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에 관한 노래

짜릿한 손맛!

by 한동윤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이날 가족, 친구한테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쳐 본 이가 적잖을 듯하다. 지금도 올해는 누구한테 장난을 칠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4월 1일은 ‘수산인의 날’이기도 하다. 수산업과 어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수산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됐다. 1968년 ‘어민의 날’로 출범해 몇 차례 명칭이 바뀌었다가 2015년부터 현재 이름으로 정착했다. 수산인의 날을 앞두고 낚시에 관한 노래들을 소개해 본다.


진 「슈퍼 참치」(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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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 없이 「슈퍼 참치」를 들으면 혼성 그룹 가리나 프로젝트(Garina Project) 출신의 프로듀서 디케이(DK)가 만든 곡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다. 「슈퍼맨」, 「카레」, 「야생마」 등 그가 지은 노라조의 대표곡들처럼 「슈퍼 참치」도 가벼움과 코믹함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빠른 템포, 군데군데 힘을 주는 가창 방식도 비슷하다. 그런데 이 유로비트 코믹 트로트 노래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진(Jin)이다. 뜬금없는 작품으로 많은 이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어쩌면 미래를 내다본 투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진은 「슈퍼 참치」를 낸 지 약 열 달 뒤인 2025년 7월에 한국 대표 참치 통조림 《동원참치》의 모델로 발탁된다. 무엇이든 해 두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rHGiOxYwHM


지 마스터 「바다낚시 (feat. 이민경)」(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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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BTC」를 발표하며 이름을 ‘지마’로 바꾼 지 마스터(G-Ma$ta)는 알아주는 낚시광이다. 2003년에 선보인 데뷔 EP 『Story of G-Ma$ta』의 타이틀곡은 「낚시」였고, 2010년 두 번째 EP 『Memoir of G-Ma$ta』를 낼 때는 「투망」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사실 두 노래 다 낚시에 관해 논하지 않는다. 모두 뜨거운 밤을 보낼 여자를 꾀겠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지 마스터는 급기야 여자를 낚으러 바다에 나간다. 그래서 제목이 ‘바다낚시’다. 지 마스터는 라틴 음악을 접목한 흥겨운 분위기의 반주에 여름날 바다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 내용을 버무려 여름 노래를 내놨다. 제목 뒤에 디바(Diva)의 이민경이 참여했고 에이치(H: 현승민)가 프로듀스했음을 기재해서 대중을 적극적으로 유인했으나, 노래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Z6jnrAIpoo


Maddie & Tae 「Shut Up and Fish」(2015)

매디가 오클라호마주에 있던 테이를 찾아갔을 때 둘은 낚시를 가기로 하고 이성 친구 두 명을 불렀다. 그런데 남자애들은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사람처럼 옷을 쫙 빼입고 나타났다. 게다가 계속해서 수다를 떨었고 춤도 추려고 했다. 남자애들은 낚시를 데이트로 생각하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자리에 물고기가 나타날 리 만무하다. 결국 매디와 테이는 집에 빈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미국 여성 컨트리 듀오 메디 앤드 테이는 그날의 끔찍한 기억을 재료 삼아서 「Shut Up and Fish」를 만들었다. 둘은 노래에서 옆에 달라붙어서 낚싯대를 쥔 손을 잡으려고 하는 등 치근대는 남자를 향해 입 닥치고 낚시나 하라고 야단친다. 사랑, 연애보다 취미 생활이 더 중요한 이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H54eA4i8s


오욱철 「낚시와 아버지」(2003)

1980, 9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1994년에 방영된 MBC 드라마 《종합병원》으로 인기를 끈 배우 오욱철은 1989년과 1991년에 음반도 냈다. 하지만 두 앨범 모두 잘되지 못했다. 대중음악계에서 조용하고 초라하게 물러난 후 연기에 매진하던 오욱철은 2003년 총 여덟 곡 중 「낚시 낚시」, 「입 큰 붕어」, 「낚시와 아버지」 등 다섯 곡에서 낚시를 다루는 독특한 3집을 선보인다. 전문 용어를 쓰거나 낚시질 현장을 상세하게 묘사하지는 않더라도 양만 보면 한국 최초의 낚시 세미 콘셉트 앨범이라고 할 만했다.

