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대표되던 '구독' 모델이 이제는 전 산업에 걸쳐 뚜렷한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필두로 산업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종합 구독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SKT의 종합 구독 플랫폼 'T우주'가 출범을 알렸다. 더불어 이 T우주 서비스에 국내 점유율 4위의 오픈마켓 '11번가'와 전 세계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협업하며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T우주가 뭔가요?
T우주는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종합 구독 서비스로 보면 되겠다. T우주 내 서비스를 월 구독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으며, 이 서비스는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현재 T우주에는 아래와 같은 구독 상품들이 있다.
우주패스 기본혜택_출처: SKT 구독 서비스
우주패스를 통해 구독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들_출처: SKT 구독 서비스
아무렴 SKT 라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이목을 끈 '11번가x아마존' 이외에도 실제로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만한 서비스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우주패스 all> 상품 기준, 월 결제 시 추가 혜택으로 실제 국내 소비자들의 이용률이 높은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등의 기프티콘 및 쿠폰 등이 지급되어, 이 서비스들을 평소에 이용하던 고객들이라면 적어도 '손해는 아니구나'라는 정도의 느낌은 확실히 받을 수 있을 듯하다.
SKT와 아마존이 뭉친 이유
'아마존'은 전 세계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이다. 굳이 전자상거래라는 카테고리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이제 아마존은 전 세계 기업 순위 1,2위를 다투는 초거대기업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IT 인프라가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 '아마존'이라는 공룡이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이 공룡이 어찌 직접 먹이를 먹으러 오지 않았을까? (옆 나라들의 경우 일본은 2000년부터, 중국은 2004년부터 아마존이 직접 진출하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1. 아마존 측_국내 전자상거래의 레드오션화 및 물류서비스의 진입장벽
우선, 우리나라의 오픈마켓 플랫폼 시장은 매우 견고하다. 물론 타 국가들처럼 1,2개의 플랫폼이 전체 전자상거래의 7~80% 이상을 점유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쿠팡을 필두로 한 오픈마켓들은 각자도생을 위해 인프라와 서비스 개선에 꾸준히 힘을 쓰고 있으며 이는 외국의 다른 커머스 플랫폼이 쉽게 넘어서거나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더불어 발달된 IT 인프라만큼이나 우리나라의 물류서비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2000년대 택배 소화물을 거쳐, 2010년대 새벽/당일/즉시 배송 등 다양한 배송 모델이 등장했고 이는 세계 어떤 물류 기업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모델임에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당일배송 모델은 '빠르고 값싼 물류'를 지향하던 아마존 에게도 분명히 부담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쿠팡의 물류 거점 인프라_출처 : 쿠팡
위와 같은 이유들로 아마존의 직접 진출이 어려웠고, 한국 진출설이 나올 때마다 인터파크 등 국내 쇼핑몰 또는 플랫폼과 지속적으로 링크설이 떴던 이유이지 않을까 한다. 그런 아마존이 오랜 기다림 끝에 SKT의 11번가와 손을 잡고 국내에 첫 선을 보이게 됐다.
2. SKT 측_'아마존'의 확실한 마케팅 효과와 IPO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진 '해외직구'라는 단어.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해외직구로 구매하면 좋은 품목들을 정리해놓는 사이트부터 아예 해외구매대행 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들도 매우 많이 생겨났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혹은 비싼 가격의 품목들을 저렴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메리트에 더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태도가 맞물려 해외직구는 또 하나의 소비 시장으로서 단시간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해외직구의 중심에는 아마존이라는 거대 공룡기업이 있다. 아마존의 방대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을 익히 체험한 국내 고객들에게 아마존의 한국 진출은 그 자체로 반가운 손님이요, 호재일 수밖에 없다.
SKT는 이러한 부분을 캐치하여, T우주 출시 전면에 아마존을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T우주를 검색하면 아마존 직구 관련 게시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마케팅은 어느 정도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막상 구매해보니 UX나 상품 가짓수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많다.'라는 글도 다수 볼 수 있었다.)
더불어 2023년 IPO를 목표하고 있는 11번가의 입장에서 또한 언더독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매출구조를 전환시킬 수 있는 중요한 한방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SKT의 11번가와 아마존, 앞으로는?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면, 그 뒤 가장 중요한 것은 모은 고객들이 계속 머물도록 하고, 다시 그 고객들로 하여금 재구매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락인(Lock-in) 정책이다. 고객들을 묶어둘 수 있으면 판매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고,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객은 다른 상품 또는 서비스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럼 SKT는 아마존을 어떻게 이용해서 11번가의 수요 고객들을 락인 시킬 것인가? 물론 이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난 이 두 기업이 수요자보다는 공급자를 위한 락인정책을 많이 만들어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해외직구를 포함한 우리나라 이커머스 소비 시장은 매우 견고한 상황이다. 더불어 이번 T우주의 해외직구라는 키워드 역시 아마존을 빼자면 새롭지 않다. 구매자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어떤 상품을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것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반면, 공급자에 대한 시장은 아직까지 소비 시장 보단 다소 덜 개방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국내 셀러 중에서 아마존 등 해외 판매를 진행하고 싶으나, 언어 또는 절차의 장벽으로 인해 국내 판매만 진행하고 있는 셀러들도 상당히 많다.
이러한 니즈를 SKT는 11번가를 통해 해소시켜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이라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판매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셀러 입장에서는 없던 관심도 생길만한 중요한 소스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아마존의 입장에서도 단순한 시장 진출이 아닌 상품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K-POP 열풍 등에 힘입어 화장품을 비롯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미국 본토에서도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내용과 다르게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우선 11번가의 지속적인 적자폭과 더불어 신규 서비스 확장을 위한 투자비용까지 감수가 가능할 것인지 명확히 따져 보아야 한다.
11번가 3개년 실적 추이_수치 출처 : SKT IR
흑자전환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매출 규모나 신규 가입률에 대한 눈에 띄는 신장이 없다면 양사 간의 이해관계 구도는 급격하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과연 'T우주'라는 한국형 종합 구독 플랫폼 모델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11번가'는 다시 한번 반등하며 경직된 이커머스 생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킬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