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완벽주의를 깨기 위한 엉망진창 글쓰기 #2
작년 말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 한 이후부터 직접 노래를 찾아 듣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대신 내 취향과 맞는 플레이리스트 유튜버들을 구독해 그들이 큐레이션 해놓은 노래 모음집(플레이리스트)을 듣는다. 새롭게 올라오는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보면 몰랐지만 주옥같은 곡들을 종종 만날 때가 있는데 정말 소소하게 행복한, 아니 째지게 행복한 순간이다.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어제도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귀를 사로잡는 곡을 만났다. 처음 듣고 매력적인 멜로디와 아티스트의 보이스에 '어 이거 좋네? 한 번 더 듣자' 하며 다음 곡으로 향하는 스크롤을 앞당겼다. 다시 듣고, 또다시 듣고, 그렇게 네다섯 번쯤 당겼으려나. 스크롤 옮기는 것도 귀찮고, 정확한 가사도 궁금해진 차 따로 반복 재생해서 듣고 싶어 플레이리스트를 끄고 유튜브 검색창에 아티스트명 Joseph Tilley를 검색했다. 유튜브 구독자수 380명, 인디 아티스트인가. 이렇게 보석 같은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건가 기대하며 오롯이 이 곡만 들을 수 있는 2분 34초짜리 영상을 클릭했다.
I love you but i wish i didn't
I rushed in just to quit it
I thought you loved me but you didn't,
I wish i could just forget it.
(Wish I Didn't - Joseph Tilley 후렴 가사)
이 곡에서 후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드는데 멜로디로 입덕 해서 가사를 확인한 후에는 가사가 최애가 되었다. 특히 첫 두줄. 나는 널 사랑하지만 사랑하길 바라지 않고, 이 마음을 끝내기 위해 서둘렀다니. 일 년 전에 들었으면 정말이지 가슴을 후벼 팠겠다 싶다. 오갈 데 없이 쌓여만 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날들,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상상하며 지샜던 밤들을 다 뒤로하고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던 그때를 생각나게 하는 가사. 엉엉 울면서 들었을 내 모습이 눈에 선한데, 그간 지나온 시간들에도 빛이 바랬는지 지금은 먹먹하다고 해야 할까 아련하다고 해야 할까. 보통 이런 감정은 오래전 추억을 회상할 때 들던데 지난 일 년은 십 년의 속도로 흘렀나란 터무니없는 생각도 해본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도 생각났던 그 사람은 어느 순간 애써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다만 한 번 빠진 곡은 질릴 때까지 듣는 성격이라 한동안은 종종 그때 생각에 잠길 듯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j7reWkTtA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