakata - capsule mix)’는 거침없이 질주하던 원곡과는 다르게 오토튠 이펙트를 전면에 주어 몽롱한 분위기와 정숙한 이미지를 살린다. 노래 안에서 짧은 곡 제목이 후렴으로 반복되는 연유로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Fantastic Plastic Machine)의 ‘Beautiful Days’를 떠올리는 이도 더러 있을 것 같다. 멀리서부터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가 연상되는 ‘Nao Vai (i-dep's dolphine mix)’는 앨범의 유일한 발라드 넘버, 맑게 퍼지는 아르페지오 주법과 희미한 피아노 소리, 색소폰 연주가 휴양지에 있는 듯 안락한 분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대개 음악가들이 뒷부분에는 차분한 노래를 배치해 앞에서의 뜨거웠던 기운을 식히는 반면, 이들은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눈에 띄게 경쾌하고 활기찬 소리를 낸다. 마츠시타 쇼헤이(Matsushita Shouhei)가 이끄는 글로벌 애시드 재즈, 펑크(funk) 밴드 엠 스위프트(M-SWIFT)를 게스트로 영접해 어쿠스틱한 풍미를 은은하게 우려내는 ‘Mais Mulher’, 킥 드럼과 평행을 맞춰 진행되는 베이스 프로그래밍, 노래가 끝날 때쯤 등장해 여운을 남기는 기타 스트로크가 인상적인 ‘To Aqui’가 댄서블한 공기를 확산시킨다. 브라스 섹션으로 정열적이고 매혹적으로 들리는 ‘Te Esquecer’는 키요시 이케가미(Kiyoshi Ikegami)의 1인 프로젝트 재지다 그란데(Jazzida Grande)만의 현대적인 하우스 해석이 돋보인다. 약간은 생경하게 느껴질 변화는 시도했지만 카레이도가 두 장의 작품으로 선보였던 자기들만의 사운드를 이번에도 꼭 표출하고 싶었던 양, 그룹의 히트곡을 재해석한 앨범 끄트머리 곡 ‘Tem Que Valer (STUDIO APARTMENT remix)’에서는 드럼 앤 베이스를 기본 골격으로 삼아 다이내믹함을 살리는 동시에 트랜스적인 요소를 첨가해 빈틈없는 비트의 향연을 과감하게 펼쳐낸다.
브라질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그럴까? 카레이도의 음악은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훨씬 정력적으로 들린다. 여름철에는 성수기의 열기를 후끈 달궈줄 풀무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며, 그 외의 계절이라도 거부할 수 없는 온도로 접근해 우리 안에 내재한 춤추고픈 열망을 한껏 부추기는 도구로서 작용하리라 조심스럽게 예단해 본다. ‘만화경’이라는 뜻을 가진 팀 이름답게 이들의 음악을 듣는 순간, 갖가지 색채무늬를 귀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로라하는 톱 프로듀서들의 윤색으로 정제된 노래들은 이를 한 차례 확장하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니 다채로운 하우스를 감상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좀처럼 얻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정박’과 ‘규칙’ 속에서 호화롭게 멋을 내는 하우스 음악의 매력이 여기에 알차게 담겨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jI_wJYyt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