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채용공고 잘 쓰는 법

좋은 디자이너를 찾기 위한 좋은 Job Description 작성하기

by Kelly

잡마켓에서 미스매칭이 가장 심한 직무 - 원하는 바로 그 인재를 찾기가 너무나 어려운 직무 중 하나는 디자이너일거예요.


그 중에서도 채용 과정의 시작점인 채용공고를 통해 기업과 디자이너가 만나는 지점을 좀 볼까요? 디자이너에게는 기업의 채용공고가 모호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고, 채용공고를 쓰는 인사∙채용담당자에게는 원하는 그 바로 그 디자이너를 찾기 위한 알아듣기 쉬운 공고를 쓰는 것이 참 어렵다고 해요.


저희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디자이너 채용공고 읽어주기”라는 이름으로 채용공고를 한 줄 한줄 해석해주는 온라인설명회를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할 때마다 많은 디자이너분들이 너무 많이 호응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디자이너 채용공고 잘 쓰는 법을 한 번 정리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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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업의 why


기업이 채용을 할 때, 지원자에게 꼭 확인하는 내용이 ‘지원 사유’ 또는 ‘이직 사유’일 거예요. 거꾸로 생각하면 후보자도 기업에 지원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기업에 이 포지션을 왜 채용하는지 묻고 싶은 것도 당연하겠죠? 기업이 채용하는 목적의 예는 전임자의 퇴사로 인한 대체인력 채용(replacement), 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보강(증원), 신규사업 진출로 인한 해당 경험 보유자 채용, 조직강화를 위한 리더급 신규 채용 등이 있을 것 같아요.


채용 목적이 상황적 채용의 이유라면, 더 근본적으로 이 채용포지션의 존재 이유 또한 중요한데요. 저는 글로벌기업의 인사팀에서 일할 때 채용의 시작은 내부적인 문서든 외부에 내는 채용공고든 포지션의 직무목표(Job Objective)를 정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었어요.


그런데 일반적인 플랫폼에서 보는 전형적인 채용공고의 순서는 이렇게 되죠.

- 포지션명> 주요업무> 자격요건 > 전형절차

이 소제목들을 따라가다 보면 채용포지션의 존재 이유는 들어설 자리가 없더라고요. 예를 들면,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결과물을 디자인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포지션과 기업의 자체 프로덕트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고 유지하도록 하는 디자이너 포지션은 업무 내용은 유사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직무목표가 달라서 일의 호흡도 다르고 성향도 달라지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원티드나 리멤버 같은 비교적 최근에 선호되는 플랫폼에는 “포지션상세” 또는 “공고소개” 같은 직무 목표를 포함한 포지션의 개요를 작성하는 항목이 있지만, 많은 경우에 이 항목은 회사소개나, 팀소개 같은 내용으로 대체되거나 공백으로 비워두는 것을 보게 되거든요. 간혹, 채용담당/인사담당에게 채용하는 포지션의 직무 목표를 질문하면 당황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면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의 디자이너가 “제품의 핵심경쟁력인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을 강화하고 개선해 경쟁력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인지, “내부 이해관계자와 협력하여 마케팅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적 디자인을 수행”하는 것인지요.



우수한 인재일수록, 맥락이 이해되어야 의사결정을 잘하고, 성과도 더 창출한다고 해요. 이 포지션은 왜 존재하는지, 왜 지금 채용하는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책임지게 되는지 채용공고에서 알려주는게 그 시작이랍니다.



2. What – 하는 일은 무엇인지?


채용공고에서 “주요업무”는 핵심적인 내용이고 sample도 많아서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 거예요. 산업디자인의 다양한 직무들을 참고할 수 있는 이전 글을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https://brunch.co.kr/@kyoungahhhong/1

디자이너의 하는 일을 설명할 때 직접적으로 업무를 설명하는 건 당연히 해야하지만, 채용하는 포지션이 속해 있는 팀/조직의 업무를 설명해 주면 이해가 좀 더 쉬운 경우가 많아요. 상품개발팀 소속으로 디자인을 하는지, 브랜드전략팀에서 디자인을 하는지에 따라서 업무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니까요.

경우에 따라 디자인팀이 없고 마케팅 소속이어서 디자이너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원하는 디자이너들도 성향이 다 다르고 선호하는 업무환경도 다 다를 뿐 아니라, 결국은 채용의 최종단계에서 후보자도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입사한 후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판단하게 된다면 정말 최악이고요.), 사전에 정보를 주고 이 포지션에 매력을 느끼는 ‘적합한’ 사람이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답니다.