자신의 대부분 노래를 직접 작사한 오욱철은 「낚시와 아버지」에서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갔던 어린 시절을 스케치한다. 낚시터로 가며 마주하는 포근한 전원 풍경, 낚싯대를 드리운 뒤 고기가 잡히길 기다리면서 엄마가 싸 준 도시락을 먹던 기억을 기록한 노랫말로 행복감을 드러낸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둬서 유년기에 아버지와 낚시하러 다니곤 했던 사람이라면 「낚시와 아버지」가 과거를 회상하는 데 좋은 매개가 될 듯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YacU7cBwt9A


Nitty Gritty Dirt Band 「Fishin' in the Dark」(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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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유서 깊은 컨트리 밴드 니티 그리티 더트 밴드의 17집 『Hold On』의 두 번째 싱글로 빌보드 핫 컨트리 노래 차트 1위를 기록했다.

화자는 애인과 밤에 낚시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한다. 3절에 따르면 화자는 겨우내 밤에 낚시하기에 딱 맞는 때를 기다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때를 골랐다. 쌀쌀하지 않고 무덥지도 않을 시즌이다. ‘게으른 노란 달’, ‘노래하는 귀뚜라미’,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반딧불’, ‘시원한 풀이 자라는 곳’ 같은 목가적인 표현이 화자가 애인과 함께할 시간과 공간을 아름답게 느껴지게끔 한다.

화자는 4절에서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서 앉아만 있는 지경이 돼도 상관없다고 말한 뒤 강에 뛰어들어서 시원하게 식히자는 청을 덧붙인다. 낚시는 핑계고 사실은 이 그림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jBRfkxUAyOk


요요미 & 천재원 「쓰리고 (보이스피싱 예방송)」(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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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4장 19절을 강령으로 떠받들어 사람을 낚는 어부로 사는 놈이 지천이다. 기술과 방법이 나날이 치밀해지고 교묘해져서 피해자는 계속 늘어만 간다. 이에 경기 북부 경찰청에서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노래를 제작했다. 사기를 치려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놈들을 막기가 쉽지 않지만, “수상한 전화 오면 의심하고, 우선 끊고, 다른 폰으로 확인하고”라는 노래 가사를 숙지해서 말려드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vEojdbBX-fM


피싱걸스 「낚시왕」(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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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분위기의 멜로디와 실생활에 밀착한 익살스러운 가사가 으뜸 매력인 3인조 여성 록 밴드 피싱걸스(Fishingirls)의 두 번째 미니 앨범 『Funiverse』 타이틀곡. 처음으로 자신들의 이름에 걸맞게 낚시를 소재로 택한 노래를 내놨다. 1절에서는 쏘가리, 붕어, 잉어 같은 민물고기를 호명하면서 민물낚시를 가자고 청하고, 2절에서는 부시리, 우럭, 삼치 등 바닷물고기를 나열하며 바다낚시를 예찬한다. 브리지에서는 바다에 쓰레기를 남기고 가는 몰지각한 이들을 향한 비판과 해양 오염의 심각성도 짤막하게 다룬다. 각 절의 버스(verse) 끝부분은 트로트 스타일의 선율로 처리해 잔재미도 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할 때 바깥 활동이 쉽지 않으니 많은 사람이 집에서 텔레비전을 끼고 지냈다. 이 현실을 바탕으로 「낚시왕」 뮤직비디오는 피싱걸스 멤버들이 집에서 채널을 돌려 가며 텔레비전을 보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MBC 《나 혼자 산다》와 《복면가왕》, 엠넷 《쇼 미 더 머니》, 영화 《신세계》, 《용서받지 못한 자》, KBS1 《추적 60분》, EBS1 《최고의 요리비결》 등 여러 방송과 영화를 흉내 낸 브라운관 속 멤버들의 연기가 재미를 배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2_XV-J3X9JQ


투견 「고래사냥」(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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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국인이 낚시에 관한 노래로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1975년에 개봉한 영화 《바보들의 행진》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고래사냥」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노랫말이 책임 회피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금지 처분을 받았다가 1987년에 해금됐다.

방송심의위원회는 염세적이라고 판단했지만, 「고래사냥」에는 꿈과 낭만을 잃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가 서려 있다. 고래를 잡으러 동해로 떠나자고 하는 후렴은 특히 기운차다.

헤비메탈 밴드 디아블로(Diablo)는 공연 마지막에 꼭 「고래사냥」을 부른다. 아마 송창식 다음으로 「고래사냥」을 가장 많이 부른 가수가 아닐까? 아쉽게도 디아블로의 버전은 음원 플랫폼에서 들을 수 없다. 하지만 2013년 단 한 장의 앨범을 끝으로 활동을 접은 헤비메탈 밴드 투견의 버전이 비슷한 질감을 지녀서 대체재가 될 수 있겠다. 3분 조금 지나 윤극영이 작사, 작곡한 동요「고기잡이」를 넣어서 포인트를 줬다.

https://www.youtube.com/watch?v=JNErex8KJ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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