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관련된 노래들
개는 인류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동물이다. 우리나라도 반려견을 둔 인구가 1천만 명이 넘는다. 2006년 미국 동물학자 콜린 페이지(Colin Page)는 인간의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반려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유기견들을 돌보고 입양해 줄 가정이 필요함을 알릴 목적으로 3월 23일을 ‘국제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로 지정했다.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개를 소재로 삼은 노래를 몇 곡 소개해 본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가수 안슬렘 더글러스(Anslem Douglas)가 1998년에 발표한 「Doggie」를 이듬해 영국 가수 조너선 킹(Jonathan King)의 프로젝트 패트 잭 앤드 히즈 팩 오브 페츠(Fatt Jakk and His Pack of Pets)가 ‘Doggy (Who Let the Dogs Out)’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한다. 패트 잭 앤드 히즈 팩 오브 페츠의 버전을 들은 바하 멘의 매니저는 노래가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바하 멘 멤버들에게 리메이크를 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긴 세월 무명으로 지낸 바하 멘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히트한 「Who Let the Dogs Out」으로 마침내 이름을 드날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울할 때 똥 싸!’라는 말처럼 들리는 몬더그린 때문에 「Who Let the Dogs Out」은 세월이 흘러서도 많은 이에게 전해지고 있다.
안슬렘 더글러스는 여권운동을 생각하고 「Who Let the Dogs Out」을 만들었다. 첫 번째 버스는 욕설을 퍼붓는 남자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모두가 파티를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버스는 “여자들이 그 말에 반응했고, 한 여자가 소리치는 걸 들었어.”라는 문장으로 끝나고, 뒤이어 “누가 개들을 풀었어?”라고 묻는 후렴이 시작된다. 노래에서 ‘party’는 여성들의 삶을 뜻하며, ‘dog’는 여성을 업신여기는 남성을 의미한다. 숭고한 내용을 품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흥겨운 분위기만 즐겼다.
https://youtu.be/ojULkWEUsPs?si=ayw2-FqcGDugLHgo
흑인음악 애호가라면 개에 관한 노래로 아마도 조지 클린턴의 「Atomic Dog」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펑크(funk) 명곡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코러스와 반주가 스누프 도기 도그(Snoop Doggy Dogg)의 「What's My Name?」, 아이스 큐브(Ice Cube)의 「Bop Gun (One Nation)」,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의 「Booti Call」, 원타임(1TYM)의 「1TYM」 등 여러 힙합, R&B 작품에 활용됐기 때문이다.
조지 클린턴은 인트로에서 이것은 유명한 개들의 얘기라고 운을 뗀 뒤 손뼉 치는 개들, 리듬감 넘치는 개들, 조화롭게 지내는 개들, 춤추는 개들, 계산하는 개들, 거친 개들 등 여러 유형의 개를 읊는다. 이 사이에 “세상의 개들이여, 단결하라.”라는 말도 끼운다. 이 내용만 보면 사람을 개에 비유해 인류의 화합을 청원하는 노래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조지 클린턴은 술과 약에 잔뜩 취한 채로 「Atomic Dog」를 녹음했다. 악보도 없는 상태였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조지 클린턴이 ‘개’라는 단어에 집착했다고 한다. 별 의미 없이 얼렁뚱땅 만들어졌지만, 「Atomic Dog」는 흑인음악 판에서 제목대로 강한 힘을 발휘했다.
https://youtu.be/YAaVpVUgGfE?si=--6UA81uvax2Naz4
노라조가 괜히 노라조가 아니다. 제목만 보면 보호자가 반려견이랑 즐겁게 지내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일반적인 예상과 전혀 다르다. 화자인 반려견은 1절 초반에서 보호자의 평소보다 늦은 귀가, 낮은 집안 온도에 대한 불만 등을 얘기하다가 후렴에서 보호자가 요즘 축 처져 있음을 알린다. 2절에서 반려견은 이따금 집에 와서 자기에게 간식을 주던 사람이 요즘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보호자가 애인과 이별했음을 밝힌다. 잠결에도 전 연인의 이름을 부를 만큼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호자에게 반려견은 자기를 안고 편히 쉬라며 위로한다. 개를 내레이터로 내세운 색다른 연가였다.