그리고, 의외로 놓치는 것이 어떤 브랜드, 어떤 제품을 맡게 될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들이 꽤 있어요. 맡게 될 브랜드/상품의 비중이나, 앞으로의 계획까지 포함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소속 조직(팀)이 어떤 팀이고, 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영역을 명시해주는 것도 업무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3. HOW – 어떻게 일하게 되나요?


다음으로 ‘자격요건’과 ‘우대사항’에서는 어떤 역량과 경험을 가진 디자이너를 찾고 있는지 기술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당연히 리스트업되는 관련 경력이나, 업무역량 이외에도 어떤 성향의 후보자를 원하는지를 표현해 보는 것도 의미 있어요.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사람 vs 디테일을 집착적으로 추구하는 사람

정보수집과 리서치/트렌드에 강한 사람 vs 전략적 사고력이 강한 사람

디자인 감도(미적 감각)가 뛰어난 사람 vs 작업속도와 실행이 빠른 사람

협업과 소통을 즐기는 사람 vs 개인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사람 vs 반복적인 주어진 일을 고도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후보자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이 사람의 직속 상사가 누구인지(reporting line)와 주로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협업하게 될지에 대한 설명도 직무를 구체화하는데 큰 도움을 준답니다. 특히 어떤 사람과 일한다는 것은 결국 내 일의 바운더리를 설정해 주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UI/UX 디자이너의 직무에 UX 기획자와 소통해 결과물을 만든다고 적혀있다면, UX 기획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조직 내에 있고, 나의 업무는 거기까지는 아니라는 것과, 하지만 같이 일하면서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정보를 주는 것이죠.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디자인툴을 명시해 주는 것은 당연히 필수랍니다.


4. 디자이너의 WHY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결국 ‘지원하기’ 버튼을 누를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연봉 이외에도 나의 전문성/경험/커리어에 득이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기 떄문에, 채용공고에는 디자이너들이 기대하는 가치들을 잘 담아야 해요.

수많은 디자이너 채용 경험을 통해 디자이너에게 채용의 비전으로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정리해보면 이런 것들이랍니다.

실력 있고, 유명한 CD가 이끄는 팀이에요.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글로벌 업무환경에서 일해요.

높은 디자인 퀄리티를 추구해요.

기획부터 실행까지 찬찬한 디자인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어요.

수준 높은 디자인파트너(에이전시)와 함께 일해요.

수준 높은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어요.

나의 디자인이 빠르게 시장에 출시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지속해서 어워드에 출품하고 수상하고 있어요.

우리 회사의 디자인팀 리더는 임원급이고 마케팅/개발부서와 동등하거나 상위조직이에요.

미디어에 소개되는 실적/팀이에요.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기업이 디자이너를 포트폴리오로 평가하듯이, 디자이너도 지원할 기업을 스크리닝할때 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디자인을 보고 결정한다는 점이랍니다. 그래서 아주 유망한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적인 자산이 확인되지 않으면 우수한 디자이너들은 지원하기를 꺼려해요. 우수한 기업이지만 디자인에 얼마나 투자를 할 것인지, 좋은 디자인을 선별해 낼 기업의 안목이 있는지에 따라 1년 후, 3년 후 나의 포트폴리오의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니까요. 정말 우수한 디자인팀장을 뽑고 싶고 투자를 받아서 예산(자본과 연봉수준)도 충분한 스타트업기업이 채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경우가 꽤 있는데요. 이 경우에 프로젝트(외주)를 통해서라도 최소한의 디자인 자산을 쌓은 이후에 본격적인 채용을 하시도록 조언드리곤 한답니다.


디자이너들이 채용공고를 보고 “이건 저한테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혹은 “정확히 모르겠어서 제가 지원할 수 있는 포지션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며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아쉬운 경우들이 많아요. 크리에이티브 역량이 핵심인 디자인 직무의 특성상 어려운 것은 당연하겠지만, 자격조건을 보다 넓게 규정하고 대신 맥락과 목표를 이해시켜서 다양한 강점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포지션의 매력을 보고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직이 쉬워지고 퇴사가 일상화된 지금, 미스매칭으로 인해 서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 없이, 우리 회사에 꼭 맞는 디자이너가 쉽게 지원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채용 공고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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