https://youtu.be/c10YI5qKMjE?si=NBZJW1BI3bzAEDu_
많은 이가 외로움을 느낀다. 대인 관계가 넓고 사교 모임이 끊이지 않는 사람도 홀로 있을 때는 고독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외로움을 잘 타는 이들에게 인간 친화적이고 충성심이 높은 개는 매우 훌륭한 친구다. 가끔, 혹은 자주 골치 아픈 사고를 쳐도, 기르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들어도 좋은 기운과 기쁨을 주니 보호자로서는 반려견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이승환이 육성한 싱어송라이터 하루(Haru)의 데뷔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 『Really』에 수록된 「Doggy Song」은 반려견 보호자가 겪는 통상적인 일들을 다뤄 견주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https://youtu.be/1wpLVR1u7NY?si=zBJFDV5OqI_1SD6d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칼 윌슨(Carl Wilson)은 한때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게 우울증을 앓았다. 걱정하던 지인이 칼 윌슨에게 아이리시 세터 한 마리를 줬고, 칼 윌슨은 얼마 뒤 개와 함께 남부 캘리포니아 해변을 달리며 놀았다. 반려견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칼 윌슨에게 행복감을 선사한 ‘섀넌’은 어느 날 차에 치여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헨리 그로스는 비치 보이스의 투어에 참여했을 때 칼 윌슨의 집에 간 적이 있다. 그날 헨리 그로스는 대화 중에 집에 섀넌이라는 아이리시 세터 개가 있다고 했고, 그 얘기를 들은 칼 윌슨이 자기가 키운 섀넌에 대해 말해 헨리 그로스가 죽은 섀넌에게 바치는 「Shannon」을 만들게 된다. 가성으로 부르는 후렴이 비애감을 높이는 「Shannon」은 빌보드 핫 100 차트 6위를 기록했다.
후렴 앞부분에는 “섀넌은 떠났어. 그 아이가 바다로 떠내려가길 기원해. 항상 걔는 헤엄치는 걸 좋아했으니까.”라는 말이 나온다. 이 가사 때문에 섀넌이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낭설이 돌기도 했다.
https://youtu.be/67cjhDsT-_k?si=ID3q1AIYJWSEoq8j
집에 돌아왔을 때 반려견이 막 달려와서 꼬리를 마구 흔들면서 껑충껑충 뛰며 반가움을 표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개를 테마로 한 컴필레이션 앨범 『강아지 이야기』에 수록된 윈디 시티(Windy City)의 「와다다 (Wadada) 친구」를 들으면 개가 보호자를 반기는 그 활기찬 활동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홀로 반려견과 사는 사람이라면 ‘얘가 나 없는 동안 얼마나 외롭고 심심했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 듯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8K6AyQ_WlB8
제목에 ‘dawg’가 쓰였고 노래 앞부분에 개가 짖는 소리도 흐르지만, 사실 개에 관한 노래는 아니다. 화자의 애인은 다른 남자와 정분이 났다. 랩을 맡은 나이스 앤드 스무드의 그레그 나이스 파트를 보면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 상대가 화자의 친구임을 알 수 있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자기 친구라…, 눈이 뒤집히고 꼭지가 돌 만하다. 그래서 화자는 애인을 ‘비열한 인간’으로 부른다.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은 「Dirty Dawg」를 담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Face the Music』을 내면서 이니셜로 구성한 이름으로 개명하며 기존 보이 밴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데뷔 싱글 「Be My Girl」을 비롯해 「Please Don't Go Girl」, 「Cover Girl」, 「Valentine Girl」 등 그동안 제목에 ‘girl’을 넣은 노래를 다수 냈던 이들이 ‘소녀’ 대신 ‘지저분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택해 변신에 더욱 힘을 줬다.
아, 「Dirty Dawg」도 코러스에 조지 클린턴의 「Atomic Dog」를 썼다.
https://youtu.be/o5OY_H2_rQ8?si=1_OVKm4WJE29by7W
지칠 줄 모르고 뛰놀던 멍멍이도 노쇠하기 마련이다. 종일 누워만 있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늙고 병든 개를 보면 측은하기만 하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도 떠나보내게 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든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반려동물을 잃은 이라면 맑은 선율의 「내 강아지」를 듣고 눈물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TN7BPXfjwsw?si=x4Pv_vg4xPJg5Ki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